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화국제주특위 신용인 위원장이 제주MBC <라디오 제주시대>와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제주행정체제 개편 관련 쟁점과 제주형 읍면동자치에 대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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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주민자치포럼과 마을공화국제주특별위원회가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에 의한 풀뿌리 자치를 보장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마을공화국제주특위 위원장인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신용인 교수를 연결해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1> 원희룡 지사가 행개위의 권고안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이를 철회하고 풀뿌리 자치를 보장하라고 요구하셨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먼저 밝혀주시죠
먼저 행정체제개편 논의가 왜 나왔는지 그 이유를 짚어봐야 합니다. 지난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며 4개 기초자치단체가 모두 폐지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자치사무의 모든 권한이 도지사에게 집중되어 도지사는 제왕적 도지사로 군림하게 되고 풀뿌리자치는 크게 후퇴되었지요. 이에 기초자치를 부활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게 분출되었습니다. 이게 바로 행정체제개편 논의가 일어난 이유입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우근민후보는 '제주형 기초자치제 시행'을 공약으로 내걸어 도지사로 당선되었습니다. 하지만 우근민지사는 당선 이후 행정시장 직선, 기초의회 미구성을 골자로 하는 행정시장직선제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기초자치를 실시해야지 왜 행정시장직선제라는 편법을 도입하려 하느냐는 비판 여론이 일었죠. 결국 도의회는 동의안을 부결시켰습니다. 그럼에도 행개위는 아이러니하게도 우근민 지사 시절 좌초되었던 행정시장 직선제안을 다시 들고 나와 원지사에게 권고했습니다. 원지사가 이걸 전격 수용한 것이거든요. 행정시장직선제의 경우 임명직이 선출직으로 바뀌는 것일 뿐 법인격과 자치권이 모두 없습니다. 그저 하부행정기관에 불과합니다. 행정시장은 도지사로부터 위임받은 권한만 행사하지요. 따라서 엄밀히 보면 풀뿌리자치와는 무관한 제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편법이 아닌 원칙으로 돌아가 풀뿌리자치를 보장하라고 요구한 것이지요.
1-1> 지난해 권고안이 나오고 도지사와 도의회의장 지역국회의원들이 모여 이른바 3자회의를 통해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원지사가 갑자기 전격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수면위로 올라왔는데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요?
원지사는 올해 9월 4일 본회의 도정질문 때 기초자치 실시가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말씀하셨습니다. 행정시장직선제는 기초의회의 통제가 빠져 민주국가에서는 바람직한 모델이 아니라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두 달 후 전격적으로 수용결정을 발표하니 황당합니다. 어떤 이유로 두 달 사이에 생각이 바뀌셨는지 궁금할 따름이죠.
2> 원지사의 결정이 중앙정부가 보장한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을 박탈하고 풀뿌리 자치를 외면한 거라고 지적하시면서,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발표한 ‘자치분권종합계획’을 근거로 하셨는데요,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해 주시죠.
지난 9월 11일이죠.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자치분권종합계획을 확정·발표했습니다. 종합계획은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의지가 담긴 것인데 특히 주민주권을 아주 강조합니다. 정순관 자치분권위원장은 종합계획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치분권의 최종 지향점이 주민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담고 있다.” 제주의 경우는 더욱 획기적이죠, 지방정부형태, 계층구조, 선거제도 등에 대한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부여’하고, ‘마을ㆍ읍면동 자치 등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 직접민주주의 활성화로 주민 중심의 분권모델 완성’한다는 조치를 담았습니다.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은 종합계획의 이런 획기적 조치는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와 지역발전위원회의 공동 산하에) 세종‧제주 자치분권‧균형발전 특별위원회가 있습니다. 거기서 여론 수렴을 통해 올린 내용을 중앙정부가 수용한 것이죠. 그러니까 제주도의 의견이 반영된 것입니다. 또한 제주특별자치도는 종합계획에 따른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즉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방정부 형태, 계층구조, 선거제도 등에 대한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부여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만들어야 하고, ‘마을․읍면동 자치 등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 직접민주주의 활성화로 주민 중심의 분권모델 완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만들어야 합니다.
3> 종합계획의 조치 중 계층구조에 대한 도민의 자기결정권과 읍면동 자치를 통한 주민 중심의 분권모델 완성에 주목한다면서, 계층구조의 도민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내용인가요.
종합계획에 의하면 제주도민은 계층구조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갖습니다. 행정계층구조를 도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죠. 예컨대, 제주의 경우 현행 4계층구조(도-행정시-읍·면·동-리·통)를 유지할지 아니면 행정시를 폐지하고 3계층구조(도-읍·면·동-리·통)로 개편할지 여부를 제주도민에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원희룡 지사의 이번 결정은 바로 그 권한을 사실상 박탈하는 것입니다. 행정시장직선제는 현행 4계층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에 행정시를 폐지하고 3계층구조로 간다면 행정시장직선제를 언급할 이유도 없지 않습니까? 계층구조에 대한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행 4계층구조를 그대로 유지할지, 아니면 3계층구조로 바꿀지 등 계층구조에 대한 도민 공론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제주도민이 3계층구조를 선택하게 되면 행정시장 직선제는 더 이상 논의할 의미가 없지요, 만약 4계층구조를 선택했을 때 비로소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옳겠지요.
4> 주민자치위원회협의회가 지난 7월 주민자치제도 개선TF팀이 마련한 일명 ‘제주형 읍면동 자치안’을 공식의결하고, 원지사와 자치분권위원회에도 건의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예, 제주형 읍면동자치안을 간단히 말씀드린다면 읍면동주민이 읍면동자치정부를 스스로 꾸릴 수 있도록 자치조직권을 읍면동주민에게 부여하는 방향으로 제주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절차를 보면, 읍·면·동 주민자치위원회 또는 일정 수 이상의 읍면동 주민이 읍면동 마을정부에 관한 자치조례안을 만들어 도지사에게 주민투표를 청구합니다. 도지사는 주민투표 청구가 법적인 결격사유가 없는 한 해당 읍면동 주민을 대상으로 자치조례안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합니다. 자치조례안이 주민투표에서 가결되면 도지사는 그 자치조례안을 도의회에 발의합니다. 도의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발의된 자치조례안을 그대로 의결합니다. 한마디로 읍면동마다 주민 손으로 읍면동 마을헌법을 만들고 읍면동 마을정부를 세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한편, 자치조례를 만들지 않은 읍면동의 경우는 도의회에서 통상의 절차에 따라 만든 조례에 의해 주민자치를 하면 됩니다. 이러한 제주형 읍면동자치안에 대해 원지사는 “일단 실무 검토가 필요하다. 실무 검토 후 가능하다면 추진 의지 있다”고 밝혔고, 자치분권위원회는 검토 결과 ‘제주형 읍면동자치안’은 자치분권종합계획의 취지에 부합하고, 제주특별법을 개정하면 시행가능하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다만 추진 여부는 제주도민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참고로 자치분권위 회신을 보면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실행 가능여부 등 면밀한 검토ㆍ분석 후 제주실정에 적합한 안이 실행될 수 있도록 종합ㆍ검토하겠다는 의견임”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원지사는 계속 침묵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5> 현실적으로 가능할것인가 효율성측면에서, 혹은 주민들의 요구가 난립하고 지방재정자립도도 썩 좋지못한 상황에서 부작용만 심화되는 것은 아닌가의 우려도 있습니다
실행가능성 여부에 대해서는 자치분권위원회가 이미 실행가능하다고 했구요. 사실 읍면동을 기반으로 하는 현행 주민자치제도는 권한이 미약하기도 하지만 읍면동의 특성이나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 채 붕어빵 찍듯이 일률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폐단이 있습니다. 예컨대, 제주 본토와 멀리 떨어져 있고 인구가 1,825명(2018. 5. 31. 기준)인 추자면과 제주 시내권이며 인구 53,472명(2018. 5. 31. 기준)인 노형동의 주민자치 여건은 매우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현행 제도로는 그러한 다름을 반영할 수가 없습니다. 반면, 제주형 읍면동자치안에 의하면 읍면동마다 저마다의 특성과 자치역량에 맞는 읍면동 마을정부를 주민 스스로 결정·실시할 수 있게 되어 차별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읍면동자치를 꽃피울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예컨대 제주형 읍면동자치가 시행되더라도 제주지역 43개 읍면동 모두가 동시에 읍면동자치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주형 읍면동자치제도는 읍면동 주민이 원하는 경우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읍면동자치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을 뿐입니다. 만약 읍면동 주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별도의 자치정부를 세우지 않고 현행대로 주민자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즉 읍면동자치를 할 것인지 여부, 한다면 어떤 형태로 어떤 권한으로 할 것인지 여부를 읍면동 주민이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읍면동 주민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제도라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읍면동의 주권은 주민에게 있지요. 주권자가 자기결정권을 갖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아닌가요?
6> 현재 시민사회단체, 정당들 역시 행정시장 직선제의 즉각적인 철회와 새로운 사회적 논의를 요구하고 정치적으로도 서로 손익계산이 달라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되는데 어떻게 가야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마무리 말씀으로 부탁드립니다.
순서는 이렇게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계층구조에 대한 논의를 하여 결론을 내린 다음 풀뿌리자치 형태를 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계층구조 논의 결과 행정시를 폐지하고 3계층구조로 개편하기로 결론이 나면 제주형 읍면동자치로 가면 됩니다. 물론 제주형 읍면동자치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는 논의가 필요하겠지요. 반대로 현행 4계층구조를 유지하기로 결론이 나면 상황이 좀 복잡해집니다. 조합은 크게 5가지로 나올 것 같습니다. 첫째로는, 시자치와 제주형 읍면동자치 동시에 둘 다 시행하는 것이구요, 둘째로는, 시자치만 시행하는 것입니다, 셋째로는, 행정시장직선제와 제주형 읍면동자치 동시 시행하는 것입니다. 넷째로는, 제주형읍면동자치만 시행하는 것입니다. 다섯째로는 행정시장직선제만 시행하는 것입니다. 공론화과정을 거쳐 도민이 그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