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 관련 포스팅을 거의 못하다고 최근에야 다시 시작했네요. 요즘 관심있게 본 화가에요. 즐겁게 봐주시구요. 블로그 글이라 반말투인 점 양해해 주세요. *^^*
짐 캐리의 빼어난 연기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 있다. '마스크(The Mask, 1994).
소심한 은행원인 주인공은 어느날 우연히 얻게 된 마스크를 통해 신비한 힘을 얻게 되면서 극적인 성격 변화를 이룬다. 마스크를 쓴 후 그는 전혀 다른 자아를 갖게 되지만 사실 그것은 이미 그 안에 자리잡은 내적인 힘이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자신의 용기를 깨달은 그는 이제 더 이상 필요없게 된 마스크를 강물에 던져버린다.
이 영화에서 마스크는 주인공의 진정한 자아를 드러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가면은 나 자신을 다른 존재로 바꾸어주는 동시에 내 안에 숨어있는 어떤 진정성을 끌어내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숨김과 드러냄의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실제로 고대부터 각종 제의 의식에 동원되었던 마스크에는 평소 초월적인 다른 존재가 되고 싶어했던 고대인의 바람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안에 보다 강한 존재. 자신에게서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바로 더 강한 자신으로 자리잡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숨어 있었으리라.
이런 가면을 자신의 그림 소재로 적극 활용한 화가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벨기에의 화가 제임스 앙소르(1860-1949)이다. 루벤스, 렘브란트의 아름다운 작품들과 인상주의 작품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그는 유럽 표현주의의 선구자로 손꼽힌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거기서 얻은 주관적 정서를 표현하고자 했던 표현주의 양식. 앙소르는 표현주의 양식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자기 식의 표현주의적 작품들을 그려냈고 20세라는 젊은 나이부터 그의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현실 비판적인 그의 작품 양식으로 인해 비판도 만만치 않았고 미술계에서는 추방되기도 하는 등 작가로서 굴곡있는 삶을 산 화가이기도 했다.

<피리부는 남자. 제임스 앙소르. 앙소르는 피리를 즐겨 불었고 발레 판토마임을 제작하는 등 다른 예술 장르에도 소질을 보였다>
앙소르는 특히 해골과 가면 등 기묘하고 환상적인 이미지를 통해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가했다. 특히 가면을 즐겨 그린 데에는 성장기의 기억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 제 3세계에서 다양한 물품들을 수입해 팔았던 무역상이었던 앙소르의 집안. 당시 그의 집에서 운영하던 가게에는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토속품들이 가득차 있었고 그 중 대부분을 차지한 것이 바로 각양각색의 신기한 가면들이었다. 이국적인 환상의 세계를 몸소 체험한 앙소르. 그에게 가면과 해골과 같은 기괴한 존재들은 허위의 가면을 쓴 인간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자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의 매개체였다. 특히 현대 문명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던 앙소르는 산업화에 반기를 들고 인간 본연의 순수성을 되찾기를 바랐다고 한다.

<The Great Judge - 무엇이 가면이고 무엇이 실제 얼굴인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 가면을 쓴 자아와 본연의 자아. 과연 무엇이 진실인가?>

<1899년 그리스도의 브뤼셀 입성. 앙소르는 이 작품을 통해 현대인의 허위의식을 드러내고자 했다. 그림 윗 부분 작게 그려진 나귀를 탄 예수는 누구의 주의도 끌지 못한 채 초라한 모습으로 들어오고 있고 가면을 쓰고 누군가를 비웃는듯한 표정을 짓는 군중들 위에는 사회주의 만세라는 표어가 나부낀다. 앙소르는 이 작품을 통해 예수의 입성마저 알아채지 못하는 근대사회의 무관심과 고질적인 병폐를 냉소적으로 비판한다>

<The Dead Cockerel, 사실성을 추구하는 정물화지만 앙소르의 정물화에는 색감이나 표현 등이 작가 자신의 개성이 가득 담겨 있다>

<해골들. 꼭두각시 놀음을 연상시키는 그림. 즈변에 가득한 가면쓴 인간 군상과 해골의 묘사가 섬뜩하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해골들. 바닥에 널려 있는 화구들을 보면 화가 자신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한 묘한 그림. 실제로 앙소르는 그의 독특한 상상력과 기괴한 작품 세계 때문에 터무니없는 공상가로 평가받기도 했고 그의 작품은 말년에 가서야 인정받기 시작했다니 화가로서 그의 삶은 그다지 순탄치는 못했다>

<죽음과 마스크. 앙소르의 그림 속에서 가면과 실제는 잘 구별되지 않는다. 가면이 추악한 것인지 가면 속에 숨겨진 인간의 본성이 추악한 것인지... 앙소르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
<가면과 늙은 여인>

<굶주린 자들의 피로연>

<사악한 의사들>

<노젓는 사람>

<앙소르는 말년에 이르러 비로소 벨기에 화단의 인정을 받게 된다. 벨기에 100프랑의 주인공이 바로 앙소르. 벨기에를 대표하는 화가로 후대에 인정받게 된 것이다. 실제로 앙소르는 뭉크와 더불어 표현주의의 시작을 알린 선구자이기도 하다>

<가면과 함께 한 자화상. 화가는 정중앙에 서서 관중에게 묻고 있는 듯하다. 여러분,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위일까요?>

<미국의 영화감독이자 예술가인 필립 하스(Philip Haas)의 가면과 함께 한 어린 앙소르. 앙소르의 가면과 함께 한 자화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하스는 아르침볼도의 겨울을 실제로 제작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순진하면서도 음울한 눈빛의 아이가 실제 가면과 해골, 삶과 죽음, 진실과 허위의 세계 속을 탐구하려 했던 앙소르의 삶을 연상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