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간 : 2018.8.13.~8.23. 10박 11일
여행지 : 북해도 전체 주유
주요도시 : 삿보로, 아사히가와, 왓카나이, 아바시리, 시레도코사리, 쿠시로, 하꼬다데
여행방식 : 기차(레일패스 이용), 버스, 택시, 전차, 도보
1. 식당
심심찮게 일본인만 받겠다는 식당이 있다. 왓카나이에서도, 아사히카와에서도 만났다. 대마도에 갔을 때는 곳곳에서 만났다.
대마도에서는 한국여행객들 조용히 하라는 공지가 곳곳에 한국어로 붙어 있는 가운데, 식당에 일본어 하는 사람만 받겠다는 공지가 있었으니 아마 한국 사람들이 소란스러운 것을 참을 수 없어서 그런 거 아닌가 추측했다. 요즘 오버투어리즘 속에서 현지인과 관광객의 충돌 상황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아사히카와에서 들른 식당은 일본인만 받겠다는 공지를 내보이면서 이런 원칙이지만 특별히 당신들은 받겠다고 했다. 식당을 찾아 한참을 찾아 헤맨 끝이라 받겠다고 하여 먹었으나 기분이 썩 좋지는 않고 조심스러웠다. 이 음식점은 <거주옥>이었다. 거주옥은 식당이라기보다 술집에 해당되는데 술 안주가 식사 대용이 충분히 될 수 있는 곳이어서 식당과 별 차이 없이 이용하는 곳이다. 그러나 원래는 남자들이 퇴근 후에 집으로 바로 퇴근하지 않고 들러 술 한잔을 하며 이야기하는 곳이다.
거주옥은 남성 중심 문화, 음주 문화 속에서 지역 단골들 위주로 운영되는 전통적인 식당인 셈이다. 이러니 전통문화에 합류할 수 없는 이방인들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생겨난다. 자연스럽게 일본어 하지 못하는 사람, 외국인을 제한하고 한국인 거부로도 이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특정국가 사람 거부라는 관점보다 이방인을 거부하는 일본 토착문화라고 해석된다.
2. 집 주택양식과 전통
집이 북해도 전체적으로 비슷하다. 본토는 목조건물을 전통방식으로 짓는데 여기는 다르다. 자재도 목재가 아니고 마치 조립식 건물인 거 같은 느낌이 난다. 그리고 어디서나 집 모양이 비슷하다. 1층이나 2층으로 주로 지어서 상가 건물에서는 미국이나 캐나다에 온 느낌이 난다. 하지만 미국이나 캐나다 시골 건물은 대부분 목조건물이므로, 집의 품격에 있어 차이가 난다.
아이누도 아니고, 일본도 아니고 제3의 주거문화가 서양식으로 형성되었다. 바람도 많고 눈도 많고 추워서 이에 적합한 형태로 된 거 같은데, 결과적으로 일본적인 것을 주택에서 바라고 온 관광객에게는 실망을 준다.


* 위 사진은 삿보로에서 왓카나이 기차 여행 도중 촬영
* 아래는 왓카나이 시가지
3. 충전서비스
터미널, 역사 등에서 휴대폰 충전을 할 수 없다. 대부분 콘센트를 테이프로 붙여 막아 놓았다. 이렇게 충전에 인색한 납득할 민힌 이유가 있을까, 궁금하다.
공공 장소에서 충전을 하는 것을 '전기도둑'이라고도 한다는데, 우리는 커피숍이나 학교나 공항이나 충전이 대부분 가능하여 서비스 개념, 사회복지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으므로 인식의 편차가 있는 셈이다. 공공장소는 어차피 세금이 국민을 위해 쓰여야 하므로 당연한 것이고, 민간 영역에서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온전하게 하기 위해 충전이 개방되어 있으므로 일본인들의 인식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우리의 경우가 기본적으로 삶의 질을 더 높이는데 기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4. 카드 사용 제한
카드 사용이 제한되는 곳이 많다. 보통 정도의 식당은 대부분 현금을 요구한다. 버스 터미널에서도 카드로 계산이 안 된다. 적지않은 버스비를 모두 현금으로 내야 한다. '캐쉬온리', 관광객도 현금뭉치를 들고 다녀야 한다. 금융실명제가 실행되지 못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거 같다. 막판에는 태풍 19호 솔릭과 20호 시마론으로 혹시 발이 묶일까 염려되어 현금을 아껴야 했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별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거 같다. 상당한 금액의 호텔비도 현금으로 결제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현금 위주의 거래 방식은 보수 정치 위주, 바뀌지 않는 집권층의 지속성과도 관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같은 정권이 계속되면 눈먼 돈도, 감추고 싶은 돈도 적지 않을 것이므로 금융실명제, 카드 거래 활성화가 그리 반가울 거 같지 않을 테니 말이다.
5. 날씨
날씨 편차가 크다. 반팔에서 긴팔 쉐타까지 필요하다. 거기다 바람과 비도 변수다. 비와 바람이 있으면 체감온도는 매우 내려간다. 여름에도 간혹 바람 사이로 겨울을 읽을 수 있다.
아사히가와에서도 긴팔을 입었다. 왓가나베가 가장 추웠다. 기온이 15도 정도인데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서 체감온도는 12,3도 되는 거 같았다. 우산도 받을 수 없었다. 심한 바람으로 우산이 뒤집혀질 정도였기 때문이다.
시레도코사리에서 만난 이태리 단체 관광객들은 얇은 겨울 파카를 입고 있었다. 담날 날씨는 반팔이 적당했는데, 그런 두꺼운 옷을 입고 어떻게 버텼을까, 서양에 일본 안내는 조금 잘못되어 있는 게 아닌가, 설마 얇은 옷도 가져왔겠지, 오지랖 넓게 별 걱정과 의심을 다했다.
아바시리, 쿠시로 등에서는 반팔을 입었다. 쾌적한 초여름 날씨 수준, 그러나 하꼬다데는 완전 여름. 시원한 옷을 입고 에어콘을 찾아야 했다.
북해도 내에서도 기온 편차가 크다. 기온이 가장 안정적인 나라는 우리나라인 거 같다. 파리도 하루에도 몇번씩 변하는 날씨에 배낭에 반드시 덧옷을 넣어가지고 다녀야 했었다.
그래도 여름에 이만한 피서관광은 없는 거 같으니 만족해야 할 거 같다. 가깝고, 시원하고, 깨끗하고, 조용하니 말이다.


6. 시골 초등학교 구경 : 야구 축구 탁구
8월 19일 지금 시각. 시레토코샤리소학교 아이들. 맑은 8월 하늘 아래 야구 연습을 하고 있다. 일요일인데도 교사도 아이도 연습에 열심이다. 일본 야구가 왜 센지 알수 있다.
중국에서는 어디서도 축구를 즐기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그러면서 축구 공한증을 얘기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탁구를 하는 사람은 여러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탁구가 센 것이 당연하다.
7. 기차 여행
: 북해도 거의 전체를 기차로 돌아보는 여행이다. 2018.8.13~8.23.
기차로 이동하며 도착한 도시에서 하루씩 자고 다음날 아침 기차로 떠나니, 기차 로드무비를 찍는 거 같다. 스쳐지나가는 풍광과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즐거움이다.
1) 레일패스로 끊으니 전체 10일 정도에 40만원 선. 그중 7일분은 2만4천엔이었다.
그런데 마침 7일간 레일패스 할인 광고가 엄청나다. 내국인도 이 가격에 할인해준다는 광고다. 외국인 초점 가격을 내국인에게도 일시적으로 특별할인하여 관광을 유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7일분은 내외국인 차이가 없어져 외국인 특혜가 사라진 셈이 되었다.
2) 기차 종류
기차는 대부분 객차가 4량 정도 달린 것이 대부분. 두 번은 시내버스같은 기차도 탔다. 아바시리-시레도코샤리, 시레도코샤리-쿠시로 기차 2번이 그랬다. 문을 열고 달렸다. 천정에 선풍기가 달렸다. 좌석도 옆으로 2인이 앉는 자리 외에 전철처럼 서로 마주보며 죽 앉는 자리도 있었다.
덜덜거리고, 끼익 시끄러운 소리도 냈다. 갑자기 80년대로 돌아간 느낌. 그 기차를 통학차로 이용하는 남녀 고교생들을 만났다. 역을 물으니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이쁜 아이들, 고운 인간이 눈에 얼굴에 담겨 있다. 사람도 기차도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것 같은 기분이다.
3) 판매. 서비스
특급을 타도 대부분 판매원이 없다. 아사히가와-왓가나이 행에서는 물을 미처 준비못했다가 힘든 여행을 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물을 구할 수 없단다. 2분 쉬는 기차역에서 사오라고 했는데 간이 적어 내려 사지 못했다. 기차에서는 물을 구할 방법이 없단다. 기차에서 물을 구하지 못한다는 사실, 물을 반드시 먼저 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삿보로-하꼬다데 기차에서 판매원을 처음 만났다. 수레에 가지고 다니며 음료와 간단한 식품을 판다.
4) 단선 철로, 복선 철로
대부분의 길이 외길이다. 쿠시로에서 하꼬다데까지만 복선이었다. 와카나베에서 아사히가와로 돌아오는 길에서는 그 단선 길에서 작은 사고가 났다. 기차가 2,30분을 멈춰있었다. 외국어 없는 일본어 안내방송만을 하는데 알아들을 수 없었다. 뒷좌석의 젊은이에게 물어보니 사전을 찾아 번역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기차가 사슴을 치었단다. 처리 과정에 시간이 걸리니 안심하고 기다려달라고.
야생동물의 천국에서 기차는 난폭한 틈입자이다. 단선철로가에 철길 따라 늘어져 있는 전선과 전봇대 덕분에 사진 찍기가 힘들어 내심 불만이었는데, 단선 철로에서도 사고가 난다. 인간이 좁은 길만 빌렸는데도 동물들에게는 엄청난 침략이다.
5) 기차 안내방송 : 일본어 영어 중국어 방송
일본어, 영어, 중국어로 한다. 한국어는 없다. 외국인 손님 중에 분명 한국인이 많아 보이는데 한국어 방송은 없다.
중국어 방송을 들으니, 도시이름을 중국어로 그대로 읽어 말한다. 삿보로, 한자 발음 '찰황'을 삿보로라 하지 않고 '챠황'으로 읽는다. 고유명사의 발음을 존중하지 않는 중국어 위주의 방송이 일본 내 기차에서도 그대로 실현된다. 일본인과 중국인이 만나면 같은 한자를 쓰면서 고유어도 서로 다른 발음으로 읽어 소통이 어려울 거 같다.
영어 방송은 참 재미있다. 일본지명을 그대로 발음하는데 억양이 완전히 미국인에 의해 창조된 스타일이다. 언젠가 게그콘서트에서 본 게그맨의 이상한 발음이 바로 이것을 흉내낸 것이었구나, 싶다. 일본어는 대체로 2음절에 강세가 온다. 그런데 4음절의 경우 3,4음절에 강세를 두어 발음이 일본식과 완전히 달라진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원음을 중시하여 방송한다. 그런데 중국어 방송은 발음도 성조도 어조도 완전히 중국어 방식이다.
중국의 고유명사 발음 정책이 일본 내부에서 충돌하는 셈인데, 결국 일본이 본토에서도 중국식을 허용해 자국의 지명이 중국발음으로 바뀌어 버린 결과가 되었다.
8. 도시 비교
사람 냄새가 가장 많이 나는 도시는 하꼬다데다. 생활과 인생이 촘촘이 배여 있다. 그래서 역사의 향기가 난다. 북해도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도시답다. 미술관에서 '달리' 전시를 하는 규모도 거기서 나오는 거 같다. 도시 전체로 전차가 지나다녀 사람을 늘대고 실어나른다. 전차요금은 만만치 않아도 그렇게 섞어놓고 교류시키는 힘은 교통에서 나온다.
인형을 가지고 옆에 앉은 아이는 선물을 한사코 엄마가 사주지 않았단다. 산타클로스가 사주어서 편지를 썼다고까지 한다. 그런 누나를 바라보는 남동생의 눈은 더 검다. 아이들은 그렇게 자라며 역사를 잇는다. 하꼬다데의 역사도 그렇게 이어진다. 아빠는 관광객의 짧은 일본어를 열심히 딸에게 통역한다. 덕분에 가족의 애정이, 일본의, 인류의 힘이 더 잘 느껴진다. 아이 가족을 먼저 내려놓고 전차는 미술관까지 갔다. 전차가 토해내는 사람들 속에는 미술관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서 이 도시의 냄새를 맡는다. 이 냄새는 또 이렇게 도시의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