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글쓰기 99 ㅡ 사랑은 유보될 수 있는가? (사소)
처음 사랑을 시작하게 됐다는 소녀에게
“ 지금 마음껏 후회 없이 사랑하라 ” 고했다. 서로 존중이라는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소중한 관계의 시간을 늘리는 지혜가 아닐까 한다고도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대체 왜 사랑이라는 것을 해야 되느냐고 되물었던 아이다.
소녀가 곧 여인이 되고, 어느덧 이별도 하겠지. 죽을 것같이 아프기도 하는 날도 오겠지. 그러다 또다시 누군가를 만나 새로운 세상도 경험하겠지. 그렇게 어른이 되겠지.
열무김치, 알배추김치, 깍뚝썬 수박, 돼지고기 묵은지 고추장 볶음을 칸칸이 넣어 도시락을 싸던 새벽,
‘우리 엄마도 나 어릴 때 이랬겠지?’
뽀송한 이부자리, 좋은 살림살이 챙겨 담으며,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그 아이 말에
두둥실 나도 따라 행복해지고, 설레는 마음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사람의 가슴에
온도계 하나씩 매달고 살았으면 좋겠다. 마음이 따뜻하고 뜨거우면 그 온도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슴 시리게 추워 똑똑 지하로 지하로 낙하하는 날은 더 선명히 볼 수 있으면 좋겠다. 60수 아사 이불 얼른 둘러주고 돌돌 말아 녹여줄 수 있을 텐데... 아랫목에 가슴 녹여 호호 불어 예쁜 손 예쁜 발 쓰다듬어 줄 텐데...
만일, 사랑이라는 것이
할수록 쌓이는 적금 통장 같은 것이라면 더 좋겠다. 아니 복리로 사랑에 이자가 붙어 쌓을수록 더 불어나고 그래서 이 세상 살아가는 든든한 한밑천이 됐으면 좋겠다. 세금을 조금 떼더라도, 그 사람 아프고 힘들고 지칠 때 초콜릿이나 사탕이, 아니 그것 찾아 먹고 기운 차릴 수 있는 유효기간 없는 보약이었으면 참 좋겠다. 잊혀지 않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첫댓글 나의 어머니도 할머니도 외할머니도 증조 할머니도 고조 할머니도 외고조 할머니의 할머니도 귀여운 딸이었고 모두 어리광 부리고 깔깔대며 뛰어 노는 소녀였고 가슴 설레며 누굴 좋아하고 수줍게 고백하는 아가씨였을 것입니다. 훈훈한 글 잘 읽었습니다.
따뜻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