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자마자 수학과 예산으로 에코백을 여유있게 샀다.
인터넷에서 2만원 정도면 무지 에코백 5개 세트를 살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은 ‘에코백에 수학 기호 그리기와 좋아하는 시 필사하기’를 주제로 국어 선생님과 연계하여 첫 활동 수행평가를 실시했다.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열어 앞으로 배울 수학 기호들을 찾는다.
새로운 지식에 대한 호기심을 기르기 위해, 알고 있는 수학 기호보다는 모르는 기호를 찾으라고 했다.
다양한 수학 기호 중 마음에 드는 자기만의 수학 기호를 고른다.
어떤 학생들은 집합 기호를 중심으로 어떤 학생들은 미적분 기호를 고른다.
학생들은 기호를 따라 그리며 묻는다.
“수학 기호에 이런 게 있었어요?”
“이게 무슨 뜻이예요?”
나는 시크하게 대답한다.
“응, 고등학교 가면 배울 거야. 그냥 기호들이야. 알면 별거 아니야.”
맞다.
알면 쉽고 모르면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매일매일 공부하고 있나 보다.
학생들은 신기한 기호들을 따라 그린다.
멀리서 보니 마치 고대의 상형 문자와도 같다.
어찌나 정성스럽게 기호를 따라 그리던지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종이 쳐서야 겨우 한 면을 완성한다.
나도 옆에서 함께 한다.
“니들은 수학 기호를 그리거라 난 시를 쓰겠다.”
국어 선생님께 받은 교사를 위한 3월달의 책 ‘매일, 시 한잔’에서 마음에 드는 시를 골라 에코백에 필사한다.
내가 고른 시는 ‘귀뚜라미 소리’와 ‘순수의 전조’이다.
종이 쳐서 학생들 에코백에 남은 반대면은 다음 국어 시간과 연계하여 ‘마음에 드는 시를 골라 필사하기’로 한다.
수학과 국어과 통합 수행평가가 이렇게 시작했다.
학생들은 뒷면에 예쁜 시를 한 편 쓰고, 그림도 그리고 하면서 자신만의 가방을 완성하겠지.
이젠 책을 들고 교실로 이동할 때 이 가방에 넣어 어깨에 둘러메고 즐겁게 다니겠지.
나도 수업갈 때 책을 여기어 넣고 가지고 다녀야겠다.
그 어느 명품 가방보다 멋지고 예쁜 가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