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 식탁에 소고기가 자주 올라 온다. 고기를 먹는 양상도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 국거리나 채소와 함께 요리하는 불고기가 아닌, 직접 불에 구워 먹는 ‘불판 고기’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1980년대와 비교하여 5배로 늘어난 육식 문화가 기후 위기를 초래한다고 하니, 이에 대해 잠깐이라도 생각해 보자.
우선 세계식량기구에 따르면 가축 부문이 내뿜 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14.5%’에 달하 는데, 이는 자동차·화물차·비행기·선박 등 ‘온갖 교 통수단들’이 내뿜는 온실가스 양과 거의 같은 양이다. 그중 41%는 소고기, 19%는 우유 때문이라고 하니 ‘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이산화탄소’ 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77%를 차지하고 있는데,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 따르면, 소(육우) 1마리가 1년에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 은 ‘차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20번 왕복’하는 분량 과 같은 1.6톤 정도라고 한다. 육우보다 덩치가 큰 젖소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43번 왕복하는 분량만 큼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반추동물이 내뿜는 온실 가스(사료, 분뇨 등)의 55%가 트림으로 나오는데, 그 중 소의 트림에 상당한 양의 메탄이 들어있다. 소는 초식동물로 소화가 잘 안되는 ‘옥수수껍질’이 나 ‘목초’를 사료로 먹는다. 이것을 소화시키기 위해 자는 시간 외에는 거의 온종일 되새김질한다. 입에서 타액과 함께 저작이 이루어지고, 첫 번째 와 두 번째 위인 반추위에 도착한 사료는 위내 미 생물과 여러 소화 효소에 의해 발효가 일어나는데 이때 메탄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소방귀로 배출 되는 그 양도 전체의 5~10% 정도 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5배나 강한 온실가스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까닭에, 유엔환경계획(UNEP)에서도 기 후 위기의 가속화를 완화하기 위해 육식을 줄이고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바꾸기를 권고했으며, 작년 IPCC는 ‘붉은 고기를 최대한 줄이고 견과류, 통곡류 위주의 식사를 하면 한 사람이 연간 최대 2톤 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라고 적극 홍보하 였다. 오늘날 1980년대보다 세계적으로도 2배가 늘어난데 비해 5배로 늘어난 우리나라의 육식 소 비는 경제적으로 잘살게 되면서 자연스레 급증해 그만큼 탄소배출을 증가시켜 기후 위기를 초래하는데 한몫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기후 위기’ 시대에 살고 있고 육식 위주의 식생활이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면, 식생활의 변화는 위기 극복을 위한 필수 선택이 아닐까. 어쩌면 육식을 줄여야 하는 절제가 미래 세대를 위한 ‘녹색 순교’의 한 방법일 수 있겠다.
기후정의(氣候正義)는 멀리 있지 않다. 작은 실 천을 함께 하는 우리가 많아질수록 생태계가 회복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비로소 미래를 희망할 수 있다.
이기성 로마노 / 사무국장 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2024년 1월 7일┃주님 공현 대축일 <빛과 소금>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