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일로 어제 저녁답에 서울에 도착하기로 했으나 서둘러 오전에 올라갔다.
오랫만에 만난 회사동료였던 놈들과 점심먹고 집안일을 보고 나니, 오늘 오후 4시까지 24시간이 공백으로 남는다.
한시도 머물고 싶지 않은 서울에서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 고민을 하다가 내가 군대생활을 했던 철원이 생각났다.
울울한 심사도 달랠 겸 문득 가보고 싶었다.
오늘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한 강화도에 있는 사공이란 넘을 앞당겨 찾아가볼까도 했으나 바쁜데 폐가 될것 같아서 철원으로 갔다.
인터넷에서 보았던 평강식물원도 이참에 한번 찾아보고 철원에서 군대생활을 하던 추억도 되짚어보기로 한 것이다.
평강식물원은 정말 넓었다.
그 넓은 곳에 온갖 야생화가 차고 넘쳤다.
입장료 6,000원이 비싼 듯 하나 이렇게 넓은 곳을 정성껏 가꾼 노고를 생각하면 참을만 했다.
몇 시간 둘러보는 것으로는 수박 겉핧기 같았고 도시락 싸가지고 가서 하루 종일 놀며 둘러보는 것이 좋을 듯 했다.
심피안드라 잔게주 라는 꼿인데 지중해 연안에 자란다나. 하여간 이쁘다.
화초 양귀비.
은근히 날씨가 더워 무거운 렌즈를 안가지고 들어간 것이 후회막급이었다.
둘러보며 아쉬웠던 것은 이름모를 외래종들 명찰이 부족했던 것.
이건 흔한 매발톱.
은방울 꽃.
천남성.
미운 놈 이것 뿌리 삶아 먹이면 골로 간다.
다른 식물원과는 달리 가능한 한 자연 그대로를 살린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인공미 넘치는 다른 식물원과 차별화를 한 것 같았다.
이 꽃나무 이름을 아시는 분~!!!
구석구석 아름다움이 넘쳤으나 짧은 여유가 안타까웠다.
또 혼자가 아니였다면 더 좋았을 것을...
노랑꽃 어라연.
군데 군데 그늘 아래 쉴 곳을 만들어둔 주인장의 배려가 고마웠다.
작은 개울도 자연 그대로 방치.
이름 모름.
이것도 모름.
우와~!!! 올챙이 떼부대가 논다.
하나 하나 참 정성스럽게도 꾸몄다.
이름 모를 이 꽃은 누구를 닮았는데 말 몬하겠다.
이건 파리잡아먹는 꽃이 아닌가?
이름을 몰라 답답하다.
식물원을 나와 철원에서 1972년부터 3년간 군복무를 하며 발길 닿았던 곳을 차례로 둘러봤다.
감회가 새로웠고 다음에 꼭 한번 다시 오리라고 다짐했다.
고석정에 갔다.
고석정 내려가는 길목에서 만난 다람쥐가 과자부스러기를 먹을 때까지 기다려달란다.
겁도 없이 다 먹고서야 길을 내준다.
고석정으로 내려가며 보이는 고인돌을 닮은 건너편 바위.
고석정이다.
고석정은 한탄강 중류에 위치한 철원팔경의 하나로서 강을 사이에 두고 강변 양쪽은 기암절벽으로 신비를 이루고 있다.
옥수 같은 맑은 물이 흐르고 있는 명승고적지라고 했으나 오늘은 물이 흐리다.
진평왕과 고려 충숙왕이 정자에서 놀던 유서 깊은 곳으로 땅 속 깊이서 굽이쳐 흐르는 한탄강 유역 복판에 10여 미터 위로 솟은
석벽과 그 위의 세칸 남짓한 자연석국이 미치 수중궁인양 자못 웅장하다.
이곳은 또한 조선 명종때 임꺽정이라는 문무를 겸한 천인이 등과의 길이 없는 것을 탄식하고 이에 동조하는 무리를 모아 조정에
상납되는 공물을 탈취하여 어려운 서민에가 나누어준 의적들의 근거지이기도 했단다.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이 되기도 했다.
근 40년만에 다시 찾아가봤다.
고석정에서 올라오니 배가 고팠다.
인터넷으로 투닥투닥 찾아보니 철원맛집으로 황소마을 곱창전골이 나온다.
이렇게 맛있는 집을 인터넷에 올려준 블로그가 고맙다.
정말 맛있었다.
사공이란 놈 말대로 맛난 음식을 보면 저절로 소주가 생각난다.
소주 한병을 시켰다.
아예 이곳에 숙소를 정하기로 작정하고 마음편히 마셔댔다.
혼자서 소주 한 병을 다 마시니 거나하게 취한다.
안심이 된 것은 길 건너편에 있는 한탄강 스파호텔을 봐뒀기 때문이기도 하다.
누가 뭐래도 오늘은 호강 한번 할란다고 호기를 부렸다.
혼자이고 철원에서 근무했던 사람이니 방값을 깍아달랬더니 아가씨가 웃으며 대신에 사우나 이용권을 두 장 준단다. ㅋㅋ~
방을 잡아 짐을 풀고 다시 나왔다.
짐이라야 보스톤백 하나.
호텔 앞 광장의 가로등이 꽤나 멋스러웠다.
부실한 어금니로 질긴 고독을 씹다가 방으로 들어와서 베란다로 나갔더니 고석정 야경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트라이포트를 안가져간 것을 한탄하면 베란다 난간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찍었는데 역시나 사진이 엉망이다.
새벽 3시에 잠에서 깨어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산책을 나갔다.
6.25 사변때 써먹은 제트기다.
전쟁에서 수고를 했으니 예의상 한장 찍어줘야지.
호텔을 나와 해장국 한그릇 먹고 내가 군대생활 할 적에는 민간인들이 들어가보지도 못하던 도피안사로 갔다.
고찰인데 마냥 수수하다.
법당 앞 3층석탑은 4.1미터의 높이이고 방형 지대석 위에 팔각의 2단 기단을 갖추고 있다.
하층 기단은 8각의 각면에 안상이 조각되고 갑석 위 괴인대에는 단조로운 복판 연화가 있다.
상층 기단 갑석에는 양련이 조각되었으며 밑의 복련 보다 다소 두툼하다.
탑신부는 일반형 석탑에서와 같이 방형으로 3층을 중적하였다.
상륜부에는 큼직한 노반만이 남아있다.
이 탑의 건립연대는 법당 안에 안치된 천불상의 각명에 의하여 신라 경문왕 5년(865)으로 추정한다.
보물 제 223호이다.
다음은 노동당사.
이 건물은 1945.8.15해방 후 북한이 공산독재정권 강화와 주민통제를 목적으로 건립하고 6.25전까지 사용했다.
북한 노동당 철원군 당사로서 악명을 떨쳤던 곳이다.
이 건물 주위 일대가 철원읍(구철원) 시가지로서 전란 당시 여타 건물은 모두 파괴, 인멸됬었음에도 유독 이 건물만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얼마나 견고하게 지어졌는지 짐작이 간다.
포탄 자국에서 살고 있는 쑥.
오~!! 끈질긴 생명력이여.
다음은 월정사역으로 가는 길에 전화가 왔다.
서울로 빨리 오라고... 볼일이 끝나니 오후 3시가 넘었다.
강화도에서 같이 점심 먹으려고 눈빠지게 나를 기다리던 사공이는 새 됐다.
하지만 6월 초에 제손으로 잡은 해물들 들고 제천으로 온다니 각별히 대접을 해줘야지.
뜻하지 않게 간 나들이가 뜻 깊은 여행이 되었다.
Nella Fantasia - 사라브라이트만
첫댓글 정말 멋진곳에 다녀오셨네요.
저도가보고싶네요. 언제한번 도감책들고 가봐야겠습니다.
부실한 어금니로 고독을 씹다가.....깊이있는 표현에 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