낼모레가 명절이라 차도 점검하고, 세차도 하고, 목욕도 하고 이발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시골아저씨 설쇤다고 읍네에서 때빼고 광낸것 같아 괜히 웃음이 나왔습니다.
언제나 시골 고향 가는 마음은 설레게 합니다.
이발하러 오랬동안 블루클럽을 이용했지만,
오천원에서 천원오른 이후로는 여기저기 떠돌아다녔습니다.
꼭 가격만이 아니라,
초보들이 잠시 왔다가 걸쳐가는 곳인가 미용사가 너무 자주 바낀 것도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구관이 영관이라고 가깝고 싸고 그래서 얼마전부터는 다시 여기를 가게되었습니다.
오늘도 전담 미용사는 없고 새 아줌마가 깍아줬습니다.
역시 초보인가보다.. 하고
이상하게 많이 망가지지 않도록
많이 치지 말고 다듬어만 달라고 정확한 주문을 했습니다.
식 웃으면서, 수긍을 하더니 손놀림이 좀 달라보였습니다.
한참을 깎더니,
"머리가 곱슬이네요.
이런 머리는 숱을 솎아내면 안됩니다..세번와서 한번정도 솎아내면 좋아요..
일주일은 모양을 유지하는데 바로 삐져나와 부시시해보이거든요.."
엥?
항상 내 머리스타일의 문제가 바로 이거였는데...
늘 정돈되지않는 머리때문에 고민이었는데..
그 이유를 바로 말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랬동안 미용실을 들락거렸는데도 이 이야기를 해 준 사람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숱이 많이 솎아내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좀 지나면 또 미용실을 와야하고.. 너무 자주 오게 되었습니다.
손놀림도, 맨트도 적절해 좋았는데..
결정타는 마지막..
다 자르고 난 뒤 뿌듯해 하시면서..
'참 잘 잘랐네요.. 그렇죠?"
"네 맘에 드네요. 좋네요."
"호호.. 여기에 인물만 좀 받쳐주었더라면... 훨씬 나았을 텐데.. "
헉..
"농담이신거 아시죠?"
"하하하.."
웃었지만, 이것도 내 고민이었습니다.
새옷을 사러 가서..
뭘 입어도 어울리지 않는 모습에... 편안 옷위주로 고을 수 밖에 없었던 비애가 있었습니다.
그놈에 옷걸이 얘기를 또 들었습니다.
작고 짧아서... . 아무리 비싼 옷도 내가 입으면 언발란스한 싸구려 옷이 되고 말았습니다.
요즘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오늘 미용실 아줌마와 나눈 몇마디가 유쾌했습니다.
집이 수원이라 명절때 귀성, 귀경길에 한번 동참해보는게 소원이었는데..
시집을 전라도 순창으로 가서.. 소원성취했다고...
요즘은 자주 못내려가지만,
시골 내려갈때마다 홀로계신 시아버님 생각에,
염색약이며 퍼머도구를 가지고 가서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 다 해오고 있다고..
바쁘면 고추밭에 가서도 일부러 해주고 온다고..
참 마음씨 고운 헤어 아트스트였습니다..
15분만에 미용실 아줌마에서 헤어아티스트로 호칭이 바껴버렸습니다.
수없이 드나드는 환자분들에게 기본적인 원리하나 알려줌 없이
매너리즘에 빠져 진료하는 것은 아닌지 조용히 되돌아보게 됩니다.
아.. 하고 무릎을 치는 깨달음이 있는 진료..
그래서 진료실 상담 기억만해도 웃음짓게하는..
전문성과 인간성이 겸비된 그런 한의사말입니다..
첫댓글 ㅎㅎ가슴에 와닿는 경험담인데요?ㅋ미용사의 실력은 일주일 후에 검증되겠네요. 저희 동서도 미용사인데 명절때마다 시부모님 머리해드려서 사랑을 독차지 해버렸어요.ㅎㅎㅎ
형님, 사람이 옷걸이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몸에 밴 인격으로 사는 것 형님이 잘 가르쳐주고 있습니다요. 영화배우 같이 생겨도 살다보면 그놈이 다 그놈이랍디다. 원래 안이 부실해지면 바깥에 더 신경이 가는 것이 고래로부터 인지상정아니겠습니까요. 형님의 수더분한 외모가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측면도 있을 듯 ㅎ. 즐겁고 가슴 설레게 살고 싶네요. 형님도 행복하게 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