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멍드르멍>
-신명나라 맛집여행-
∎ 간보기
: 보말과 성게로 끓인 미역국이 주메뉴다. 보통 성게알미역국을 끓이고 보말은 칼국수로 따로 끓여내는데 여기서는 두 가지 재료를 합친 음식을 내고 있다. 성게알과 보말을 다 즐길 수 있다.
1. 식당 얼개
2. 맛본 음식 : 보말성게국(9,000원)
3. 맛보기
1) 전체 : 간단한 상차림이지만 제대로 된 제주음식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맛있는 음식, 성의 있는 음식, 제주 토속적 음식, 제주 사람 냄새 나는 음식, 추천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음식이다.
2) 반찬 특기사항 : 곁반찬은 네 가지다. 묵은지, 콩자반, 고사리무침, 호박무침. 이중 콩자반은 압권이다. 볶아서 졸인 콩에 작은 게가 들어 있다. 여기서는 ‘깅이’라고 한다는. 콩은 부드럽고 고소한 데다 게 맛이 스며 알찬 맛을 낸다. 게는 껍질째 씹히면서 콩과 어우러져 새로운 식재료의 조합을 즐기게 해준다.
3) 주메뉴 : 보말성게국에서는 보말보다 성게맛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성게가 보말과 어우러지고 또 미역과 얽혀서 국물은 깊은 바다내음 담긴 선미(鮮味)가 상큼하다. 뭍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바다맛이 혀에 남는다. 미역은 적당히 끓여 부드러운 식감에 성게와 보말맛이 잔뜩 배여 혀에 감긴다.
4) 반찬 : 묵은지 맛도 특별하다. 뭍 배추에 뒤지지 않는 싱그런 맛이 느껴진다. 호박도 생선과 함께 무쳐 제주 맛을 냈다. 제주도에서 고사리를 먹을 수 있는 것도 좋다.
5) 다른 음식 : 먹을 수는 없었지만 몸국, 보말죽, 깅이죽, 좁짝뼈 등도 이름만 봐도 회가 동하는 토속음식들이다. 몸국은 모자반국, 깅이죽은 작은 게죽, 좁짝뼈는 돼지갈비를 말한단다. 이 기회에 제주 음식 공부도 해야겠다.
보말도 낯선 해물이라 확인해 보았다. 주인아주머니는 손님들이 하도 물어서 끓인 보말껍질을 식당 앞에 쌓아놓고 보여준단다.
외국에 가야만 특별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내 나라 안에도 이렇게 식재료가 다양하구나. 무식을 새삼 확인한다. 한 끼에 하나의 음식만 먹어야 하는 것이 억울하다. 이름도 낯선 음식들은 얼마나 특별할까. 이것을 먹어볼 또 한 번의 여행이 가능할까.
4. 맛본 때 : 2016.10.
5. 음식 값 : 보말성게국 9,000원, 보말칼국수 7,000원, 몸국 7,000원, 고기국수 6,000원, 좁짝뼈 대 40,000원, 보말죽 12,000원, 깅이죽 12,000원 등등
6. 먹은 후
일본이나 중국에 가면 그곳의 음식을 제대로 먹기 위해 나름 즐거운 노력을 기울인다. 특히 중국에 가면 지역에 따라 차이 나는 음식을 안 놓치기 위해 애쓴다. 이번 상해 방문에서는 북경 훈둔과 상해 훈둔이 다른 것을 확인했다. 북경 훈둔은 만두처럼 빚어 넣는 건더기의 피가 흐물흐물하게 건새우 국물에 녹아드는데, 상해 훈둔은 물만두가 또글또글하게 맑은 국물에 그대로 나온다. 북경은 국물 위주의 훈둔을, 상해는 건더기 위주의 훈둔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상해의 훈둔은 우리 만두국같은 분위기라 친근감이 든다.
상해 음식은 북경보다 양이 적다. 그리고 북경보다 달고 짜지 않다. 북경 음식은 상해보다 푸지지만 짜고 거칠다. 음식의 특색이 그렇다는 말이니 식객의 기호에 따라 선택하여 즐기면 될 일이다.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음식은 여행의 또 다른 절정이다. 음식의 변화는 내가 집을 떠나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일상을 탈출해 있다는 것을 다시 실감나게 하면서 오감의 만족을 준다. 보는복(안복)에 먹을복까지 누리는 행운의 고마움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제주도에 오면 외국에 가는 공의 절반만 들이고도, 행복은 갑절로 얻는다. 아름다운 풍광과 이색적이면서도 편안한 우리 음식을 가까이 우리 속에서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제주도가 있어 얼마나 행복한가. 4.3에도 살아남은 제주도가 고맙다.
제주도는 한국의 하와이다. 늦게야 탐라국에서 지방으로 편입된 지역이다. 그런데다 뭍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어서 자신의 특성을 그대로 간직한 채로 지내왔다. 그러나 그 속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힘든 고통의 여정을 지나왔던가. 현대의 4.3을 거슬러 조선시대는 200년 출륙금지의 시대였다. 중산간 지역의 할머니들 태반은 평생 그 지역을 떠나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이런 폭력의 터널 속에서 함께한 말과 풍속은 그래서 더 빛나는 자산이 되었다. 그 자산의 한 자락을 지금 토박이맛으로 즐기는 셈이다. 제주도의 간고한 역사 여정에 동행한 바 없는 한낱 소시민 여행객이 누리는 이 향락, 숙연한 마음으로 감사한다.
이제는 지방화 시대다. 지방 문화가 소중하고 지방 방언이 소중하다. 관광객의 홍수라 해도 더욱 소중해진 제주도 말이 표준어에 윤색되어 분해되지 않고 제 색깔로 남길 바란다. 또한 무가의 세계적 보고라는 제주무가가 제대로 평가 받아 제값으로 빛나기를 바란다.
‘고르멍드르멍’은 ‘말하며 들으며’라는 제주말이란다. 보말성게국은 아주머니가 직접 개발한 음식이고. 보말과 성게를 한꺼번에 즐기게 해주려는 배려가 새로운 음식 탄생 배경이다. 문 연 지 5년여 되었다는 식당은 음식만이 아니라 제주말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름도 일방적으로 들려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말하면서 듣겠다는 것이다. 나는 맘대로 손님 배려가 이름에도 배였다고 해석한다. 음식의 풍미와 사람의 인간미가 담긴 식당이다.
음식점 옆이 비행장이어서 1층 높이로 낮게 뜬 비행기를 실컷 볼 수 있다. 특히 비행기의 아랫배를 볼 수 있어 순간에 동심 회복(?)이 가능하다. 종이비행기만 날려도 종일 신나게 놀 수 있는데 비행기 아래 뱃가죽을 이렇게 가까이 볼 수 있으니, 이런 때 환호성을 누를 만큼 점잖은 사람이 있을까. 더구나 이런 유희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다.
제주시 북쪽 공항, 비행기 이착륙 바로 그 지점에 음식점이 있다. 조금 걸어가면 용두암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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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상차림 모습과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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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하는 비행기
* 용두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