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모임을 시작한지 3년차이다. 올해는 원래 설악산을 가려고 했지만 펜션 예약과 일부 형제들의 약속차질로 일자와 장소가 변경되어 11월 8일에서 11월 9일 1박 2일로 거제도에서 보냈다. 이곳 역시도 주말에 숙소가 없어 평일인 금요일에 예약을 해야했다. 펜션이 아닌 리조트 호텔이 숙박장소였다.
이번 모임은 서울 동생과 제수씨 그리고 형님이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하고 일본 누님이 멀리서 오셔서 처음으로 참석했다. 전체 인원 7명이 2대의 차를 가지고 떠나는 여행이였다. 태어나서 난생 처음으로 평일에 프리하게 여행을 떠나는 역사의 순간이였다. 새벽일찍부터 일상의 모든 일들을 소화한다고 분주했다. 운동을 하면서 부주의로 낙상사고를 당해 무릅, 손가락, 팔꿈치를 다쳤지만 어쩔 수 없었다.
대구에서 도착지인 거제도까지 약 2시간이 소요된다고 했지만 리조트 주소 착오로 30분간 헤메다가 먼저 출발한 팀과 뒤늦게 합류했다. 오후 12시 30분에 호텔에 도착하고 체크인 후 점심 식사를 하러 갔다. 우리가 간 거제도 이곳은 바닷가를 배경으로 리조트 호텔만이 있는 시골의 한적한 곳이여서 주변에 마땅한 음식점이 없었다. 때문에 시내까지 갈려면 차로 약 30분 이상 가야하고 한정식집을 찾았다.
모두가 아침식사를 거르거나 간단히 한 탓에 시장기가 돌아 진수성찬으로 나온 한정식을 허겁지겁 먹었다. 이집의 특징은 수십가지의 음식을 개별적으로 나르지 않고 커다란 판자에 음식을 준비하여 미닫이 문을 밀듯이 기존의 테이블에 올려 놓고 밀면 자동으로 상이 차려지는 음식점이였다. 난생 처음보는 광경이고 참신한 아이디어 였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주문 즉시 음식을 제공하고 불필요한 시간을 Save 하는데 착안한 것 같았다.
식후경을 위해 인근에 있는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을 갔다. 수용소 견학과 모노레일을 타려고 했지만 모노레일은 이용자가 많아 탈 수가 없었고 포로 수용소만 약 20분간에 걸쳐 보았다. 역사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이 곳에 포로 수용소가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살와왔다. 전쟁이 준 아픔과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고 선조들의 목숨을 담보로 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주신 그분들에게 하염없는 경의를 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간이 남아 큰 풍차가 돌아가는 바람의 언덕을 갔다.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연인이나 가족, 동호인끼리 여행 와서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는 모습들이 인상 깊었다. 원래 난 찍사 역활을 하기에 여행후에도 내 사진은 거의 없지만 집사람의 강요에 못이겨 몇컷 남겼다.
거제도를 오면 해금강 유람이 필수코스인데 시간이 여의칠 못해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약 40년전 거제에 온적이 있었지만 그때에도 가는 날이 장날이라 태풍을 만나 해금강을 가지 못한 적이 있었다. 바람의 언덕에서 약 30분간 구경을 하고 나니 저녁때가 되어 다시 시내로 들어 와 민생고를 해결해야 했다. 이번엔 간장게장집으로 무한리필의 맛집이였다. 원래 게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맛집이라서 그런지 무한리필이라서 그런지 정량의 2배로 배를 채웠다.
하루의 일정이 끝나고 호텔로 귀가해서 간단히 샤워를 하고 모두 모여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차를 2대로 이동하다가 보니 전체가 모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유일하게 호텔에 머무는 시간밖에 없었다. 대화의 주제는 시국에 관한 것이였다. 종교와 정치 얘기는 하지 않는 것이 건강상에 좋다고 하지만 다행스러웠던 것은 형제들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였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나 보니 벌써 밤 11시가 되었다. 내일 위해 모두 취침하는 것으로 하고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평소 밤 8시가 취침 시간대인 나에겐 무리였지만 멋진 추억의 시간이 된 것을 뿌듯하게 생각하고 또 내일을 위해 기대해 본다.
(우리가 숙박한 호텔 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