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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1월6일, "의성우체국장에 명함"의 인사발령을 받은지 한 달 지난 2월,우표문화 발전을 위한" 순회우표전시회"가 의성에서 열리게되었다.
그 때 우표전문가의 간곡한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 가지고있던 ,외국 인사들이 보내준 의미있는 편지와 사진을 묶어 별도의 틀에 전시하게되었으며,그 전시회를 관람한 의성고등학교 1학년 김성봉군이 내 방 문을 두드렸다.
김군은 내게 영국 사람들과 pen pal을 하고싶으니 도와달라고 애원하듯 호소하였으며,또한 김군은 영어 실력이 뛰어난 학생임을 금방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진지함이 돋 보였다.
World Student Club의 회장인 김군은, 남녀고교 학생들과 W.S.C를 활용하여 이미 외국 학생들과 활발한 서신 교류에 힘쓰고 있었다.
나는 서울 정동에 있는 '주한영국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무관인 헤크워드(Brigadier. T. W. Hackworth)공군 준장에게 김군을 도와달라고 부탁하였으며,그로부터 약 한 달 뒤,영국에 있는 6.25 참전재향군인회(British Korean veterans Association,이하 B.K.V.A라 부름.)의 대표(E.R.LEE)로 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그 편지에 너무 놀라 한동안 넋을 잃을 뻔 했다.
편지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김군은 나와 아무런 상의 없이 ,내가 영국군한국전참전용사(B.K.V.A)들을 초청하여 성대한 환영 행사를 거행하며, 호텔 비용등 체재비 일체를 책임지는것은 물론 ,주요기관 방문 ,유서 깊은 곳의 관광 주선등...일체의 편의를 제공하겠으니 주저하지 말고, 우리나라를 방문해도 좋다는 ...,초청에 대한 감사 편지였다.
며칠 후, 주한영국대사관 무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위 편지 내용에 대한 감사의 말을 되풀이하며 모쪼록 좋은 환영행사가 거행되기를 바란다는 주한영국대사의 뜻을 전해주었다.
나는 하나님께 기도하며, B.K.V.A 회원들과 김군 모두에게 낭패가 되지않도록 김군 학교의 정해걸 교장(나중에 민선군수 3선 역임)을 방문하여 비상대책을 함께 강구하였다.
학교장은 흔쾌히 이 어려운 과제를 나와 함께 풀기로 다짐하고 ,그 날 부터 신태근 군수,송락현 경찰서장,김한기 교육장,정종하 재향군인회군지회장(현 모교 재단이사장),관련 기관 단체장등을 방문하여 B.K.V.A 회원들의 영접에 적극 협조하여 달라고 간청하여 긍정적인 해답을 받아냈다.
또한 이종산 경북체신청장, 오 명(전 과학기술부총리)장관께 저간의 사정을 보고하여 예산지원은 물론 치하와 격려를 받았다.
4월 초순,백발이 성성한 B.K.V.A 회원들이 모자와 옷에 각종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김포국제공항에 내렸다.
김군의 신상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여 간단히 설명하면,김군은 집안이 어려웠으나 머리가 명석하여 공부를 잘하는 모범학생었지만,중학교 때 불량배에게 폭행을 당해 뇌 수술을 받았으며, 그 후 회복은 되었으나,가끔 기상천외의 돌출 행동을 하여 주위를 놀라게 하는, 어쩌면 아주 가엾은 학생임을 정해걸 교장으로부터 듣고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9명의 노신사들을 인솔하여 동대구 역에 내렸고, 정 교장은 제일 좋은 승용차 넉 대를 준비하여 분승하고 양국 국기를 게양한 채 시골 길을 달렸으며, 경찰 호위차량이 앞서 달리므로 儀典의 白眉를 장식해주었다.
그 날 저녁 환영행사는 신태근 군수의 호의로 성대하게 진행되었으며,
이상배(현 국회의원)도지사의 기념품 전달, 체신청장의 환영사,학생고적대의 연주등 참석한 각급 인사들과 W.S.C회원들은 한국전참전용사들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다음 날 부터 나는 본연의 업무는 미루고, B.K.V.A 회원들을 안내하여 군청등 주요기관을 방문하여 韓英양국의 友好增進에 미력한 힘을 더하였으니 " 말 글로 섬 글"(?) 몫을 톡톡히 감당한 셈이 되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믿기 어려운 기이한 일이다.
도산서원, 민속촌, 안동땜, 향교 방문 ,주왕산 관광등으로 한국의 얼과 비경을 소개하고자 노력했다.
의성고등학교에서 일일 영어선생 역할을 영국 신사들과 함께 연기하느라 땀에 흠뻑 젖었고 방송 기자들이 찾아와 현장을 카메라에 담을 때는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들고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무모하고 외람된 일이었지만 ,철부지 불장난 같은 어린 학생이 저지른 일 일지라도 힘들여 해결하고 보니, 김군이나 W.S.C회원,참전영국군용사들 모두에게 기쁨과 보람을 준것 같아 " 적은 소자에게 한것이 곧 내게 한것"이란 예수님 말씀이 떠올라 가슴이 뜨거웠다.
특히, " 다부동전적기념관"을 방문하여 헌화할 때 흘리던 영국 노병의 눈물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