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에서 진아까지 -불교 무아 개념의 형성과 전개-
김 종 욱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8. 맺는 말
초기 불교에서 무아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자아라고 알고 있는 그것이 오온화합이라는 연기적 과정에 의한 가립태일 뿐 실체성을 지닌 아트만은 아니며, 이런 고정 불변의 실체성이 제거되었을 때 도리어 수행상의 증진을 도모할 수 있는 주체가 성립된다는 것을 의미했었다. 그렇다면 초기 불교상의 무아에는 연기의 관계성과 수행의 주체성이라는 양면적 계기가 아울러 함축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그 후 이런 무아의 문제를 설일체유부와 중관학은 주로 연기적 관계성의 측면을 중심으로 다루었다면, 유식사상과 여래장사상은 윤회나 해탈을 이행하는 주체성의 차원에서 궁구하였고, 중국불교의 불성사상에서는 그것을 인성론과 본체론의 차원에서 재해석하였다.
다시 말해 설일체유부에서는 비록 연기는 하지만 그 요소들은 실재하고 이런 요소적 제법의 실유[法有]가 곧 무아(無我)의 입증이라고 본 데 반해서, 중관학에서는 바로 연기(緣起)하기 때문에 모든 요소들은 실체적으로 실재하지 않으며, 이런 무자성(無自性)의 공(空)이 곧 무아의 바른 계승이라고 주장했는데, 이것은 무아 속에 함축된 연기적 관계성을 실체론과 비실체론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데서 오는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유식사상에서는 일체의 유식성(唯識性)은 제법의 무아성(無我性)을 밝히는 것이고 알라야식의 존재는 곧 자아의 비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비해서, 여래장사상에서는 여래의 본성인 법성(法性)과 공성과 무아성이 자각될 가능성이 우리 내면의 심성에 잠복해 있다고 하여 여래장의 존재로써 무아를 입증하는데, 이는 무아와 관련하여 ‘심성본성 객진소염(心性本淨 客塵所染)’이라는 불교 고유의 심성론을 각각 윤회의 주체성과 해탈의 주체성에 강조점을 두고 해석하는 데서 오는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래장을 불성(佛性) 개념으로 대체한 중국 불교에서는 불성을 인성화․본체화하여 불성아(佛性我)를 진아(眞我)라고 했다. 그러나 불성의 내용이 법성(法性)이고 법성이 공성과 무아성을 함축하는 이상, 진아는 실체아나 아트만의 인정이라기 보다는 즉사이진(卽事而眞)이라는 중국적 현실주의의 긍정론에 맞추어 무아를 재해석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무아는 관계성과 주체성을 둘러싼 논쟁을 거쳐, 중국불교에 이르러서는 진아로까지 확대되는데, 이런 진아는 아트만으로의 복귀가 아니라, 인성론과 심성론과 본체론의 융합이라는 중국적 사유 구조에 맞추어 불성과 일심과 진여가 통합된 개념으로서 무아의 중국화된 표현인 것이다
참 고 문 헌
雜阿含經 (大正藏 2권).
法句經 (大正藏 4권).
那先比丘經 (大正藏32권).
金剛經, 第三 大乘正宗分, (大正藏 8권).
大般涅槃經 (大正藏 12권).
승만경 (大正藏 12권).
解深密經 권1 (大正藏 16권).
六祖壇經 行由品 (大正藏 48권).
俱舍論 破執我品 (大正藏 29권).
中論 (大正藏 30권).
十二門論 (大正藏 30권).
六十頌如理論 (大正藏 30권).
大智度論, 初品, (大正藏 25권).
佛性論 (大正藏 31권).
究竟一乘寶性論 (大正藏 31권).
道 生, 大般涅槃經集解 (大正藏 37권).
______, 注維摩詰經 (大正藏 38권).
Anguttara Nikāya
Majjhima Nikāya
Saṁyutta Nikāya
Dhammapada,
賴永海 저, 김진무 역, 불교와 유학 (서울 : 운주사, 1999).
徐小躍 저, 김진무 역, 선과 노장 (서울 : 운주사, 2000).
上山春平 저, 정호역 역, 아비달마의 철학 (서울 : 민족사, 1990).
카지야마 유이치, 권오민 역, 인도불교철학 (서울 : 민족사, 1990).
고익진, 「아함의 무아윤회설」, 불교의 체계적 이해 (서울 : 새터).
김동화, 불교윤리학 : 인간학으로서의 불교 (서울 : 보련각).
윤호진, 무아 윤회문제의 연구, (서울 : 민족사, 1992).
전재성, 초기불교의 연기사상 (서울 : 한국빠알리성전협회, 1999).
정승석, 윤회의 자아와 무아, (서울 : 장경각, 1999).
한자경, 불교의 무아론 (서울 : 이화여대출판부, 2006).
K. Bhattacharya 영역, The Dialectical Method of Nāgārjuna, (Delhi : Motilal Banarsidass, 1978).
K. N. Chatterjee, Vasuvandhu’s Vijñapti-Matratā-Siddhi, With Sthiramati’s Commentary, (Vanarasi : Kishor Vidya Niketan, 1980).
E. Conze, Buddhist Thought in India (The University of Michigan Press, 1973).
Rhys Davids, Dialogues of the Buddha (London : PYS, 1951).
A. K. Coomaraswamy, Introduction to Living Thoughts of Gotama the Buddha (London, 1948).
E. M. Hare 영역, The Book of the Gradual Sayings (The Pali Text Society, 1978).
J. Hastings, Encyclopedia of Religion and Ethics, New York, 1955.
K. Jaspers, “Nagarjuna”, Die Grossen Philosophen, 1957.
D. Kalupahana, Causality : The Central Philosophy of Buddhism (The University Press of Hawaii, 1975).
________________, Nagarjuna (SUNY, 1986).
T. R. V. Murti, The Central Philosophy of Buddhism (London : George Allen and Unwin Ltd, 1960).
Charles Prebish ed., Buddhism : A Modern Perspective (The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 Press, 1978).
R. Robinson, Early Madhyamika in India and China (Motial Banarsidass, 1978).
T. Stcherbatsky, The Conception of Buddhist Nirvana (Leningrad, 1927).
T. Stcherbatsky, The Central Conception of Buddhism and the Meaning of the Word “Dharma” (Motilal Banarsidass, 1983).
Abstract
From Non-self to True Self
—the formation and development of the Buddhist concept of non-self—
Jongwook Kim
The concept of non-self(anātman) means that the self(ātman) is not an ego with substantiality but a provisional conception(prajnãpti) by interdependent(pratītyasamutpanna) process, and only though eliminating this fixed and unchangeable substantiality it is possible that the moral subject is changed and advanced in discipline. But the Sarvastivadins assert that regardless of dependent arising(pratītyasamutpāda) the elements(75 dharmas) are real in the times of past, present and future, and the reality of these fundamental dharmas indicates the proof of anātman. In opposition to this assertion, the Madhyamaka Buddhists maintain that just because of depentent arising the dharmas are not real and the emptiness(śūnytā) of non-substantiality rightly succeeds to the meaning of anātman. And Yogacara Buddhists contend that the construction of everything by consciousness elucidates anātman of all dharmas and being of ālaya-vijñāna means non-being of the self. The thinkers of Tathagatā-garbha Buddhism claim that the capability of awakening dharmadhātu, śūnytā and anātman as the nature of Tathgatā conceals itself in our inside nature of mind, and so they prove anātman by being of Tathagatā-garbha. And then the Chinese Buddhists substitute the Tathagatā-garbha by the Buddha-nature, make the Buddha-nature the mind nature and world nature, and therefore persist that the self of Buddha-nature is the true self. However in so far as that the meaning of Buddha-nature implicates the dharmadhatū, śūnyatā and anātman, the concept of true self does not mean the confirmation of the substantial self and ātman, but imply the reinterpretation of anātman by the affirmation theory of Chinese realism, which the actuality is just the truth.
【Key Words】Non-self, True Self, Ego, Buddha-nature, Such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