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녹화
를 앞둔 2일, <뉴스
타파> 제작현장이 되어버린 언론노동조합 사무실
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보통 사람의 두 배도 넘을 듯한 덩치의 프로레슬러 김남훈 씨가 먹을거리와 현금
을 들고 찾아와 '돈을 받아 달라'고 요구했고,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이하 앵커), 이근행 전 MBC 노조위원장과의 인터
뷰를 위해 기자들은 사실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첫 회 방송
후 인터넷
에는 '후원
계좌를 알려 달라'는 누리꾼의 요청이 줄을 이었고, 제작진이 이를 거부하자 김남훈 씨는 아예 직접 후원금을 전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노 앵커는 "수년간 일했지만 이 정도의 반응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뉴스타파>의 흥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해직 언론인들이 튼튼
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입증했다. 비참하게 무너지리라 우려되던(누군가는 기대했을) 해직 언론인들은 공중파
에 꿀리지 않는 뉴스 프로그램
을 만들어, 공중파가 보도
하지 않았던 내용을 보도했다.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반응은 그만큼 사람들의 성역 없는 보도에 대한 갈증이 컸음을 의미한다. '맛이 간' 기존 뉴스 프로그램은 이를 해갈하지 못했음을 역설하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은 정통 뉴스 포맷이다. 진행자
는 진중하고, 카메라는 <PD수첩>을 볼 때처럼 짧은 호흡으로 쉴 틈 없이 다양한 화면을 보여준다. 방송 첫 화면은 한국 언론인의 표상 고 리영희 선생
의 생전 모습이고 앵커는 청와대, 곧 우리 사회 권력의 정점을 차분히 주시한다. '인터넷 방송' 하면 떠오르는 발랄함과는 거리가 멀다.
<뉴스타파> 진행자인 노 앵커는 이러한 포맷을 "다분히 의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중파 뉴스보다 화질이나 스튜디오
세트의 수준이 떨어지는 <뉴스타파>가 이처럼 큰 호응을 얻는 모습을 통해 기존 방송 뉴스의 "보도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한계는 어쩔 수 없다. 부족한 인력
탓에 취재가 늦어져, 이날(2일)로 예정됐던 마무리 녹화는 다음날인 3일로 갑작스레 미뤄졌다. 3일 밤에는 2회가 나가야 한다. "밤을 새야할 것 같다"고 노 전 위원장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표정은 밝아 보였다. 다음은 노종면 <뉴스타파> 앵커와의 인터뷰 전문.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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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면 앵커와 이근행 PD. 두 전직 노조위원장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당장 인터뷰가 진행된 이날(2일)은 밀린 취재와 인터뷰, 녹화준비로 바빴고, 밤에는 촛불집회에도 참석했다. ⓒ프레시안(이명선) |
"공중파 뉴스도 우리처럼 할 수 있다"프레시안 : 오늘 예정됐던 녹화가 취소됐단 말을 들었다. 무슨 일이 생겼나?
노종면 : 취재가 늦어져서 내일로 미뤘다. 한 팀은 재능교육 인터뷰를 하고 있고, 다른 팀은 투표소 후속 취재 때문에 금천구로 갔다. 내일 방송한다고 공지해놨는데 큰일이네.
프레시안 : 바빠 보인다.
노종면 : 굉장히 빠듯하다. 우리가 첫 회를 내보내고 나서 처음 알았는데, 편집이 다 끝나도 이걸 인터넷에 띄우기 위해 압축하는 단계, 웹상에 업로드하는 단계가 있다. 각 과정마다 몇 시간 씩 걸리더라.
프레시안 : <뉴스타파> 준비는 언제부터 한 건가? 언론노조 차원에서 오랫동안 준비를 해 왔다고 들었다.
노종면 : 논의는 오래 전부터 했다.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에서 보도투쟁의 일환으로 해직기자들이 민실위와 함께 뉴스를 만드는 방안을 고민했었다. 비용 문제가 컸고, 해직자들이 결합 가능한 상황인지도 확인하기 어려워 생각만 있었는데, 작년 10월 말인가… 박중석 KBS 기자와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계획이 오갔다. 그리고 11월에 <뉴스타파>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프레시안 : 시기가 10.26 재보궐 선거와 딱 맞아떨어진다. 첫 보도 아이템도 그때 결정된 건가?
노종면 : 그건 아니다. 아이템 논의는 한참 뒤의 얘기다. 당시는 그저 방송 뉴스가 다루지 못하는 내용들을 우리가 하자는 거였다. 너무 많잖나. 4대강 사업, 세계 7대 경관 논란, 천안함 의혹, 고위인사 측근비리, 내곡동 문제…. 이들 중 일부라도 우리가 취재해서 기사화할 수 있다면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프레시안 :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송환경에서 일하게 된 셈이다. 원하는 수준의 시설이나 장비를 활용하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은 없나?
노종면 : 워낙 기술이 좋아졌다. 언론노조 예산으로 감당해낸다. 이거(애플 노트북) 갖고 뭐든 할 수 있더라.
어차피 최소한의 예산만으로 방송이 가능하리라는 판단을 내렸고, 스튜디오 장비와 같은 요소는 그리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우린 어차피 내용이 중요했으니까. 다만 이 한정된 장비로도 기존 뉴스 포맷과 똑같이 가자는 전략이 중요했다.
프레시안 : '공중파 뉴스도 (개혁만 된다면) 우리처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려 한 건가?
노종면 : 그렇다. 방송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고 '뭘 보도하느냐', 즉 보도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뉴스 시청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인터넷 뉴스인데) 딱딱하다'는 평가가 나오리라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진중하게 나갔다.
프레시안 : 사실 노종면이 <나꼼수>처럼 진행할 수도 없다. (웃음)
노종면 : 그렇지. 그런데 내가 기존 방송 뉴스 상식을 완전히 무시하는 건 아니다. 뉴스 형식이 내용을 규정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1분 30초짜리 리포트가 담아내지 못하는 걸 보도시간이 긴 리포트는 좀 더 느슨한 콘텐츠로 소화해낸다. <돌발영상>이 그랬잖나.
다만 지금 우리나라 방송 뉴스가 처한 문제는 그런 차원이 아니라는 게 핵심이다. 어차피 본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데, 그렇다면 방송 형식이 이렇다, 저렇다는 건 논외다.
프레시안 : <뉴스타파>를 보고 YTN 동료들은 뭐라고 하던가?
노종면 : 긍정적으로 보면 자극을 받는 것 같아서 다행스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뉴스타파)가 마치 예전 직장의 경쟁자가 돼 '우리가 하는데 너희는 왜 못 하느냐'고 공격하는 부류로 인식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우리의 목표는 옛 동료를 공격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방송사 기자들과 대립각을 세우려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언론인 전체가 처한 문제를 말하고자 한다. 상황이 이렇게 돼서 그 역할을 해직자인 우리가 맡은 것뿐이다. 누군가는 여전히 방송사 내부에서 징계 당하면서 싸우는 역할을 해야 하고, 누군가는 묵묵히 제작일선에서 뛰기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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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청와대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타파> 방송화면 캡처 |
청와대를 지켜보는 뉴스(<뉴스타파>는 따로 스튜디오를 만들지 못해 프레스센터 18층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녹화를 진행한다. 노종면 앵커가 걸터앉은 창 뒤로는 청와대가 보인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뉴스를 보는 숨은 맛은 리포트되지 않은 카메라가 함축하는 의도를 발견할 때다. 카메라가 내내 청와대를 응시하는 구도는 다분히 의도한 것으로 보였다. 그 이유를 물었다.)프레시안 : 배경화면으로 청와대를 잡았다.
노종면 : 그 생각은 아주 초기, 그러니까 우리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전부터 내부에 공유돼 있었다. '만일 프로그램을 정말 만든다면 무조건 저 화면으로 가자'고 했었다.
프레시안 : 이유가 뭔가?
노종면 : 청와대를 비추는 것 자체가 언론수용자나 현직 언론인에게 의미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이 청와대로 대표되는 권력의 핵심을 조명하고, 감시하라는 얘기다. 내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이미 많은 분들이 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한다.
프레시안 : 첫 회가 나간 후 누리꾼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50만 명 이상이 유튜브를 통해 이 프로그램을 봤다. 방송 후 반응도 매우 적극적이다. 이 정도로 뜨거우리라 예상했나?
노종면 : 솔직히 어느 정도 수치는 예상했다. 그런데 그 숫자의 의미는 몰랐다.
방송하던 사람들은 매체력을 시청률, 가구 수로 판단한다. 이 때문에 '조회 수 50만 명'의 개념이 어느 정도인지 특별히 와 닿지는 않는다. 사실 TV야 많은 시청자가 보지 않나. 예를 들어 KBS <9시 뉴스>의 시청률을 20%로 잡으면 전체 1500만 가구 중 300만 가구, 즉 600만 명 정도가 본다고 할 수 있다. 30만 명이면 1%고, 50만 명도 그 언저리다.
그런데 우리 조회수 50만 명과 지상파 방송 시청자 500만 명의 성격이 다르다. 숫자가 내포한 힘의 크기가 비슷한 것 같다. 시청자 수의 많고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보느냐가 중요하다. <뉴스타파>를 보시는 분들은 굉장히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제시한다. 내가 수년 간 앵커를 했지만 이 정도의 반응을 받아본 적이 없다.
프레시안 : 진중권 씨가 최근 <뉴스타파>의 보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노종면 : 우리는 다만 뉴스를 제작할 뿐이다. 뉴스 내용이 잘못됐다면 바로잡고, 아니라면 새 보도를 하면 된다. 다만 진중권 씨가 제기한 문제는 선거관리위원회도 주장한 부분이고, 그에 대한 우리의 재반박과 선관위 해명의 내용 등은 조만간 우리가 보도할 예정이다.
(<프레시안>이 언론노조 사무실을 찾았을 때 선관위 측은 해명자료를 들고 직접 <뉴스타파>를 찾아왔었다.)프레시안 : 선관위는 뭐라고 하던가?
노종면 : 항의는 없었고, 사실관계의 오류를 지적하지도 않았다. 우리 보도를 다 인정했다. 다만 '음모는 없었다. 실수였다'는 입장이다. 2회 방송 전에 이 부분에 대해 더 할 얘기는 없다.
"배석규 사장만 나가주면 된다"프레시안 : <뉴스타파>는 언제까지 진행할 건가? 복직도 해야 하는데?
노종면 : 일단은 할 수 있는 데까지 한다. 그 사이에 이 프로그램을 존속시킬 필요가 분명히 있다면 존속을 위해 노력하겠지. 지금 단계에서는 '복직하면 끝난다, 아니다' 이렇게 말하기 어렵다.
프레시안 : <용가리통뼈뉴스>는 어떻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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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 <뉴스타파>의 제호는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직접 작성했다. ⓒ프레시안(이명선) |
노종면 : 일단은 내가 새로운 제작시스템에 익숙해져야 한다. 내가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재개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지금은 그 시점을 3월 초순 경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게 가능할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겠다.
프레시안 : 최근 YTN 노조가 활발히 배석규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YTN 조합원 84%가 '새 사장이 선임돼야 한다'고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노종면 : 결국 회사구성원들의 의지가 회사의 미래가 된다. 앞으로의 YTN을 규정하는 것도 결국 구성원들의 의지고, 지금은 그 뜻을 보여주고 있다. 해직자들이 복직해서 구성원들과 함께 YTN이 더 나은 언론이 되도록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이번 주부터 해직자들이 비대위의 점심농성에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배석규 씨가 나가주기만 하면 된다.
프레시안 : YTN 노조가 CCTV 건으로 사측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제 양측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것 같다.
노종면 : 회사가 처음부터 시켜서 일어난 일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아무튼 중요한 건 언론사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언론사 간부에 의해 저질러졌고, 이 문제를 조기에 바로잡을 수 있었음에도 회사는 CCTV를 설치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웹캠 설치가 들통나니 CCTV를 설치해놓고 계속 직원들에 대한 감시를 방치했다.
프레시안 : 사측은 전산실 보안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강조한다. 직원들이 계속 움직이니 전산실을 맡을 사람이 없다는 게다.
노종면 : 그러면 지난 10년간은 안 중요해서 CCTV를 안 단 건가? 왜 굳이 배석규 체제 하에서 갑자기 감시가 필요해진 건가. 회사가 반성해야 한다.
프레시안 : 해직 언론인에 대한 지지세가 <뉴스타파>를 계기로 빠른 속도로 뭉치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이 노종면 개인을 응원하기도 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지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인 투쟁의 상징적 인사 중 하나가 된 것 같다.
노종면 : 당장은 <뉴스타파>에만 집중하고 있다. 누가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우리 내부적으로는 '도움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 입에서는 안 나오도록 하자'는 공감대가 있다. 일종의 금기어다.
다만 외부에서 나타나는 이런 자발적인 움직임이 언론운동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는 현상인 것 같다. 그런 움직임까지 방해하려는 건 아니다. 굉장히 중요한 에너지고, 이 에너지가 결국은 어딘가로 흘러가서 꽃을 피울 것이라 기대한다. 다만 <뉴스타파>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의 모습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겨우 방송 한 회 해놓고 도움을 받을지 말지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네. (웃음)
"<뉴스타파>, MBC 노조와 같이 간다"
노종면 전 위원장과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이근행 MBC 전 노조위원장이 취재를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이 전 위원장도 MBC의 공정방송을 위해 39일 파업투쟁 등을 지휘하다 해고됐다. 그 역시 노 전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뉴스타파>를 통해 오랜만에 현업에 복귀한 셈이다. 이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지속된 유례없는 언론탄압에 대해 개탄하다가도 이를 복수의 차원으로 환원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감 또한 분명히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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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행 전 MBC 노조위원장. ⓒ프레시안(이명선) | 프레시안 : 어디 취재하고 온 건가?
이근행 : 재능교육의 유명자 지부장을 만나고 왔다. 재능교육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장 투쟁이 1500일을 넘겼는데, 그 투쟁사를 들어보고 왔다. 많이 우시데. 여성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가 그렇게 긴 시간을 싸워왔는데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과연 뭘 해줬을까, 이들은 왜 이 영하의 날씨에도 길거리에 있는가, 이런 걸 조명하는 게 의미 있다고 봤다.
프레시안 : 이건 언제 방송되나?
이근행 : 내일 나간다. 아휴~. 너무 바빠.
프레시안 : 그래도 오랜만에 PD로서 제작일선에 돌아오니 좋지 않나?
이근행 : 힘들다. (웃음)
프레시안 : <뉴스타파> 첫 회가 나간 후 MBC 후배들이 뭐라고 하던가?
이근행 : 대박 터졌다고 좋아들 하는데, 놀리는 건지 정말 좋은 건지 알 수가 없네. <뉴스타파> 아이디어는 내가 MBC 노조위원장을 할 때도 논의된 바가 있다. 좋은 아이디어가 실행됐다.
프레시안 : 최근 파업에 돌입한 MBC 노조가 <뉴스타파> 제작에 참여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확인해보니 MBC 쪽이 다시 홀로 가겠다고 하더라. 어떻게 된 건가?
이근행 : 그런데 또 바뀌었다. (웃음) 다시 같이 가는 방향을 논의할 것 같다.
어차피 <뉴스타파>의 목적이 이 나라의 언론 기능을 제대로 돌려놓자는 건데, MBC도 마침 그런 싸움에 나섰잖나. 자연스럽게 MBC 노조원들이 결합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MBC 내부에서 자기들은 인력도 많고, 당장은 추락한 뉴스 이미지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 같다. 그래서 따로 가려 하다가 다시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다. 어떤 형태로든 결합해서 윈-윈 할 수 있을 것 같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 들어 발생한 언론인들의 대량해직 사태는 거의 '수난 시대'라 칭해도 무리 없을 듯싶다. 우리 사회가 나중에 이명박 집권기를 어떻게 기억할 것 같나?
이근행 : 나는 80년대 학번이다. 87년 민주화를 길에서 맞이했고, 입사한 후에는 방송민주화 투쟁을 다 봐 왔다. 그리고 20년이 흘렀다. 항상 하는 말인데, 난 정말 이 정도로 역사적인 퇴행이 가능하리라는 걸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를 포함해 한국 사회가 많이 순진했던 거지. 그만큼 우리 사회 안에 구체제, 구악이 사라진 게 아니라 잠복해 있었던 거다.
큰 틀에서 보면 결국 역사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겠지만, 우리가 이렇게 퇴행을 경험한 만큼 앞으로 우리 사회와 개인이 스스로를 경계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현 정권이 끝나면 철저한 청산과 치유가 필요하지 않겠나. 청산만 있어선 안 된다. 단순히 '때려잡자, 심판하자'는 말이 반복되선 안 되잖나.
프레시안 : <뉴스타파>에 대한 사람들의 열광을 비롯해, 최근 전반적으로 좌클릭을 열망하는 우리 사회 흐름을 무시할 수도 없잖나.
이근행 : 지나친 흥분은 피해야지 않겠나. <뉴스타파> 첫 회가 나간 후, 우리는 그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건데 그 뜨거운 반향을 보고 너무 놀랐다. 그만큼 이 사회가 사람들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 거지. 그런데 우리는 차분하게 가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이런 기대와 열망이 한편으로 굉장히 다이나믹하지만, 그만큼 불안정하고 후유증도 생긴다.
프레시안 : 무조건적인 반 이명박, 반 재벌 현상 등을 그렇게 해석하나?
이근행 : (맞다). 나는 진중권 씨를 좋게 볼 부분이 많다고 본다. 그간 우리 사회는 분단 이후 내내 대립과 반목과 투쟁의 역사를 보냈는데, 그렇게 싸우느라 가해자고 피해자고 모두 상처를 입었어. 지금 반 MB, 반 기득권 싸움하는 사람들이 항상 이 점을 경계해야 할 것 같다. 적대감의 발로가 돼선 안 되지. 우리도 마찬가지다. <뉴스타파>가 그런 식으로 방송을 하게 되면 자기파멸의 길이 될 것이다. 소위 진보, 좌파 운동이 그래서 더 어려운 것 같아. 싸우기도 힘든데 자기점검도 해야 하니. 아휴~.
프레시안 :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들이 김재철 사장을 계속 신임할까?
이근행 : 방문진, 정수장학회 이들이 엄기영 축출 선봉장이었고, 김재철 낙하산 당시 정권 대리인들이었는데 뭘. 기대하는 것 없다. 김재철 사장을 경질하면 좋겠지만, 지금 싸움은 단순히 김재철 경질로 완성되는 건 아닌 것 같다. KBS도 마찬가지 상황인데, 공영방송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립,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권력교체와 무관하게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보장되고, 사장 인사 독립성이 보장될 때까지 싸워야 하지 않겠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