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다녔던 최초의 교육기관은 삼송아파트 2층 상가에 있는 은서 유아원이었다.
매일 아침 동네 대부분 아이들은 총총총 삼송아파트를 향해 걸어간다.
삼송아파트 안에 들어가면 가운데에 2층짜리 상가가 있다.
상가에 들어서 2층 계단으로 올라가면 은서 유아원이다.
거기에 가면 우정아파트 친구들을 넘어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흰색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 카라가 길게 달린 노란 세라복(?)이 원복이지 않았나 싶다.
아침마다 원복에 무릎까지 오는 기다란 하얀 양말을 신고 등원했던 기억이 난다.
한 2년쯤 다녔던 것 같다.
생일 파티도 하고 블록도 가지고 놀고...
특히, 학부모님들을 초대해 놓고 검정 동그란 고무찰흙과 이쑤시개로 개미를 만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우리 엄마도 내 뒤에 서서 활동하는 날 지켜보셨다.
아마도 지금의 학부모 초청 수업인 듯싶다.
친구들은 대중이, 홍철이, 홍환이가 기억난다.
그 외에도 친구들이 많았는데 얼굴은 어렴풋이 생각나는데 이름은 도저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은서 유아원을 졸업하고서 진월동이 아닌 주월동에 있는 혜화 유치원으로 진학(?)을 한다.
어린 나에겐 우주와도 같았던 진월동을 벗어난 최초의 사건이다.
주월동에 가니 우주를 넘어선 은하계를 만난 것 같았다.
혜화 유치원은 나에게 신세계였다.
혜화 유치원은 집에서 거리가 있기에 스쿨버스를 타고 다녔다.
그게 그렇게도 재미있었다.
친구들과 큰 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매일 진월동에서 주월동으로 향한다.
은서 유아원에 함께 다녔던 친구들(대중, 홍환 등)과 함께 다녀서 그런지 혜화 유치원은 매일 즐겁고 행복했다.
일단 유치원은 지하 1층에 지상 2층 건물이다.
어린 나에게 너무나도 거대한 공간이었다.
마당도 있고, 게다가 수영장도 있었다.
대박이었다.
더운 여름날에는 수영장에 물을 받아 친구들과 물놀이했던 기억이 난다.
그 행복했던 물놀이는 절대 잊을 수 없다.
또 특이한 것은 계단 옆에 미끄럼틀이 있어서 계단을 올라갈 땐 걸어가지만 내려올 땐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갔다.
그래서 미끄럼틀을 타기 위해서라도 계단을 참 많이도 올랐다.
원장 선생님 얼굴도 기억이 난다.
마른 몸에 삼각형의 얼굴을 한 강단 있는 검은 옷을 즐겨 입던 분이었다.
어리고 순진한 나에게는 참 무서웠다.
한번은 원장실에 불려갔는데 뭐 때문에 불려 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냥 무서웠던 감정의 기억은 있다.
그때 왜 원장 선생님에게 불려 갔을까?
혜화 유치원은 조작(손 움직임)을 많이도 시켰다.
교구를 만지고 만들고 그랬다.
어린 기억에 유치원에 가면 가지고 놀 교구가 참 많았다.
그래서 심심하지 않았다.
아마도 몬테소리 교육을 도입했던가 보다.
그 시절에 몬테소리 교육이라니...
그 일대에서는 참 많이 앞서가던 유치원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학생들(원아들)이 참 많기도 했다.
그 일대를 다 평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도 혜화 유치원 하면 다들 알더라.
그때 나름 명문 유치원(?)으로 통했다.
1박 2일 야영을 하러 가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모두 얼굴에다 분장(화장)하고 노끈으로 직접 만든 치마를 입고 타오르는 모닥불 주위를 돌며 훌라춤을 추었다.
언젠가 그 사진을 본 기억이 나는데 그 사진엔 홍환이도 대중이도 다 얼굴에 검정 크림이 발라져 있더라.
마치 군대에서 훈련 나가기 전 위장 크림을 바른 것 같았다.
그 사진이 지금도 남아 있을는지...
유치원에 가면 오전 간식, 점심 식사, 오후 간식을 주곤 했다.
그중 난 특히 카스테라 한 조각이 너무 맛있었다.
너무가 아니라 너~~~~무.
카스테라 한 조각이 연한 초록 플라스틱 접시에 담겨 나온다.
입 안에 넣으면 달달하고 살살 녹는 그 느낌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간식으로 카스테라가 나오는 날에는 나뿐 아니라 모두 내가 하는 행동을 하더라.
입에 한 조각 물고 지그시 눈을 감는...
어린이 입장에서 작지 않은 크기였지만 다들 게 눈 감추듯 먹더라.
슈퍼에서 파는 그런 카스테라 빵과는 질적으로 너무 달랐다.
항상 나오는 간식은 아니었고 일주일에 한두 번 나왔던 것 같다.
맛의 느낌은 참 오래 가나 보다.
지금도 유치원을 생각하며 눈을 감으면 그 한 조각의 카스테라가 눈에 어른거린다.
예전에 어른이 돼서 주월동 혜화 유치원 근처를 차로 지나간 적이 있었다.
예전 생각도 나고 궁금도 하여 살짝이 대문 너머로 보니 웬걸...
어릴 땐 마당이 그리도 넓어 보였는데 어른이 돼서 보니 정말 작더라... ㅋㅋㅋ
그렇게 난 성장하고 나의 세상은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