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고령의 조선족 할머니
윤금선 선생은 언뜻 보아서는 온화한 표정의 곱게 늙은 할머니처럼 보인다. 자그마한 몸매 어디에 그토록 강인한 힘이 들어 있을까. 기공의 효과를 그는 존재 자체로 보여주는 것같았다. 부드러운 외모와 달리 그가 살아온 인생 역정은 근현대사의 파노라마를 보는 듯하다.
그는 1930년 경북 달성군에서 태어났다. 일제 강점시절, 가난을 피해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만주로 건너갔다. 만주에서의 고생은 이루 말할 길이 없었다.
"그때는 못살고 하니까 만주에 가면 밥은 먹는다고 해서 부모 따라 갔죠. 공부도 못 했어요. 한 3학년 하고 만주로 갔으니까. 나중에 중국 정부에서 교육을 다 시켜줬죠."
군의학교를 나와 군의관으로 근무하다가 퇴직 후에 유공자 혜택을 받아 지방정부의 후원으로 한의학을 공부하고 의사가 되었다.
중국은 55세가 정년인데, 정년 퇴임하기 전에도 기공에 관심이 많았어요. 한의사를 하다 보니까 이게 기공하고 관련이 많더라고요. 게다가 의사로 일하면서도 몸이 아주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우연히 접하게 된 기공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죠. 중국에서는 80년대 초반부터 기공을 중요시했는데,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기공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그는 정년퇴임 후에도 다른 병원의 초빙을 받아 의사로 계속 활동하며 본격적으로 기공을 공부했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였지만 밤잠 자지 않고 열심히 했다.
두서너 시간씩 자면서 낮에는 일하고 아침 저녁으로는 기공을 수련했어요. 동지섣달 새벽에도 밖에 나가 했으니까.
그 후 윤금선 선생은 길림성 학상장(鶴翔庄) 전업위원회 이사장직을 맡고, 중국기공과학연구회 특요회원(특이공능 기공사), 길림성 기공과학연구회 상무이사, 길림성 엄신기공 전업위원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며 제 2의 인생을 살게 된다.
기공의 가장 신비한 기술, 덕성(德性)
엄신 스스로가 가장 강조하고 다른 모든 기공과 엄신기공의 확연한 구분을 긋는 점은 바로 덕성(德性)에 있다. 엄신기공에서는 덕성을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친다. 기공기술이 올라가려면 덕성이 높아야 한다.
덕이 기공 기술에서 최고 기술이라는 것을 일반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해요. 그러나 여기에 바로 오묘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평상시 덕성이 좋고 남한테 거리낄 것이 없다면 이렇게 앉아 정공을 할 때 내 마음에 거리낌이 없습니다. 세상의 만사만물에 대해 거리낌이 없을 때 내 마음이 편하고 나의 원신(元神), 즉 본래 잠재의식이 활동합니다. 이때 내 오장육부도 다 조정되고 뇌파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오래 앉아 있고 오랜 기간 수련을 했어도 덕성이 높지 않으면 공법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기공 수련에서는 심신을 동시에 수련하는데 마음수련이 더 중요하다. 실제 고수들은 신체수련보다 마음수련에 70%, 많게는 90%까지 더 비중을 두었다.
"기공 수련자가 덕을 쌓지 않고 중덕(重德)을 지키지 않으면 모래를 삶아서 밥이 되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심성 수련을 경시하고 그저 공법에만 중점을 두면 아무리 오래 해도 기술이 올라가지 않을 뿐 아니라 건강장수도 어렵습니다."
"만사 만물이 모두 나의 스승이죠"
모든 사람이 나의 가족이요, 모든 만물이 나의 스승이다. 이것이 엄신 대사님이 요구하는 덕성입니다. 책갈피 하나도 내가 못 하는 일을 나를 위해 해주었으니 감사하고, 물컵이 있어서 내가 편하게 마셨으니 또 감사하고, 볼펜 하나도 쓰고는 제자리에 갖다놓고 감사하는 것입니다. 내가 못 하는 일을 이것들이 했으니 나의 스승인 것이죠.
기공사 양성반에서도 되풀이하는 말이지만 윤금선 선생은 기회만 있으면 늘 음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덕을 베풀려면 남이 모르게 베풀라는 것이다.
공덕을 자랑하는 것은 그저 조그만 복을 쌓는 일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건 덕이 아닙니다. 그는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에게 소리 없이 공능을 베푼다. 받는 사람도 행여 알아도 모르는 척 그냥 넘어간다고 한다. 그렇게 덕은 밖으로 내세우지 않는 것이다.
윤금선 선생은 모든 사물과 대화를 나눈다. 분별심이 없기에 우주만물과 의념@의식으로 대화가 가능하다. 아침에 뛰어넘는 고무줄과도 얘기하고, 방(房)하고도 얘기한다. 그래서 빗소리를 들어도 재미있고,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다고 한다.
"내가 수련하던 곳에 소나무가 있어요. 한국에 올 때 소나무하고도 인사하고 왔죠. "이제 가면 몇 년 있어야 돌아온단다. 안녕, 잘 지내렴." 그렇게 석별의 정을 나누어서인지 지난 번 이곳에서 야외 수련회를 갔을 때는 그렇게 소나무에 오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나무에 폴폴폴 기어 올라갔죠. 동자장수구보공을 하니까 내 몸과 마음은 항상 아이의 그것입니다. "
칠순 노인이 나무에 올라가는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
이름 없이 기공 보급하는 것이 꿈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것은 내게 어떤 특이공능이 있나 하는 것이고, 그걸 한번 보여달라는 거지요. 그렇지만 엄신 대사님도 절대 그런 것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해 보여주고도 싶지만, 이것을 남들이 아는 게 싫어요. 보여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될 수 있으면 내가 가진 의사의 기술로 보지 어떤 공능으로 보지 않습니다. 나는 점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저 보통 사람의 신분으로 강의하고 싶어요."
얘기를 듣고 보니 기공이란 그저 몸을 건강하게 하는 운동인 줄 알았더니 도를 닦고 깨달음을 닦는 일과 다를 바 없다.
"기공이 운명을 바꿉니다. 기공에 있어서 공법은 차후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내심 세계를 정화시키는 것입니다. 내심 세계를 정화시키려면 우선 도를 닦아야 합니다. 도를 닦지 않고는 아무것도 해결이 안 돼요. 가벼운 질병도 그렇고 난치병도 마찬가지죠. 내가 늘 얘기하지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입니다."
윤금선 선생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그는 기공을 통해 실제로 환골탈태(換骨奪胎)했다고 한다. 그는 기공을 수련하고 있거나 앞으로 할 사람들에게 꼭 당부할 말이 있단다.
"기공은 돈이 많이 들지 않아요. 돈보다는 정신투자가 더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건 한두 사람의 문제가 아닌데, 대다수가 생활이 상당히 불규칙합니다. 일반적으로 12시가 넘어야 잠자리에 들고, 귀한 아침 시간을 늦잠으로 버립니다. 아침 시간은 하루 가운데 양(陽) 중의 양(陽)인데 말입니다. 밤에 음(陰)을 취하지 않으면 음과 양의 균형이 맞지 않게 된다는 걸 몰라요. 또 음식이 너무 과도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소식소면입니다. 적게 먹고 적게 자고. 또 하나는 성질이 너무 급해요. 성질이 급해서 넓고 부드러운 마음으로 바꾸기 힘듭니다."
덕성 강조보다는 구체적 방법을 원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그는 이해한다. 그 자신도 처음 기공을 배울 때는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더 덕성의 중요성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되풀이하고 강조한다.
사람들은 자꾸 어떻게 하면 특이공능을 개발하고 천목(天目)을 열까를 생각하는데, 천목은 누가 열어줘서 열리는 게 아닙니다. 덕성이 높으면 내 몸의 진기가 날마다 쌓여가는 가운데 저절로 열리는 것이지요.
한국에 엄신기공 보급하는 것이 내 사명
그에게는 엄신기공과 꿈에 얽힌 두 가지 일화가 있다.
"우리 영감님이 암이다, 고혈압이다, 심장병이다, 죽는다, 산다 할 적에 내가 꿈을 꾸었거든요. 꿈에 엄신 대사님이 손바닥에 약을 세 개 놓아주면서 우리 영감님을 주라고 하셨어요. 그 다음날 영감님께 얘기를 하고 나니 일 주일 후부터 심장병이 낫기 시작해서는 그 다음엔 다른 병도 신기하게 낫는 거예요. 다른 하나는 병원 이름을 달라 하니까 엄심(嚴心)이라 이름을 받는 꿈을 꾸었거든요. 중국말로는 옌신으로 엄신(嚴新)과 발음이 똑같습니다."
지금 그의 마지막 사명은 고국 땅에 엄신기공의 씨를 뿌리내리는 일이다. 교포 1세라 국적 귀환도 가능하겠지만 자신이 평생을 살아오고 뿌리를 내린 곳은 중국이요, 그곳에 가족이 다 있다.
그는 지금 재단법인 한국정신과학연구소 기공분야 객원 연구원으로 초빙되어 중국인 제자와 함께 한국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중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엄신기공을 보급할 후계자를 기르는 일을 서두르고 있다.
그는 정신세계원 기공사 양성반 과정을 통해 배출된 몇몇 재목을 눈에 두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선뜻 그러한 그의 뜻을 이어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렇지만 졸업생들이 과정이 끝난 후에도 그를 계속 찾아오고 있고, 정신세계원을 통해 계속해서 새로운 인재들이 기공사 양성 교육과정에 참석하고 있어, 고향 땅에 엄신기공을 보급하고자 하는 그의 간절한 희망이 이루어질 전망은 밝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