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만두>
지역마다 오랜 중국집 하나씩은 있다. 대부분 그 지역 사람들의 어린시절 추억과 연계되어 있다. 졸업식날 먹던 짜장면, 가족회식에서 먹던 탕수육, 그리고 만두 특화집이라면 야끼만두 등의 음식과 중국집의 분위기가 연동되어 있다. 전주는 진미반점, 홍콩반점, 그리고 만두집으로 일품향이 바로 그런 집이다. 일품향의 만두는 지금 먹어도 맛있다. 그때와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그때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수원의 수원이 바로 그런 집이다. 변하지 않는 만두맛을 간직하고 있는 집, 우리 만두와의 보완을 이루는 집, 수원에서 만두와 중국음식을 맛본다.
1. 식당얼개
상호 ; 수원만두
주소 :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창룡대로 8번길 6
전화 : 031-255-5526
주요음식 : 중국음식
2. 먹은날 : 2021.11.9.점심
먹은음식 : 야끼만두 8,000원, 찐만두 8,000원, 소고기탕면 등등
3. 맛보기
요즘은 우리말로 군만두라고 하지만 오래 전에는 야끼만두라고 일본어를 섞어 말했었다. 야끼만두가 주는 이미지는 추억의 그것과 닿아 있다. 야끼만두가 어릴 때 그 만두의 외피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곱게 노릿노릿 안쪽은 부드럽게 구운 만두피, 속과 피가 적절하게 섞이면서 최상의 식감을 만들어낸다. 속의 풍부한 맛과 피의 고소한 맛이 어우러지니 환상의 맛이 난다. 만두피는 약간 도타워 쫄깃하고 탄탄한 느낌이 더 난다.
한쪽은 바삭하게 다른 한쪽은 부드럽게, 튀긴 것이 아니라, 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구워 만든다. 그야말로 군만두다. 만두피의 쫀득쫀득한 식감이 고소한 맛과 어우러져 높은 맛을 낸다.
물만두. 한눈에 두텁고 쫄깃한 만두피의 식감이 느껴진다. 속은 육즙은 별로 없지만 향긋하고 진한 맛이다. 느끼하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만두소와 피가 잘 어우러진다.
소고기탕면. 만두를 빼면 이 집의 대표음식이다. 뇨러우미엔, 대만의 대표음식으로, 대만 이름을 걸고 중국에 진출한 음식, 그리고 면이 유명한 란저우의 라미엔으로 조리되는 음식이다. 그러나 중국 사람들은 란저우 국수보다 대만식 국수를 더 좋아한다. 대만식이라는 간판을 대문짝만 하게 걸어놓고 영업을 한다. 대만에 가면 면의 대명사로 어느곳에서나 1번음식으로 자랑하는 보편적인 음식이 뇨로우미엔, 소고기탕면이다. 대만 유학생들에게는 추억의 음식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대만과 홍콩은 세련되고 고급한 이미지와 연계되어 있다. 미장원도 홍콩식이면 더 비싸다. 음식은 대만식을 선망한다. 정치적인 장애가 음식에서는 사라져 대만 국수, 대만 찻집은 손님이 넘친다.
이집은 대만식 분위기가 나지만 이 면은 대만식은 아닌 거 같다. 이렇게 고기가 넙적하게 나오지도 않고 국물도 빨간색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만식에서 기본을 빌려와 한국식으로 개조한 한국식소고기면이다. 그렇다고 라면 소고기면과 비슷하지도 않다. 중국 작장면과 짜장면의 거리는 아니지만 대만식 면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우리식 탕면이다.
다행히 입맛에 맞는다. 개운하고 고급스럽다. 대만식 중국음식도 이곳에서 개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식 중화요리다. 소고기를 이렇게 얇고 풍성하게 넣는 것도 대만식도 북경식도 아닌 한국식인 거 같다. 한국적이면서 이국적인 맛의 변신은 이렇게 이루어지고 있다.
해물잡탕밥, 해물과 야채가 풍성하게 들어 있다.
중국식 실내장식이 눈길을 끈다.
4. 먹은 후 "한식같은 중식"
수원만두, 지명 水原이 아니고 壽園이다. 水原에 있는 壽園, 목숨동산, 장수의 동산이니 파라다이스, 천국이다. 수원에서 발음만 빌려오고 뜻은 새로 만들어냈다. 발음이 같아 수원과의 친연성을 높이고, 터주대감으로서의 위상도 높이면서 수원시민에게 편하게 다가간다.
중국음식이 딱 그러하다. 중국음식인가 하면 정통은 아니고, 한국음식과의 거리는 있고, 중국에 가서는 중국음식 못 먹는 사람들에게도 한국의 중국음식은 한식만큼이나 친하게 다가온다. 거기다 모두의 추억 속에는 중국음식과 식당이 들어 있다. 한식을 넘어선 음식을 먹고 싶을 때, 다가가는 곳, 정통중국 음식이 부담스러워도 먹기 좋은 곳, 그렇게 한국과 중국의 문화적거리를 좁히면서 한식의 확장도 함께 이룬다.
샌프란시스코에 가니 한국에서 온 중국집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손님은 교포만이 아니다. 흑인도 백인도 모두 같이 즐겁게 먹고 있다. 한국화된 중국음식이 미국에서도 먹히는 것이다. 한식이 스며드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중국음식은 그 자체로, 혹은 변형도 변형대로 의미가 있어서 누구에게나 편한 음식으로 누구나의 壽園, 장수동산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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