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제1회 : 서문경이 무뢰한들과 결의형제를 맺다.
중국 4대 대속소설이자 대표적인 세태소설인 《금병매(金瓶梅)》 제1회 중, 주인공 서문경(西門慶)이 저자의 건달·기생집 한량들과 패거리를 지어 10형제 결의형제(結義兄弟)를 맺는 대목입니다.
1. 개권시(開卷詩) : 서두를 여는 대표 시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부귀영화와 여색(女色)에 과하게 빠지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풍자하는 대표적인 서두시입니다.
(원문 한자음)
한문: 豪華盡處便成空,雲散高臺月正中。호화진처변성공, 운산고대월정중.
功名富貴俱話柄,風流冤業總成空。공명부귀구화병, 풍류원업총성공.
병음 : Háo huá jìn chù biàn chéng kōng, yún sàn gāo tái yuè zhèng zhōng.
Gōng míng fù guì jù huà bǐng, fēng liú yuān yè zǒng chéng kōng.
한글: 화려함과 사치가 극에 달한 곳은 결국 허무로 돌아가고, 높은 누각 위 구름이 흩어지니 외로운 달만 허공 한가운데 떠 있네.
공명과 부귀란 그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이야기거리일 뿐이요, 남녀 간의 지저분한 풍류와 앙갚음의 업보도 결국엔 몽땅 헛헛한 빈손이라네.
영문: When luxury reaches its peak, all turns to void; the clouds scatter over the high terrace, leaving only the bright moon.
Fame, rank, and riches become mere idle talk, while illicit affairs and karmic debts end in total emptiness.
2. 원문 : 결의형제를 제안하는 장면
복지도(卜志道)라는 건달이 죽자, 응백작(應伯爵)과 사희대(謝希大)가 찾아와 서문경에게 새 멤버를 채워 10형제를 만들자고 부추기는 장면입니다.
(원문 한자음 )
한문: 應伯爵道:「今日十個兄弟內,少了一人,怎生再會一人,湊成十個之數?」西門慶道:「花子虛如何?」
한자음:응백작도: "금일십개형제내, 소일인, 점생재회일인, 주성십개지수?" 서문경도: "화자허여하?"
병음: Yīng Bójué dào: "Jīnrì shí gè xiōngdì nèi, shǎo le yī rén, zěn shēng zài huì yī rén, còu chéng shí gè zhī shù?" Xīmén Qìng dào: "Huā Zǐxū rú hé?"
한글: 응백작이 말하였다. "오늘 우리 열 형제 중에 한 명이 모자라니, 어떻게든 한 명을 더 모아서 열 명이라는 숫자를 채우는 게 어떻겠소?" 서문경이 말하였다. "이웃집 화자허(花子虛)는 어떻겠소?"
영문 : Ying Bojue said, "Among our ten brothers today, one is missing. How can we find another person to make up the number of ten?" Ximen Qing replied, "What about Hua Zixu?"
3. 주요 등장인물 대사 : 응백작의 아부와 서문경의 허세
(원문. 한자음)
한문: 應伯爵笑道:「哥是個極會當家, 算無遺策的人!花子虛有錢, 又好湊趣, 妙極!」
응백작효도: " 거시개극회당가, 산무이책지인! 화자허유전, 우호주취, 묘극!"
병음: Yīng Bójué xiào dào: "Gē shì gè jí huì dāng jiā, suàn wú yí cè de rén! Huā
Zǐxū yǒu qián, yòu hào còu qù, miào jí!"
한글: 응백작이 실실 웃으며 말하였다. "형님은 참으로 집안 살림 하나는 기막히게 잘 굴리시고 계산기 두드리는 데는 도사라니까요! 화자허 그 친구, 돈도 많겠다 노는 것도 환장하게 좋아하니 그야말로 아주 딱입니다요!"
영문: Ying Bojue laughed and said, "Brother, you are truly a master at running a household and never miss a trick! Hua Zixu has money and loves to join in the fun—it couldn't be better!"
4. 맹세의 시 (풍자시) : 옥황묘에서 결의형제를 맺으며
유교·도교의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돈 많은 서문경한테 빌붙어 공짜 술 얻어먹자'는 사기극을 풍자한 시입니다.
(원문 한자음)
한문 結交盡是浪蕩子,立誓全憑酒肉情。결교진시랑탕자, 입서전평주육정.
莫道桃園三結義,如今同頓作兄弟。막도도원삼결의, 여금동돈작형제.
병음: Jié jiāo jìn shì làng dàng zǐ, lì shì quán píng jiǔ ròu qíng.
Mò dào Táo yuán sān jié yì, rú jīn dǒng dùn zuò xiōng dì.
한글: 어울려 사귀는 놈들이란 죄다 노랑팽이·건달패들이요, 목숨 걸고 다짐한다는 맹세는 순전히 술과 고기 정분이라네.
삼국지의 거창한 '도원결의' 따위는 입에 담지도 마시라, 요즈음 세상엔 공짜 밥 한 끼, 술 한 잔 얻어먹으면 바로 '아우님 형님' 되는 세상이라네.
영문: Those who associate with each other are all dissolute playboys, and their oaths rely entirely on the friendship forged through wine and meat.
Do not speak of the grand oath in the Peach Garden; nowadays, it takes only a meal and a drink to become brothers.
5. 해학적으로 보는 《서문경과 9인의 기생충들》
"유비·관우·장비는 나라를 위해 피를 흘렸지만, 이 인간들은 서문경 주머니 털어서 고기 씹으려고 목숨을 겁니다!"
1)명분은 '의형제', 본질은 '무료 뷔페 이용권'
유비, 관우, 장비는 복숭아밭(도원)에서 "한 날 한 시에 죽자"며 멋지게 칼을 맞대었건만, 서문경 패거리들은 도교 사당인 옥황묘(玉皇廟)에 모여 향을 피웁니다. 말이 형제지, 응백작을 비롯한 건달들은 "형님(서문경) 돈으로 술 고기 질펀하게 먹고 기생집 가자"는 사심 100%로 뭉친 끈끈한(?) 영양실조 방지 모임입니다.
2). 죽은 친구 자리는 1초 만에 땜빵!
원래 멤버였던 복지도가 죽자마자, 슬퍼하기는커녕 "어라? 한 명 모자라네? 누구 털어 먹을 놈 없나?" 하더니, 옆집 사는 호구 화자허(태감 조카로 돈이 엄청 많음)를 1초 만에 대타로 스카우트합니다. 슬픔은 short, 계략은 long! 전형적인 인간 군상의 간사함이 폭소를 자아냅니다.
3). 입안의 혀처럼 굴어대는 응백작의 '딸랑딸랑' 스킬
응백작(應伯爵)의 본명에서 '백작'은 귀족 칭호가 아니라 "남의 말에 기가 막히게 장단을 잘 맞추는 놈(伯爵)"이라는 일종의 멸칭이자 해학적 언어유희입니다. 서문경이 한마디 던지면 "크~ 역시 우리 형님! 계산의 신, 경영의 천재!"라며 오두방정을 떠는데, 현대 직장인들도 울고 갈 영혼 파괴 아부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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