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틸다
<로알드 달 글 / 퀸틴 블레이크 그림/ 김난령 옮김 / 시공주니어 2000.10.25.>
발제자 김두연 2020.12.10
10년 가까이 책모임을 해오면서 외국작가의 책을 여럿 읽어 왔지만 놀랍게도 <로알드 달>의 책은 처음이다. 우리집 책꽂이에 여러 해 묵혀있는 책 중 ‘로알드 달’의 책도 여러 권이다. 작가의 인기있는 책들 대부분이 영화로 제작되어 대중화 된 탓인지 영화 ‘찰리의 초콜릿 공장’을 서너 번 씩 보는 딸에게도 책을 권하진 않았었다.
처음 <마틸다>를 읽는 중엔 여러 가지로 불편했다.
범상치 않은 대여섯 살의 여자아이 마틸다, 천재라 불리기 충분한 아이의 능력에 신비한 힘까지 가졌으니 현실과의 괴리가 컸다. 게다가 마틸다에게 권력을 휘두르기 충분한 어른(웜우드부부, 트런치불 교장)들은 하나같이 가학적이고 정상적이지 못한 모습이라 더더욱 그랬다.
괴팍하고 교양없는 웜우드 부부가 자신의 어린 딸을 ‘이마에 난 부스럼 딱지보다 못한 존재’로 여기며 학대하고 방임하는 모습, 남을 속여 돈을 벌면서도 조금의 죄책감도 없는 웜우드씨의 뻔뻔함과. 여자애란 모름지기 어떻게 하면 매력적으로 보이나 그런데 신경을 써야 나중에 좋은 남편과 결혼할 수 있다고 말하는 웜우드 부인을 보며 기가 찼다.
학교에서 만난 트런치불 교장은 사나운 폭군에다 흉악한 괴물이였다. 자신의 조카인 하니 선생님의 유산을 가로채고 학대한 파렴치함에 소름이 돋았다.
이런 환경에서 마틸다는 미치지 않고 살기 위해 ‘소소하고 유쾌한 복수’를 선택했다.
악동같은 마틸다의 복수가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이라도 미칠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엉뚱하고 우스운 장면에서 몇 번이고 통쾌함을 맛보게 된다. 어쩌면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현실에선 마틸다의 복수가 통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로알드 달은 ‘소설가라면 가져야 하는 혹은 가지려고 노력해야 하는 7가지 자질’에서 어린이 책을 쓸 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예리한 유머 감각’이라고 했다.
책 속 마틸다와 허니 선생님의 대화를 통해 작가는 확실히 얘기하고 있다
“너는 어린이 책은 반드시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네, 선생님. 어린이들은 어른들만큼 생각하지 않고, 또 웃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작가는 유머의 힘을 믿었다. 어른에게 억압 된 약자인 아이들에게 작품 속에서라도 해방감을 맛보길 바랐을 것이다.
부모의 방임으로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마틸다에게 책은 친구였고 세계였다.
작가는 마틸다를 통해 독자들이 책의 미덕에 대해 깨우치길 바랐다.
마틸다는 책을 읽으면서 엄마, 아빠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인생을 바라보는 눈을 떴다. 만약 엄마 아빠가 디킨스나 키플링의 책을 조금이라도 읽는다면 인생에는 사람을 속이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담겨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텐데,(p37)
독서로 나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가장 큰 변화는 사춘기 딸과의 대화가 순조롭고 조금은 덜 꼰대가 되었을 정도, 여느 부모보다 아이의 마음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을 정도, 내 아이를 믿고 기다릴 힘을 얻은 정도라고 말하고 싶다. 대단한 성장임에 틀림없다.
중학생이 되어 책과 점점 멀어지는 딸을 안타까워하며 오늘도 얼마 전 읽고 괜찮다고 생각한 책(설이 /심윤경/ 한겨레출판사)을 권해 본다. 심드렁한 표정의 딸은 뭔가를 가르치려 드는 책은 재미도 없고 더 이상 읽고 싶지도 않다고 대꾸하곤 스마트폰에 빠져들었다.
책읽기는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나와 딸의 줄다리기 같다. 이제 나보다 몸집이 큰 딸이 쉽게 딸려올 리 없으니 그 즐거움을 스스로 찾기를 기다려야 하나보다.
◆이름에 담긴 이야기
<마틸다>에 등장하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이름에는 재미있는 뜻이 숨어 있다. 부모님의 성인 웜우드는 wormwood라고 적는데 벌레worm, 나무wood의 합성어, 나무에 사는 벌레 같은 인물을 의미한다.
트런치불 교장은 Trunchbull은 곤봉truncheon과 교도관bull을 섞어 놓은 이름으로 괴팍한 성격처럼 무시무시한 이름이다. 반면 허니 선생님의 Honey 말 그대로 꿀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의미라고 한다.
◆작가소개
로알드 달은 ‘에드가 앨런 포’ 상을 두 차례, 전미 미스터리 작가상을 세 차례 수상하였으며 20세기 최고의 이야기꾼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제2차 세계대전에 영국 왕립 공군의 전투기 파일럿으로 참전했다가 이집트에서 격추당해 "머리에 기념비적인 한 방을 얻어맞고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현대 동화에서 "가장 대담하고, 신나고, 뻔뻔스럽고, 재미있는 어린이 책"을 만든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으며, 구미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으며, 구미 어린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손꼽히고 있다.
1916년 10월 3일에 영국 사우스 웨일스의 릴란도프에서 태어나 영국의 잉글랜드에 있는 렙턴 스쿨을 다녔다. 부모는 노르웨이 이민자들이었다. 재기와 상상력으로 충만한 꺽다리 소년이 억압적인 학교 교육과 충돌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나가는 성장기 이야기는 그의 자전소설 『보이』에 잘 그려져 있다. 렙턴 스쿨을 졸업하고 대학 진학 대신 그는 석유회사 쉘에서 일하게 되었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영국 공군에 지원하여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워싱턴 영국 대사관의 공군 무관으로 부임한 뒤, 정보국으로 옮겨 공군 중령으로 종전을 맞았다. 1942년 이집트에서 전투기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도중 격추당해 '머리에 기념비적인 한방을 얻어맞고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글을 쓸 것을 결심하게 된 것은 이 때 자각 포레스터를 만나면서부터라고 한다.
1943년 그가 처음으로 쓴 어린이책은 『그렘린』이다. 디즌니 만화 영화대본용으로 출판된 이 그림책은 스물다섯의 로얄드 달에게 엄청난 성공을 가져다 주었지만 그는 사실 이 책을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어린이책 데뷔작은 1961년에 출간한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렘린』이후 15년 동안 주로 성인을 위한 단편작품을 썼고 '뉴요커', '하퍼지'에 자신의 작품을 발표했다. 작가는 두번째 단편집 『당신을 닮은 사람』으로‘에드가 앨런 포’ 상과 전미 미스터리 작가상을 수상했다. 골수 이형성 빈혈이라는 희귀병을 진단받고서도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심술궂은 목사님』, 『나의 생애』등 왕성한 창작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1990년 11월 23일 74세의 일기로 영면하였다.
그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등의 책을 통해서 현대 동화에서 '가장 대담하고, 신나고, 뻔뻔스럽고, 재미있는 어린이책'을 만든 작가라는 평을 얻었다. 지금도 구미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손꼽히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인기가 매우 높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발간 당시 중국에서 200만부가 팔리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대표적인 작품인『제임스와 슈퍼 복숭아』, 『내 친구 꼬마 거인』,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 들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그 외에도 『멍청씨 부부 이야기』, 『창문닦기 삼총사』, 『아북거, 아북거』, 『할머니를 삼켜버린 마법의 약』 , 『거꾸로 목사님』 , 『멋진 여우 씨』 같은 동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