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북부 아드리아해를 따라 길게 뻗은 크로이티아, 겨울에도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이기에 3월 중순의 따스함이 기분 좋게 살랑거린다.
아름다운 항구도시 리예카를 시작으로 남쪽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여행.
바쁠것 없이 쉬엄쉬엄 마을을 거닐고 치르크베니차, 센, 두보카를 지나쳐서 크로아티아 서쪽 달마시아 지역의 주도인 자다르Zadar에서 2박.
한가로운 바다와 개성있는 대성당, 성곽과 오밀조밀 예쁜 가게들을 두루 돌아본다. 그리고는 다시 은퇴자의 나른함이 딱 어울리는 해변길을 달려 스플리트Split로 가서 점심을 먹고 내쳐 두브로브니크 Dubrovnik를 향해 나아간다.
이렇게 마냥 평화로운 하루의 끝에
지중해 최고 관광지인 성곽도시 두브로브니크에 도착.
느릿느릿 성곽길을 걷고, 언덕을 오르고,
스르드산 Mountain Srđ 등산로를 따라 오후 해를 만나면서 산아래 도심의 아름다움을 눈에 담는다.
크로아티아는 유독 여행자를 다독다독 두드려준다는 느낌. 푸르디푸른 아드리아의 낮은 파도소리 때문인지, 낮은 인구밀도 덕분인지, 드세지 않은 나지막한 말소리의 작용인지 알수 없으나 ...
북에서 남으로 내려올 때는 가능한한 해안도로를 이용했으니 북진 시에는 크로아티아 내륙 마을을 하나하나 지나간다.
그렇게 종일 달려서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 도착. 이번 숙소는 좀 이색적인 농가주택을 찾아냈다.
대가족이 사는 큰 농장에 딸린 별채는 우리가 하루밤 묵기에 부족함 없는 곳이다.
3대가 함께 사는 이집의 안주인은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의 직원이란다.
농장이 위치한 마을은 부유해보이는 지방의 작은 마을이고, 마을 뒤편 산으로 이어지는 도보길과 동네 골목은 그냥 눈으로 스쳐보기에는 아까운 풍경이다.
해서 서둘러 저녁 산책을 나가보니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동네 사람과 우리 같은 여행자들이 여기저기 걷고, 뛰고,담소를 나누며 참 여유로운 하루 마무리들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택단지나 시골마을에서는 드물게도 보지 못했던 평화로운 시간이
좀 부럽기도 하다.
다음날의 플리트비체 트레킹은 목이 아플만큼 감탄사를 쏟아내게 하는 이색적인 자연의 시간!
켜켜이 쌓인 이끼와 그 속을 비집고 쏟아져 내리는 폭포와 비취색 호수, 그리고 구석구석 박혀있는 비경과 안개가 낮게 드리운 잘 가꿔진 도보길.
이 모든 아름다움은 시간의 경이로운 퇴적만이 만들어 내는 것이니
우리는 깊이를 알수 없는 시간 속에 겸손하고 즐겁게 잠시 점으로 들렀다 나왔다.
플리트비체의 감동으로 꽉찬 마음은 자그레브로 가는 내내 뭔가에 홀린 듯 머리가 하늘과 땅 사이 어디에 둥둥 떠 있는 몽롱함 속에 푹 젖어 있었나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북적복잡한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도착.
한나라의 수도이긴 하지만 자그레브는 조그만 소도시처럼 아기자기한 곳이다.
대성당도 너무 위압적이지 않고
성곽도 도란도란하고
재래시장도 적당히만 소란하고.
이렇게 크로아티아 7박8일을 마무리 하고
오후 늦게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들어간다.
여러번 방문한 Budapest는 사실 슬로바키아를 가려면 지나가야 하는 도시니까 더 편안한 휴식의 2박3일이다.
밤 늦게 야경을 즐기며 도심의 바Bar에도 가고, 관광객 북적이는 어부의 요새에서 여러 포토스팟을 찾아 포즈도 잡아보고, 늦잠 자고 딩굴딩굴도 했다.
그러면서 난생 처음 밟아보는 슬로바키아에 대한 기대는 좀 더 굳게 차곡차곡 쟁여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