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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와 축구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올린 모범팀상과 인재상을 심사하는 특별상 심사위원회 |
지난 12월 23일 열렸던 대한축구협회(KFA) 시상식에서는 '모범 축구팀상'이라는 부분이 있었다. 이 상은 '2009 전국 초중고리그 특별상'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으로 '공부하는 축구선수 육성'이라는 취지에 맞춰 공부와 축구를 동시에 잘하는 팀을 선정한 것이다. 또한 이날 시상식에서는 시상하지 않았지만, 팀 외에 '인재상'이라는 타이틀로 공부와 축구에서 모두 우수한 모습을 보인 선수들도 뽑았다.
이들을 선정하기 위해 특별상 심사위원회가 구성되었고, 호서대의 박정근 교수를 위원장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김영원 사무관, 교육과학기술부의 정상익 연구사, 연합뉴스의 이동칠 기자, KFA 경기국의 이해두 부장이 선정위원으로 위촉됐다.
추천을 통해 대상팀과 대상 선수들이 선정되었는데, 축구의 기준은 초등 및 중등부는 왕중왕전 64강 진출, 고등부는 32강 진출 이상이었고, 학업의 기준은 축구 선수들의 학업 향상을 위해 학교가 노력한 프로그램과 실제 학업 향상 여부(이상 모범팀상), 그리고 학교장의 추천 공문과 성적 증명서(이상 인재상)였다.
그 결과, 초등학교 4팀(대구신흥초, 제주외도초, 충북덕성초, 서울대동초), 중학교 3팀(경기안양중, 강원육민관중, 부산기장중), 고등학교 2팀(서울경희고, 울산학성고)이 모범팀으로 선정됐다. 또한 인재상은 초등부 12명, 중등부와 고등부 각각 4명이 선정됐다. 특히 초등부는 10명을 선정할 예정이었으나 추천을 통해 올라온 선수들이 모두 학업과 축구에서 모두 뛰어난 모습을 보였기에 2명을 추가로 선정해 총 12명을 뽑았다.
선정위원장을 맡은 박정근 교수는 "기준에 맞는 팀과 선수들이 많아 즐겁게 선정 작업을 했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1명이라도 탈락시키기 어려울 정도로 다들 뛰어났다. 중-고등학교는 아직 나아가는 단계이지만, 초등학교는 이미 공부와 축구를 모두 잘할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이 조성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이번에 선정된 각 학교와 선수들을 보면 한국 학원축구가 한 단계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수업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히 기본적인 사항이다. 아직 고등학교는 공부하는 문화가 정착되기 위한 과도기에 있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 특히 초등학교는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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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컵 초등리그 개막전 모습 ⓒKFA |
이번에 수상한 몇몇 학교의 예를 들어보자. 동원컵 초등리그 왕중왕전 16강에 진출한 '서울의 강호' 대동초는 42명의 축구부원 중 최저학력 미달자가 3명에 불과하다. 방과 후 주 4회에 걸쳐 원어민 강사를 통한 영어 교육에 참여하고 있으며, 소년체전 등으로 수업 결손에 생겼던 경우에는 담임 교사가 특별 보충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대구 신흥초의 경우에도 대구교대와 연계해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을 가동, 학기 중에 주 2회씩 멘토 1명당 선수 5명 이내로 구성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방학을 이용해서 외국인 강사와 국내 강사 각 1명씩이 참가해 주 1회 영어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덕성초 역시 여름방학에 특별 학습 지도를 실시했고, 4학년 전원과 5학년 선수 13명이 학업이 향상되는 결과를 얻었다.
제주 외도초의 경우도 인상적이다. 원어민 교사 6명과 한국인 보조 교사가 참여해 훈련에 지장이 없는 오후 2시부터 3시 사이에 영어실력 향상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며, 방학 중 보충수업과 부진학생을 위한 특별보충과정도 마련했다. 또한 학업성적이 좋은 선수에게 제주은행에서 후원하는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기도 하다.
중학교 팀들도 재미있는 시도를 펼치고 있다. 대교눈높이 중등리그 왕중왕전 8강에 올랐던 안양중의 경우 모든 선수들이 평균 3.4점이 향상됐다. KBS와 연계해 수업참여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축구 선수를 위한 특별 수업을 실시했다. 영어와 수학에 대한 특별 수업과 함께 중앙대 사범대와 협약을 맺어 대학생 멘토링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육민관중은 축구 선수에 맞는 교육 과정을 편성한 것이 눈에 띈다. 1학년의 경우 기존 2학급 편성에 축구부원으로 구성된 1반을 추가로 편성, 원어민 영어 수업 등을 통해 학습 능력을 끌어올리는데 중점을 뒀다. 그리고 2-3학년은 일반 학생과 동일한 교육 과정을 밟지만, 영어와 수학은 수준별로 이동 수업을 실시하면서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인재상을 받은 선수들도 놀랍다. 축구와 공부를 완벽하게 병행하고 있다. 이회택축구교실의 최현우(유현초)는 국어와 수학, 사회, 과학 등에서 모두 90점 이상의 성적으로 반 석차 1등을 기록했다. 신용산초의 김대건이나 오류초의 이승준, 신정초의 박도현, 신곡초 연주환, 사동초의 황세빈, 전남 U-12팀의 한승범(광양제철남초) 등도 모두 평균 90점 이상의 학업 성적으로 우등생 축구 선수로 인정받고 있다.
고교의 경우에는 아직 공부와 축구를 모두 잘하는 선수가 많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번에 수상한 경희고의 김현은 인상적이다. 서울의 강호 경희고에서 뛰고 있는 김현은 성적 우수상을 받았고, 학급 부회장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올해 초중고 주말리그를 처음으로 시행하면서 ‘공부하는 축구 선수’에 대한 기본적인 공감대는 형성됐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리그제를 시행하고 있었던 초등학교의 경우 공부하는 축구 선수는 상당히 보편화되었고, 축구와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확실히 자리 잡은 상태이다. 이제부터는 초등학교에서의 성과를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서서히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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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호서대 박정근 교수 ⓒKFA 홍석균 |
선정위원장인 박정근 교수도 같은 의견을 밝혔다.
“초등학교는 확실히 공부도, 축구도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초중고리그와 같은 제도가 확실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런 현상이 초등학교에서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초등학교 5~6학년 아이들이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향후 4~5년이 선진축구로 올라서는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
“현재는 아무리 볼을 잘 차도 공부 때문에 부모들이 운동을 시키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시스템대로 나가면 앞으로는 틀림없이 중학교 이후에도 축구와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고교에 진학하면 좀 더 자신의 재능에 맞춰 축구와 공부 중에 하나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파고들 수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공부를 충실히 했다면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조금 소홀히 해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이어 박 교수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지금보다 좀 더 저변이 확대되고, 유소년 클럽들이 더 활성화된다면 30분 거리 안에서도 하나의 리그를 형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피로도가 훨씬 덜어지면서 재미있는 리그를 만들어갈 수 있게 된다. 또한 지도자들의 교육 프로그램도 좀 더 발전시켜서 아이들에게 좋은 지도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어쨌든 초중고리그제와 ‘공부하는 축구 선수 육성’은 우려와는 달리 꽤나 성공적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이제부터는 어려운 과정 속에 첫 발을 내딛었던 이 프로젝트를 한 단계씩 발전시켜나가는 일만 남았다. 1~2년의 짧은 기간이 아닌, 좀 더 먼 미래를 보면서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발걸음을 내딛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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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탐나네요.
난우초 축구부가 한 번 도전 해 봤으면 하는 개인적 소망이 있네요.
이 기사 보면 볼~수록 부럽고 탐나요!!! (응빈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공부를 충실히 했다면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조금 소홀히 해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박 교수는 조언-본문중
수업방식예 1.방과 후 주 4회에 걸쳐 원어민 강사를 통한 영어 교육에 참여하고 있으며, 소년체전 등으로 수업 결손에 생겼던 경우에는 담임 교사가 특별 보충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2.학기 중에 주 2회씩 멘토 1명당 선수 5명 이내로 구성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방학을 이용해서 외국인 강사와 국내 강사 각 1명씩이 참가해 주 1회 영어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본문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