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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 3년만에 멜로드라마 주연을 맡은 한혜진은 "이젠 여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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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올 것이 온 거죠."
신예스타 한혜진(23)의 야무진 발언이다. 14일 첫 방송된 KBS 1TV 아침드라마 '그대는 별'(극본 구현숙, 연출 이강현)의 주인공을 맡은 소감이다. "기뻐요", "긴장돼요", "떨려요" 같은 평범한 대답을 예상했다가 한방 먹었다. 2001년 '프렌즈'로 데뷔한 후 첫 주연인데 이렇게 자신감이 넘치다니! 만만치 않다.
사랑엔 숙맥이에요
멜로드라마에 처음 출연한다. 사랑에 우는 비련의 여인, 하인경 역이다. 첩의 딸이어서, 출신성분에 대한 컴플렉스도 매우 크다. 게다가 이복자매 임지현과 김승수를 둘러싸고 3각관계에 휩싸인다. 이 첫사랑은 불행으로 끝난다. 2대에 걸쳐 3각관계가 되는 복잡한 내력.
극중 캐릭터는 우울하지만, 한혜진은 신났다. 악역 이미지를 벗을 절호의 기회다. 사실 한혜진은 그동안 사고뭉치, 말괄량이, 철부지 역만 맡았다. 이젠 '여인의 향기'를 내뿜을 수 있게 됐다. '비련의 여인'이 되면서 기대하는 게 있다. 엉뚱하게도 식당에서 공짜밥 얻어먹는 것이다. "아주머니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큰소리다.
스캔들 났으면 좋겠어요
스물 세 살 꽃나이인데, 진짜 사랑은 안해봤을까. 한혜진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소개팅을 두 번인가 했었는데, 모두 실패로 끝났다. "드라마에서도 키스신은 커녕 포옹 장면조차 없다"고 투덜거린다.
그럼 연예인 중에서 좋아하는 남자는 없을까. 뜸도 들이지 않고 "없다"고 잘라 말한다. 대신 좀 특이한 소망이 있다. "스캔들이 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같이 출연하는 김성수는 어떨까. "너무 편하고 웃겨서 좀…" 하고 일단 손사래를 친다. 친언니가 연예인과 사귀는 걸로 대리만족하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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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수(왼쪽)와 한혜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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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감정 표현은 책을 읽으며 익히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여류작가 에쿠닌 가오리의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 등을 읽었다. 공지영, 은희경의 작품도 좋아한다.
일에는 똑순이랍니다
'그대는 별'에서 한혜진은 사랑엔 실패하지만, 일처리는 똑부러진다. 본부인 고두심의 떡방앗간 일을 도와주다가 나중에 한과공장 사장이 된다. 낙천적인 성격이다. 진짜 가정에서의 역할과 비슷하다. 한혜진의 매니저는 "좀 과장해서 말하면 소녀가장"이라고 설명한다. 아버지가 IMF 때 건축업을 하다 실패, 인천의 함바집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한혜진이 돈을 벌어 서울 잠원동에 집을 장만했다. 게다가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언니들 시집보내야 한다. 8000만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데…" 하고 걱정하는 걸 보면, 영락없는 '가장'이다.
쉬는 날엔 집에서 뒹굴뒹굴
그래도 연기욕심만은 넘버1
한혜진은 잘 하는 게 별로 없다. 좋아하는 것도 거의 없다. 쉬는 날에는 그저 집에서 뒹굴뒹굴한다. 다시 물어보자 한참 생각한 뒤 "오래참기"라고 대답한다. 화나는 것, 졸리는 것 등을 잘 참는단다. 한 가지를 끈질기게 물고늘어지는 성격도 아니다.
한때 무술을 잘 한다고 소문이 났었다. 쌍절곤이나 발차기가 선수급이라는 것. 그렇지만 다 사실무근이다. 쌍절곤은 대학입학을 위해 2개월 정도 연습했지만, 미역국 먹고난 뒤 금방 그만뒀다. 재즈댄스나 요가도 맛만 보고 말았다. 20대 초반 여성치고는 참 '심심하다.'
그래도 연기 욕심 만큼은 넘버원이다. 주연 미역국을 여러번 먹었지만, 한번도 주눅들지 않았다. 그 뚝심으로 오늘도 톱스타를 향해 한 걸음 씩 올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