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풍선 감옥 / 이담하 월간 현대시 2024년 5월호
끼리끼리 만든 방에 말을 넣어요
자모음을 다이어트 시킨 ㅋㅋ, ㅎㅎ, ㅠㅠ
웃지 않으면서 ^^
손끝에서 나와 손끝에서 지워지는 입에 발린 말
장미를 물었다고 할까봐 몇 달 동안 침묵
설치고 나대는 것보다 낫죠
손가락을 놀리는 대로
유감의 사과가 열리거나 떨어지죠
글과 말 사이에서 보낼 말은
입말보다 힘이 센 손가락 끝에서 나온 말
닿을 곳을 향해 화살표를 눌러
말뭉치를 주고받다 보면 자정을 넘겨요
원시지구의 하루처럼
여섯 시간 정도 끼리끼리 놀다 보면
오렌지 조각달이 하품을 물고 있죠
보정한 얼굴과 옮기기 좋은 말
말풍선에 갇혀
물음과 대답 사이에서 떠다니는 말들
방황한다고 길을 모르거나 길을 잃는 건 아니니까
오늘만 울까
오늘은 울까
과금 없이
간밤에 잡담 폭탄이 터진 걸 알 수 있죠
수감도 쉽고 탈옥도 쉬운 감옥
가시 돋친 말로 서먹해지면 탈옥을 결심해요
조용히 나가기 기능과
초대 거부 기능을 누르면 탈출 성공이죠
카카오톡 데이터센터 화재로
새 한 마리가 울고
온 숲이 울어서 날이 새는 걸 봤어요
그때 하품을 오물거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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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풍선 감옥 / 이담하
리보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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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01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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