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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종단 완주기(537km)~~~~
**지난날의 추억을 찾으러 길을 떠나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실감난다. 2002년도 국토종단 550km대회에 참가한지가 엊그제 같건만 벌써 10년이라 세월이 흘러가고 있다. 그 당시만 하여도 울트라마니아들이 적은 탓으로 참가인원이 고작 16명으로 혼자 외로이 힘겹게 달렸으며 무척이나 고생을 하였기에 10년 전 그때 그 추억 그 흔적, 나의 변모된 모습을 찾으러 즐겁게 울트라 여행을 떠나기로 하였다. 올해는 93명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마니아들과 함께 하기에 즐거운 여행이 되리라 생각하고 훈련 량도 충분히 소화 시켰고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였기에 완주에 대하여는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졌다.
그러나 뜻밖에도 대회전날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서로서로 인사를 나누는 사이 여행용 가방에 걸리어 엎어져 오른쪽 무릎을 시멘트바닥에 찍어 한동안 일어나지도 못하고 쩔쩔맸지만 동료들에게 위축을 줄까봐 그렇게 아픈 내색을 하지 않으려 했다. 전쟁터에 출전하는 장수의 사기가 떨어지면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져 패하듯이 함께 달려주겠다 한 러너에게 부담을 줄까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실은 많이 아팠으며 걱정이 태산이었다.
여느 때와 달리 올핸 포항지부에서 국토종단 울트라마라톤대회에 7명의 선수들이 참가하게 되었으며 그 중엔 여전사가 2명이 되어 관심이 크나 큰 행사 중의 하나였다. 지부장님 내외분이 선수들을 편안히 모시겠다며 손수 부산까지 운전하여 주시고 맛있는 음식과 금일봉을 하사하시고, 김경란 선수의 아드님이 운전하여 준 덕분으로 우린 2대의 차량에 편승하여 편안히 출발지인 부산 태종대에 도착하였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저녁식사 할 무렵 이완찬 감사 내외분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선수 격려차 내려오시어 맛있는 저녁식사를 제공하여 주심에 무어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좋을지 모르겠다.
2분 가족들은 내일 선수들이 출발하는 모습을 보고 난 후 50km까지 함께 하겠다며 이곳 부산에서 구혼 여행이라 생각하고 주무시겠다한다. 우린 내일의 출발준비를 위하여 숙소를 향했다. 숙소에 들어와 오른쪽 무릎을 보니 피멍이 들어 만지니 아팠다. 우선 안티프라민을 발라 피멍을 가라앉혀보기로 하였다. 그리곤 2시간 후엔 룸메이트 도움으로 파스를 단단히 붙이고 잠자리에 들었건만 다리가 많이 불편하여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550km 대회와 인연이 없는 거 아닌가 나도 모르게 한숨을 지었다.
모두들 일찍 잠자리에 들었건만 잠 못 이루는 듯 뒤척이는 소리들이 들린다. 10년 전엔 곤포의 집에서 철썩 거리는 파도소리에 잠 못 이루었건만 오늘은 상처 때문에 뒤척이다 살포시 잠들다 새벽 2시경에 잠이 깨었다. 더 이상 잠 못 이룰 것 같아 몰래 일어나 화장실 앞에서 무릎에 테이핑을 끝내고 달릴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 하고자 태종대를 향했다. 걷는 데는 별지장이 없었지만 달리는 데는
약간 불편하였으며 특히 내리막은 통증까지 있었다. 숙소에 돌아와 무릎보호대를 단단히 차고 천천히 달려보니 조금 전 보다는 좋았기에 투지를 불태우며 불안감을 떨쳐버리려 애를 썼다.
오늘 출발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아내와 아빠의 모습을 보겠다는 큰 따님 그리고 지난달에 결혼한 막내사위와 따님이 새벽 일찍 포항에서 출발하여 온다기에 나의 절룩거리는 모습을 보이지 아니하려 애를 쓰다 보니 오히려 더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가족들을 반갑게 맞이하여 지부장님과 감사님의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여 함께 하기로 부탁하곤 우린 걸어서 태종대 모자상 앞에 모여 단체 사진을 찍은 후 곧 바로 카운터 다운에 들어갔다. 출발할 때 지금의 이 모습 이대로 임진각에 무사히 도착 할 수 있도록 신에게 몰래 기도를 올려 보았다.
출발과 함께 힘차게 달려 나가는 선수들이 있는가하며 오르막이라 대부분의 선수들은 빠르게 걸어 올라간다. 함께 하기로 한 이연숙님(어느소녀)과 난 후미대열에서 빠르게 걷다 달리다한다. 부산시내 지리를 잘 모르는 탓에 대열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애를 쓰며 달린다. 시내를 벗어 날 무렵 낙동강대로 진입 부근에서 따끈한 오뎅 1개씩을 싸먹곤 강변을 따라 달리니 주복노님 가족이 시원한 수박화채로 주자들의 갈증을 달래준다.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쩜 이렇게 지원을 잘 해 줄 수 있을까? 수박화채 한 그릇 덕분에 구포대교를 힘차게 건너 전철역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김해입구에 들어설 무렵 지부장님과 감사님의 가족을 만나 시원한 음료수 한잔을 얻어먹곤 출발과 동시에 방화사 모래주머니에 걸려 넘어져 한 바퀴 구르고 나니 지부장님과 감사님이 얼른 뛰어와 일으켜 주는데 어깨에 약간의 통증이 왔지만 견딜만 하였다. 50cp 까지는 무릎에 약간의 통증이 있기에 조심하여 천천히 달리면서 많은 주자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특히 김효근 김미순 시각장애자 부부와는 자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파이팅을 외쳤지만 그이후로는 보지 못했다.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기에 왼쪽 다리에 힘을 많이 준 탓인지 50cp 100m 전방에서 왼쪽 햄스터링 근육에 팔뚝만한 뱀이 꿈틀거리며 지나가는 듯 하드니 이내 다리가 통나무처럼 뻣뻣해지며 마비되어 꼼짝 할 수가 없어 그 자리에 누웠다. 때마침 막달리자 초대 회장인 표종운님이 길을 안내하다 말고 다리를 주무르는 사이 이희우님이 그때서야 후미에서 앞으로 나오면서 형님 왜 이래요하며 함께 다리를 주무르니 서서히 풀린다. 50cp에서 송애리님이 준비한 닭 미역국에 밥을 말아 먹으려 하였지만 너무 지친 탓인지 조금만 먹고 김복근님이 주신 근육 이완제를 먹고 서둘러 출발한다.
희우님과 연숙님 셋이 함께 달리다 희우님이 먼저 앞서 나가곤 연숙님과 둘이 후미에서 천천히 달리지만 땀을 많이 흘린 탓인지 10여km도 채 못가서 또 왼쪽 헴스터링 근육이 마비가 와서 한동안 주무르다하니 주복노님이 뛰어와서 주무르면서 조언 해주길 낮에는 천천히 달리고 저녁에 빨리 달리라한다. 주유소에 들러 온 몸에 물을 뒤집어쓰니 시원하고 좋았다. 미량까지 가려면 20여 km주로에 식당은 물론이요 가게 하나 없다기에 밥을 먹고 가는 것이 좋다하여 진영에서 짬봉 순대로 저녁식사를 하였다.
58개띠인 이만수님과 박주돈님과 함께 4명이 식사를 한 후 다시 물을 뒤집어쓰니 살만하였다. 밥값은 이만수님이 지불하였으며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58개띠 러너들 5-6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데 이연숙님의 걸음이 얼마나 빠른지 남자들조차도 그녀의 걸음을 따라 잡을 수가 없는 전형적인 울트라 체질이었다. 어느 사이 서녘 하늘에 노을이 물들고 어둠이 깔리며 4-5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100cp인 성동역에 도착하니 포항지부 회원들은 벌써 1시간 전에 출발하였다한다.
제한 시간이 9일날 02시까지 이지만 첫날에 시간을 많이 세이브 해야 하는데 우린 겨우 밤 11시에 도착하였기에 서둘러 밥을 머고 청도 쪽으로 향했다. 가다가 잠이 오면 아무 곳에서나 자기로 하고 밤늦은 길손처럼 떠났다. 30분도 채 못 가서 연숙님이 잠이 온다기에 간이정류소에서 잠시 쉬었다 다시 출발하지만 또 다시 잠이 온다기에 평상위에서 잠을 자고 있는 러너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잠시 눈을 붙이고 나니 살만하였다. 나도 아마 코를 골면서 잤나봐. 자고나니 한결 새로운 힘이 불끈 솟아나는 기분이었다.
청도에서 경산으로 넘어가는 남성현 고개를 찾지 못하여 한동안 왔다갔다 헤매며 주로 감독에게 연락을 취해 겨우 청도 원탕을 찾아 가쁜 고개를 빠르게 걸어 올라가니 이 또한 숨이 가쁘다. 정상부근에서 다시 잠시 눈을 붙이곤 내리막은 지금까지 못 달린 울분이라도 풀려는 듯 신나게 달려 내려오니 무릎이 영 좋지 않았다. 고개 아래에서 옛날 소고기 국밥 한 그릇 먹고 나니 새로운 기운이 생겼지만 또 다시 잠이 온다기에 그럼 먼저 뛰어가 정류소에 눈을 붙여라 그러면 천천히 따라갈게 하며 연숙님을 먼저 보내곤 천천히 뒤를 따라 가서 일어날 때 까지 기다리다 함께한다. 몇 번인가 반복하여 눈을 붙이곤 경산을 지나 150cp에 들리니 대구지맹 회원님들이 반갑게 맞이하면서 맛있는 죽을 제공한다. 죽을 먹고 곧 출발하려 하였지만 그늘에서 한숨 자고 가자기에 잠시 눈을 붙이곤 대구시내로 들어선다.
대구시내는 분지라 무척이나 무덥고 뜨거웠다. 일단 주유소에 들러 물을 뒤집어쓰니 시원하였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하였다. 대구지리는 잘 아는터라 코스맵 없이도 갈수 있었으며 가게에 들러 시원한 음료도 마시고 노점에서 참외도 싸먹고 중국집에 들러 냉면도 먹곤 팔달교를 지나 태전 3거리에서 김천 왜관 방향을 보고 4번 국도를 향하는데 택시 기사가 친절하게도 길을 잘못 들었다며 안내하여 준다. 우린 태전 3거리 앞쪽에서 너무 빨리 좌회전을 하였던 것이다. 4번 국도를 따라 왜관 쪽으로 향하여 조금 가다가 졸음이 온다기에 가게에 양해를 구하고 길바닥에 누워 한숨 자고나니 김복근 감독관님이 후미 주자들도 거의 다 지나가고 우리 뒤엔 주자3명뿐이라 하며 한명이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병원응급실에 실려 갔으니 조심하라 당부한다.
연숙님은 왜 그렇게 잠이 많으며 발바닥이 아프다 하는지 조금 달리다 말고 발을 식혀야하며 조금 달리다 말고 잠을 자야만 하기에 시간이 자꾸만 지체되어갔다. 우린 왜관을 지나 벌써 약목역을 지났는 줄 알고 느긋하게 달리면서 발을 식힐 겸 과적차량관리소에 들렀더니 아직 약목역을 지나지 않았다기에 서둘러 구미 쪽으로 향했다. 8번이나 쪽 잠을 잔 탓에 제한시간을 얼마 남겨두지 아니하고 구미에 도착하니 김원기님과 지부장님 내외분이 삼겹살과 찰밥을 하여 왔기에 상추쌈에다 삼겹살을 얹어 맛있게 먹곤 텐트까지 준비하여 두었기에 연숙님과 함께 한숨을 푹 잤다.(머리는 반대 방향으로 1m 이상 뚝 떨어져 잤음 -절대 같이 안잤음) 자고 일어나니 주자들은 모두 출발하고 우리가 맨 마지막 주자가 되었다
*제2부-고난의 길은 멀고도 먼데*
지원팀에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곤 문경세제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기려니 방향 감각을 잃어버려 어느 쪽으로 향해야 좋을지 우물쭈물하는데 지부장님이 주자들이 간 방향을 가리켜 주기에 빠르게 달려 나가니 저 멀리 깜박이 불이 깜박거리며 도로 바닥에도 선산-문경세제 가는 방향표시를 잘 하여 두었기에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앞에 가는 주자들은 고가 다리 밑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온다며 잠자리를 찾지만 우린 한숨 푹 자고 출발하였기에 선산 쪽을 향하여 빠르게 걷다 달리다한다. 얼마가지 못하여 그놈의 웬수 또 잠이 온다기에 두-서너번 잠을 자다 걷다하니 날이 훤하게 밝아온다. 구미의 박건흥 총무님이 지나가면서 음료수를 건네주며 길을 안내하고 김복근 감독관님이 지나가면서 음료수를 제공한다. 정말 고맙고도 고마웠다.
금번 종단대회는 날씨도 좋고 먹거리도 100km대회보다 더 많이 제공하여 주며 갈림길 표시도 잘 하여 두었기에 남은 구간도 이렇게 잘하여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여보았다. 한낮의 불볕 더위라 빨리 달리지도 못하고 걷다 달리다, 주유소가 나올 때마다 물을 뒤집어쓰며 달리니 아직 까지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낙동 부근 간이 휴게소에서 청국장을 시켜놓고 한숨을 맛있게 자는데 주인이 깨운다. 먹는 것 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었지만 일단은 먹어야 기운이 생기며, 갈 길이 멀기에 물에 말아 밥을 먹곤 250cp 상주생활체육관에 이른다. 상주엔 감이 많은 탓인지 감홍씨를 주자들에게 마음껏 들게 한다. 2개를 먹고 나니 4개를 더 주기에 배낭에 넣고 문경세제를 향하여 힘찬 발걸음을 옮겨 보지만 생각보다 발걸음이 더디다.
자동차 전용도로에 오르기 전에 식사를 하고 가라 일렀지만 아직 배가 고프지 않기에 가게에 들러 음료수만 준비한 채 전용도로에 올랐다. 우리 지원팀이 포항에서 곧 올라온다 생각하니 힘이 생겨 제법 빠르게 달리니 앞서간 주자들을 많이 추월 할 수 있었으며 박길수 전임 회장님과는 대구시내에서부터 몇 번인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그는 거구지만 스피드가 좋아 빨리 달리긴 하는데 자주 쉬는 모양인지 언제인가 뒤에 있다가 또 앞서나가곤 한다. 우리도 빨리 달린 탓인지 지쳐서 그늘진 갓 길에 누워 한숨을 자고 일어나니 저만치 앞에 포항에서 지원 나온 김선경님과 박정부님 그리고 박미라님이 통조림 복숭아를 들고 우릴 반긴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구세주를 만난 느낌이었다.
언제 부터인가 양쪽 눈 모두 백태가 끼어 앞이 보이지 않기에 물티슈로 닦아내며 달리므로 올라올 때 안약을 부탁하였더니 안약을 사왔다. 안약을 눈에 넣고 내가 좋아하는 복숭아 통조림이라 맛있게 먹었다. 입맛이 개운하고 감미로웠으며 향긋함이 계속남아 맴돈다. 우리가 맨 후미 주자이니 앞서간 주자들에게 가보라 하였다. 우리 또한 빨리 문경시내 들어가서 저녁을 먹고 세제로 넘어가려 하는데 연숙님이 배가 고프다며 참지를 못한다. 저녁을 준비하여 왔다기에 김선생님한테 연락하여 다시 돌아오게 하여 다리 밑에서 돼지 수육을 곁들여 밥을 맛있게 먹곤 잠시 눈을 붙이니 편안함이 묻어나 달리다 말고 푹 잠들어 버리고 싶었다. 그래도 잠시 눈을 붙이고 나니 살만하여 문경시내를 향하여 힘차게 달렸다.
어느 사이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달리고 또 달려도 세재의 모습은 쉽게 자태를 들어내지 않기에 불안한 마음이 든다. 지난해 가을 문경세제 나들이를 하였건만 시내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지진 않았는데 어쩌면 이렇게도 멀까! 행여 길을 잘못 들었는가? 자꾸만 의아스럽게 생각이 든다. 연습 땐 나보다 잘 달렸는데 그놈의 잠 때문에 연숙님은 자꾸만 뒤 처진다. 할 수 없이 계속 걸으면서 지원팀에게 연락하니 세제에서 우리 쪽으로 내려오고 있다한다. 반갑게 음료수를 지원받은 후 시간이 그리 넉넉지 아니하니 500m마다 끊어서 지원하겠다며 최대한 빨리 달리라 한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지만 아직까지 스피드는 살아있는듯 7분대 안쪽으로 신나게 달리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본다. 다른 러너들도 많이 동참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신나게 달리고 있는데 김경란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길을 잘못 들어 지금 어디가
어딘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조금 전 우리보다 1시간정도 앞서 달린다 하였기에 대충 위치가 짐작되어 지원팀인 김선생님에게 그쪽으로 가보라 말하곤 우리 또한 열심히 달린다. 조금 있으니 제대로
길을 찾았다며 바로 우리 앞200m 전방에 달리고 있다한다. 정말 다행이었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는데 우리가 300cp에 들어가니 김경란님은 씻고 있었으며 함재호님은 식사하고 있기에 우리와 함께 잠시 눈을 붙이곤 4명이 함께 빗속을 뚫고 문경세제를 향한다. 우리 뒤쪽에 많은 러너들이 함께 하는 것으로 보였다. 왜 그렇게 비는 청승스럽게 내리는지, 옛날 옛적 선비들도 과거보러 갈 때 짚신을 신고 우산도 없이 이렇게 비를 맞고 넘었을거라 생각하니 그래도 우린 운동화에다 우의를 입고 넘으니 참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이 나온다.
1관문(영남제1관문)을 지나 한참을 걸으니 왼쪽 계곡엔 시원하게 흘러가는 물소리가 들린다. 캄캄한 밤인데다 비마저 추적추적 내리기에 주위 경관은 볼 수 없지만 아름다운 풍광이라 상상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그렇게 잠이 쏟아지는지 걸을 수가 없었다. 비가 오든 말든 길가 아무데서나 누워 눈을 붙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뒤에 따르는 러너들도 많았으며 쉴만한 공간이 없었다. 졸다 걷다보니 계곡으로 떨어질 번도 하였는데 누군가 잡아주는 사람이 있었다. 연숙님이었다. 연숙님은 졸음이 오지 않는지 나를 길 가운데로 자꾸만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만약 떨어진다면 중상내지 사망이었다. 난간대도 없는 세재고개를 한밤에 졸고 올라간다는 것은 여간한 위험이 수반 되는게 아니었다. 모두들 투들 대기도한다.
지난번 나들이 왔을 땐 1시간 반 정도 걸렸는 거리인데 무려 3시간이나 걸렸다. 제3관문인 고개를 넘어 조령산 중턱에 이르니 졸음도 오며 바람이 세차게 불기에 어디서든 눈을 좀 붙여야 살 것만 같기에 야외식당 의자에 누워 모두들 잠시 눈을 붙이고 나니 먼동이 트는듯 부옇게 새벽이 밝아온다. 난 연숙님과 앞서 힘차게 달리고 재호님과 경란님이 뒤에서 따른다. 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를 맞고 신나게 달리니 기분은 좋은데 어느 순간에 힘이 쭉 빠진다. 이른 아침이라 아직 식당 문을 연곳이 없기에 힘이 쭉 빠져 뒤처져 걸으니 연숙님이 휑하니 앞서 가드니 어느 식당에 들러 음식을 부탁한 후 나를 부른다. 아직도 재호님과 경란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함께 식사를 하였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참 고마운 식당아줌마 덕분에 아침을 먹곤 따뜻한 방에 잠시 눈을 붙일 수 있었으며 다시 힘차게 달린다. 우리가 잠시 쉬는 사이 재호님과 경란님이 바로 뒤에 따르고 있었으며 우리가 길을 잘못 들어 알바 하는 사이 재호님과 경란님이 앞서 가게 되었다.
옥수수가 먹고 싶던 차 연숙님이 옥수수를 사기에 맛있게 먹으며 걷다 달리다 열심히 뒤따라 붙어 이제 4명이 함께 되었으며 경란님이 달리는 자세로 계속 뛰고 있지만 나의 걷는 걸음보다 훨씬 늦었다. 재호님은 저 만치 앞서가고 셋이 함께 걷다가 350cp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연숙님에게도 먼저 가서 쉬어라 하곤 경란님의 뒤를 따라 함께 걷는다. 걸으면서 어렵게 말을 꺼낸다. 이렇게 마냥 걸어서는 제한시간 내 들어가지 못하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며, 완주가 어려울 경우 본인이 빨리 결정하여 알려주는게 좋겠다하니 밥 먹고 빨리 달리면 완주 할수 있다한다. 우리가 연숙님보다 30여분 늦게 도착하니 누군가가 영택님과 연숙님. 재호님 셋이 쉬고 있으니 포항팀 5명이 함께 출발하라 이른다. 그렇게 하겠다며 식사를 하고 있는데 연숙님이 먼저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기에 곧 바로 영택님과 연숙님과 함께 음성방향으로 향했다.
얼마가지 못하여 연숙님이 졸음이 온다기에 길가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이려하니 영택님이 먼저 떠나려한다. 잠시 눈을 붙이고 고개 아래를 힘차게 뛰어 내려온다. 금왕 못 미쳐서 비빔밥을 시켜 정말 맛있게 먹곤 저녁 달리기 준비를 하여 장호원 생극 방향으로 향한다. 장호원 방향은 직진인데 연숙님이 달리다 말고 자꾸만 후래쉬로 코스맵을 보기에 직선주로에서는 자주 볼 필요가 없다하니 기분이 상했는지 휑하니 앞서 달려 가버린다. 주로에서 사무총장님이 수박 한 조각씩을 나누어 주기에 받아먹고 연숙님을 보았느냐 물으니 앞에 갔다한다. 그런데 저만치 앞에도 보이지 아니하기에 다시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혹시 화장실에 간거 아니냐, 아니면 그 옆에 개띠 지원팀에 같이 있는가 알아봐 달라 하였더니 분명 아니라한다. 영택님과 빠르게 달리다 반대쪽에서 내려오는 정보영님에게 연숙님 보았느냐 하니 저만치 앞에 가고 있다하기에 안심이 되면서 열심히 달려 장호원에 이르니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빨리 달려요” 하니
“뒤에 바로 따라 오는 줄 알았지요.” 한다.
“먼저가면 간다하고 가야지요. 전화도 받지 않구” 하니
“늦게 가면 늦게 간다하구 빨리가면 빨리 간다하구 도데체 어떻게 하면 되요”한다.
아까 코스맵 보지 말라 한 것에 대하여 마음이 많이 토라졌구나 생각하곤 더 이상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 말을 하지 아니하고 셋이 열심히 달리는데 금왕에서부터 우리 뒤를 졸졸 따라오는 친구 김 아무개가 있었다. 얄미울 정도로 우리가 길을 찾으면 우리 뒤를 따르고 우리가 쉬면 옆에 같이 쉬다가 우리가 출발하면 70여미터 떨어져 우리 뒤를 따르고 있었다. 젊은 친구가 앞에서 길을 안내 할수도 있구, 같이 얘기도 하면 좋을텐데 마치 들고양이처럼 뒤를 살금살금 따라와 밥상 차려 놓으면 젓가락 들고 제일 먼저 덤벼드는 얄미울 정도인 러너였다.
~~다음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