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도화지를 끼고 몽골에 왔다
화려치도 않고 특별한 건 없었다
있는 건 하늘, 거친 땅, 먼지와
현기증 나는 광야만 있을 뿐
지금도 흙먼지 날리며 달렸던
공기가 코를 간지럽힌다
거기서 난 뒤를 돌아보는 반복 행동을
하였다
먼지를 마시며 덜컹 진동과 함께
다소곳이 평화가 한 자리 들어왔던
따뜻함을 풀어 본다
어지럽게 연결된 색색 끈을 주머니에 넣어
실그늘도 없는 땡볕에서 모래 고명을 얹어 컵라면으로 채우고
머리는 동서남북 벽치기 하며 9시간째 태초를 구경한다
세상 이야기 먼지가 되고
해묵은 빨간, 보라,회색끈 하나 하나 놓아준다
지평선을 따라 왔고
슬금슬금 뒷걸음 치며 경주를 한다
지평선은 가까울 수 없는 하늘이었다
만지기 어려운 소중한 사람이었다
소음이 없는 사이 뭉게구름, 새털구룸 쉬러 내려 왔다
오색과 달콤은 없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내 발이 진실이다
세상 빛을 보는 찰나
운명적인 부모 문신
천연 쌍꺼플
음식 묻었다고 오해 받는 아랫 입술 검은 점
심장 오른쪽 귀퉁이 까칠한 문신
문신 지울 수 없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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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져야 하는 돌덩이를 안고 도착했다
손바닥만한 나무 곁에서
날카로운 가시를 토해 내고
슬픈 노래를 놓아 주었다
훨 훨 날아라
훨 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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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과 밤
밀물과 썰물
하루 역사다
함부로 흘려 보내지 말라
순간이다
순간 순간이 커져 풍선으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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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시간이다
궂은 것도 다 보듬어 안을 수 있어
넓어진 가슴으로 소리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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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건지
가는 건지
바람만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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