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넷째아들 영우입니다. 제가 오늘 편지를 썼어요. 아버지의 면역치료를 위한 독려편지 이후 평생 두 번째입니다. 이제 사 참 무심하고 불효의 아들이라 생각이 듭니다.
편지를 쓰는 내내 지우고 쓰고를 계속 반복하고 있어요. 좋아하고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모두 담아 아버지께 표현을 하고 들려주고 싶지만 표현력이 짧아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2021년 겨울 아버지께서 암 진단받으시고 이후의 세상은 역설적이게도 저와 신동댁 가족들에게는 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더 좋은 치료와 약을 의논하면서 부모님을 함께 걱정했고, 아버지와 함께 목욕하고 산책하면서 아버지를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맛 집에서의 대화와 사진찍을 때의 웃음은 잊을 수 가 없습니다. 그런 시간을 저희에게 주어서 감사합니다.
아버지에 대해 고마움이 많지만 여기에 몇 가지 적으면서 한번 더 아버지께 고마움과 존경을 전하고 싶습니다.
아버지의 자발적 결단으로 공부를 선택해서 그 당시 출향하여 대학가신 것 정말 훌륭하신 결단력이었습니다. 그리고 고향을 지키시어 할아버지 할머니를 끝까지 집에 모셔서 부모에 대한 효를 몸소 보여주신 것, 그리고 육남매 건사 하신 것 존경합니다. 형제의 의와 이웃에 대한 배려를 평소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순간까지 살아 계셔서 우리 모두 불효자란 소리 안 듣도록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버지가 말로 표현하지 않으셔도 압니다. 우리 가족 모두는 아버지의 분신입니다. 웃는 소리, 제체기 소리,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 습관 모두 똑같잖아요. 이런 아버지 모습을 물려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다음의 세상이 있다면 또다시 아버지와 엄마의 자식으로 태어나기를 우리는 간절히 원합니다.
아버지께서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마지막 온 힘을 내어 실눈을 뜨고 저를 보려고 했던 의지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가족의 행복한 삶에 대한 아버지의 갈망과 사랑을 제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그런 의지의 모습을 평생 간직하고 아버지처럼 멋있게 살겠습니다.
아버지, 제가 나중에 아버지 계신 곳으로 갔을 때 이 세상에서의 엄마와의 추억과 저의 가족이 사랑을 다해서 살았던 이야기를 많이 많이 준비해서 얘기해 드릴께요. 그때까지 편히 기다려주십시오. 꼭이요.
아버지,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아버지처럼 멋있게 살겠습니다.
영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