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10. 화요일
‘뚜르 드 몽블랑-TMB’ 다섯째 날.
꾸르마이예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를 달려 베니계곡으로 갔다. 버스는 만원이었고 소풍 가는 이탈리아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로 매우 소란스러웠다. 깊은 계곡을 지나고 매우 험한 고갯길을 넘어 9시 45분에 라 비사일레에 도착해서 트레킹을 시작했다.
완만한 아스팔트 길을 따라 한참 걸으니 콤발 호수와 삼거리가 나타났다. 빙하가 남긴 흔적인 콤발 호수는, 호수라기보다는 오히려 아름다운 습지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그런 풍경이었다. 몽블랑의 남단 미야지 빙하를 바라보며 야생화가 가득한 습지와 초원을 걸었다.
라 카세르메타 산장에 도착해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한국인 가이드가 가져온 포도주도 한 잔씩 마시며 지나온 콤발호수와 베니계곡, 알프스의 산들을 감상하였다.
오후 1시 10분에 이탈리아와 프랑스 국경인 세느 고개에 섰다. 찬 바람이 세차게 불어 추웠다. 몽블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는 서둘러 프랑스 쪽으로 조금 내려가 바람이 덜 부는 곳에 앉아 글라시에 계곡을 감상하며 쉬었다.
모테 산장에 들러 잠시 쉬었다. 산장 옆에는 3명의 유명한 산악인을 기념하는 기념물이 있었고, 산장 카페 안의 천장에는 옛날 목장에서 쓰던 진귀한 물건들이 전시되어 방문객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산악 마라토너들과 MTB 라이더들이 지나갔다.
알프스 치즈로 유명한 글레시어스에 도착해서 치즈 공장을 견학하였다. 치즈 만드는 시설과 만드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치즈 숙성 창고에서 시식한 후 1kg의 치즈를 16유로에 샀다.
글레시어스에서 노선버스를 타고 10분간 이동하여 르사피유라는 아주 작은 프랑스 산골 마을에 도착했다. 숙소인 노바산장에서 여장을 풀었다. 복도와 방이 좁았고, 와이파이는 물론 로밍서비스도 되지 않았지만 음식은 맛있었다. 돼지고기와 감자요리가 나왔고 포도주 1L(16유로)를 주문해서 일행과 한 잔씩 나눠 마셨다.
이 마을 주민의 수는 20명이라고 하는데, 겨울에는 마을을 아예 폐쇄하고 계곡 아래의 큰 마을로 철수한다고 한다. 월드컵 4강전인 프랑스-벨기에 경기를 시청할 수 있는 식당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세계 각국에서 온 트레커들이 모여 맥주 등을 마시며 구경하고 있었다. 전반전만 보고 추위 때문에 숙소로 들어왔다.
일찍 잠자리에 누웠다가 한밤중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 보니, 알프스의 밤하늘을 영롱한 빛으로 아름답게 총총히 수놓고 있는 별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참 바라보았다.
* 꾸르마이예(Courmayeur/1,224m) → (버스) → 라 비사일레(La Visaille/1,657m) → 콤발 호수(Lago di Combal/2,086m)엘리자베타 산장(Ref. Elisabetta Soldini/2,197m) → 라 카세르메타 산장(La Casermetta/2,365m) → 세느 고개(Col de la Seigne/2,516m) → 모테 산장(Refuge des Mottets/1,789m) → 글레시어스 마을(La Ville des Glaciers/1,789m) → (버스) → 르 사피유(Les Chapieux/1,550m)
* 트레킹 거리 15.5km, 5시간 35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