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에 곤히든잠
학의소리 놀라깨니
학은적적 간곳없고
들리난이 물소리라
아희야
긴낚시줄 설설풀어 연당에 던지어라
고기낚기 하리라 ..... 작자미상
지난번에는 대전역에서 동쪽으로 걸었는데...
이번 걷기는 대전역에서 서쪽으로 걸었습니다.
원도심 탐방이라고나 할까?
대학원공부를 위해 한 4년 서울에서 생활한 것만 빼고는
반백년을 대전에서 살아 온 사람으로
원도심 걷기는 아련한 추억 속으로의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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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걷기도 지난번처럼
대전역 광장 꽃시계 앞에서 시작했다.
광장 꽃시계 앞을 그동안 몇 번을 지나가며 보고 사진도 찍고 했건만
<사랑열차>라는 조형물이 둘러싸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는...ㅠ
오늘의 교훈...
사람이건 사물이건
내가 아는 만큼, 보는 만큼, 의미부여한 만큼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된다고 하였던가?
원도심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대한통운 맞은편에 위치한 조그마한 가락국수집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확인도 할 겸해서 걷기 시작 전에
가락국수 한그릇 먹고 가기로...
작은 테이블5개정도 있는 아주 조그마한 가게였는데...
대전역사 안에 있는 국수집에 비해서 좀더 정감이 가는...ㅎ
오늘 본격적인 걷기 시작은 역전시장과 중앙시장이다.
일요일 아침이어서인지 그렇게 생기 넘치는 시장모습은 아니었지만
하루 장사를 준비하는 시장사람들의 바쁜 움직임들을 볼 수 있었다.
중앙시장 먹자골목을 지나자니 떠오르는 추억 하나.
영화를 좋아하던 동창 녀석과 동시상영극장에서 영화 두편 보고...
이곳에서 저녁 먹고 헤어지는 것이 월례행사였었는데...
친구야 잘 지내지?
시장을 빠져나와
목척교 다리밑으로 걸었다.
예전의 홍명상가와 중앙데파트를 철거하고 건설한 나름 조형미를 갖춘 다리이다.
늘 느끼는 거지만 다리밑은 역시 시원했다.ㅋㅋ
돌다리로 대전천을 건너서
으능정이 스카이로드로 향했다.
나는 이구조물을 볼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이
튼튼하겠지? ㅠㅠ
부실공사를 많이 목격한 소시민의 트라우마라고나 할까?
저녁시간 잘 맞춰서 가면 아주 화려한 영상도 볼 수 있고
이곳을 찾는 청춘들의 젊음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대전을 대표하는 빵집 성심당을 지나서
근대 건축물로 지정되어있는 대전창작센터(구,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를 지난다.
대전에 산재한 근대건축물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이 가는 곳으로...
이런 곳 하나 인연이 닿아서
풍류인들이 상호교류하며 활동할 수 있는 사랑방 하나 꾸미는 것이
개인적인 소망인데... 언제나...ㅠ
일요일 오전이라 문이 닫혀 있었지만
평일 같으면 잠시 들려 전시작품도 감상하고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다.
창작센터와 마주하고 도로 건너에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대흥동 성당이 우뚝 서 있다.
성당 옆으로 카톨릭문화회관을 지난다.
1991년(?)으로 기억하는데...
충남대 국악연구회 악장으로 대학생활을 마무리하는 연주회를
아주 아담한 이곳 공연장에서 심혈을 기울여서 올렸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도 운영이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운영중단한다는 말도 들리던데...ㅠ
카톨릭문화회관과 대각선으로 우리들공원이 있다.
원래 이곳은 시립국악원이 처음 자리했던 곳으로
50년대 지어진 고풍스러운 건물이 있었는데...
지금은 좀 어색한 공원하나와 주차타워만 자리해 좀 아쉽기도...
내가 초등학교때 처음 단소를 배웠던 곳이어서 더...ㅠㅠ
평생학습관 앞에 <진로집>이라는 두부두루치기를 잘하는 식당이 있다.
일산 조남홍선생님께서 지도하셨던
대전시우회의 시조실이 지금은 도마동에 있지만
2001년까지는 이곳 대전여중 근처에 있었던 관계로
시조수업이 끝나면 이곳에서 두부안주에 막걸리 한잔씩 하시던 모습이 선한데...
또 이 거리는 플라타너스길로 유명했는데
문화거리를 조성한다며 그 큰 나무들을 다 베어버리고
지금은 나무그늘도 못 만들 정도의 가로수들이 대신하고 있으니...
여러 이유는 있었겠지만...
세금 들여서 하는 일 좀 잘 하지...ㅠㅠ
대흥동 필방거리를 지나
대전근현대사전시관(구,충남도청)을 향했다.
<변호인>을 비롯한 많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장소로도 유명해진 이곳은
대전의 근현대사 상설전시관과 도지사실 등이 있다.
도지사실 발코니 정원에서 보면
역전쪽으로 중앙로 길이 쭉 뻗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전시관건물 뒤쪽으로 오면
시민대학으로 사용되는 건물들 한쪽 모퉁이에 조그마한 정원이 하나 있다.
오늘의 풍류 장소이다.
규모는 작지만 등나무 벤치가 잘 관리가 되어 있었다.
5월 철쭉이 필때 좋겠다는 생각도...
풍류를 끝내고 다시 지하상가를 걸어서 지하철 중앙로역쪽으로 향했다.
아마도 단일 규모로는 전국에서 손꼽히지 않을까 할 정도의 중앙로 지하상가...
중앙로역에 입구에 오면 분수대가 있다.
젊은 날 친구와 만나서 영화 보러 가거나 아내와 데이트 할 때 만남의 장소였던
동백(동양백화점) 아래 분수대...ㅎㅎ
근현대사 자료관에서 찍은 옛날 사진과 비교해보니 좀 묘하다는 생각이...
오늘 걷기코스인 원도심은 아침보다는 밤에 걷기를 추천한다.
솔직히 오늘 걷기는 그리 상쾌하지는 않았다.
토요일 밤의 열기가 아직 남아있는 도심을 일요일 아침에 걷는다는 것이...ㅠㅠ
하지만 젊은 날의 추억 속으로의 여행이어서 잔잔한 재미는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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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걷기풍류는
7월 2일(일)로 중구청역에서부터 테미공원쪽으로 걸어 볼 예정입니다.
그때 즈음에는 장마가 시작되었겠죠?
과열된 대지를 식혀주는 빗속에 걸을 수 있길 고대합니다.
첫댓글 이번주도 멋진 대전의 모습 이렇게나마 함께 함에 감사드립니다.
다음부터는 대전의 모습도 좋지만
함께 하신 분들과 하신 풍류 모습도 넣어 주시길 간청하나이다^^
이교관님 다녀가셨네요^*^
여전히 저혼자 걷거나 가끔 동행하는 관계로 풍류가 개인연습수준이어서...ㅠㅠ
앞으로 함께 하는 분들이 좀더 늘어서 풍류그림이 좀 나오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공유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때 즈음해서는 이교관님도 함께 해주셔서 멋진 풍류자료 남기는데 실력발휘 해주실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