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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예술) 박영욱, ‘메를로퐁티와 로댕’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의 예술사적 의의와 관련 있는 메를로퐁티 철학의 주요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 글이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감상자로 하여금 거친 질감 자체를 경험할 수 있게 해 주는 작품이다. 시각적인 조각 작품을 대한 감상자가 거친 표면에 반응한다는 것은 조각이 오직 눈을 위한 예술이 아닌 몸을 위한 예술로 바뀌었음을 나타낸다. 이와 같은 ‘생각하는 사람’의 의의는 메를로퐁티의 철학과 관련이 있다. 메를로퐁티는 몸에 주체의 지위를 부여한다. 그는 세계의 의미는 그 속에 뿌리박고 사는 주체인 몸에 의해서만 길어 낼 수 있다고 본다. 그는 몸의 경험을 ‘현상’이라고 설명하는데, 그에 따르면 ‘현상’은 우리가 흔히 실재하는 대상이라고 부르는 객관과 수용자인 주관이 결합해야 만들어지는 것이다. 현상은 주체 없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메를로퐁티에 따르면, 세상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모두 현상이다. 그에게 현상의 발생은 곧 ‘의미의 탄생’이다. 이는 동일한 대상이나 사건이 주체의 지향성에 따라 다른 현상, 즉 다른 의미로 지각될 수 있음을 나타낸다. 메를로퐁티는 지각을 몸의 총체적인 활동으로 세계에 참여하는 것으로 본다. 그는 몸에 축적되어 있는 체험을 바탕으로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직접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함께 지각한다고 말한다. 지각이 이루어지는 장은 ‘현상적 장’인데, 현상적 장에서 세계는 지각하는 주체나 그 대상과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메를로퐁티는 지각하는 주체는 세계에 참여해 세계의 의미를 파악한다고 보는데, 이러한 관점은 세계를 주체가 사유를 통해 이념적으로 구성한다고 보는 주지주의 철학의 입장과 다른 것이다. 메를로퐁티가 몸을 근원적인 것으로 내세운 데는 지성을 철학의 궁극적인 가치로 내세웠던 서양 철학의 전통에 대한 도전의 의미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