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4월 27일 욕지도산행 많이참석하세요~~~

[산마루]

[여행]통영 욕지도  
육지의 발걸음 잠시 옮겨 사흘만 편히 쉬다 가시게  
 
 
이일균 기자 3Diglee2@dominilbo.com">iglee2@dominilbo.com
 
 
 
욕지도는 통영 최남단의 유인도다. 욕지도의 남과 북은 밤낮에 
다른 얼굴을  하는 한 사람과 같다. 북쪽은 다도해다. 임란 때 
왜군과의 해상 전투도를  보듯 섬들이 대열을 짓고 있다. 
남쪽은 망망대해다. 단 두세 곳의 무인도가 점을 찍은 듯 홀연하다.

욕지도에서 사흘이면 도시의 시름을 잊는다. 하루는 구경을 한다.
하루는 술을 마신다. 또 하루는 멍청히 바다만 보며 보낸다. 
통영에서 뱃길 1시간30분이면 그렇게 세상과 단절된다.

주위를 감싸고 있는 섬조각 점점이…

△배는 다도해를 뚫고 망망대해로

     
 
 
 
새벽 6시30분 통영여객선터미널에 도착했다. 욕지도 가는
6시50분 첫 배를 타기 위해서다. 풋풋한 새벽기운 속에 배가
출발한 순간 갯내음이 확 풍겼다. 끼룩끼룩 거리는 갈매기
소리가 파도와 부딪혔다. 여행도 부지런해야 한다. 

욕지도로 들어가는 배편은 통영터미널과 통영 삼덕에서
각각 하루에 세 편 정도 있다.한산도 산양도 비진도…. 
통영의 큰 섬들이 옆으로, 뒤로 비켜갔다. 안푸지 바깥푸지
하는 뜻 모를 이름의 무인도도 지나갔다. 배는 그야말로 
다도해의 한 복판을 흐르고 있다. 뜸했던 섬의 대열은 
한 시간 정도 지난 뒤 나타난 연화도부터 ‘연화열도’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됐다. 

상노대도 하노대도 두미도 초도 갈도 등의 연화열도 정점에
욕지도가 있다. 360도로 둘러서 있는 대열이 신기하다.
8시20분에 배는 자궁처럼 옴폭 들어간 욕지항으로 들어섰다.

△대기봉에서 바라보는 섬의 절경 

 
 
첫 배를 기다렸던 욕지 사람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14㎢의 면적에 1000가구의 작은 사회가 생동하고 있다. 
욕지도의 정상 ‘천황봉’에 오르는 것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군사지역인 이곳에는 언론취재 협조요청을 통해 출입을
허가받을 수 있었다. 관광객이 등반할 수 있는 곳은 항이 있는 
면소재지 쪽에서 태고암을 거쳐, 천황봉 아래 대기봉에 
오르는 구간이었다. 여기서 일출이 아름다운 삼려바위 쪽 
하산로가 이름 있다. 이 구간 등반에는 넉넉하게 두세
시간이 걸린다.

기자는 유동 덕동을 거치는 일주도로를 통해 천황봉 군부대
입구로 들어섰다. 중간에 길을 잃어 들렀던 덕동마을에는
동네를 한바퀴 돌아서야 사람을 만났다. 해수욕장에 곳곳의 
민박집, 여름이면 사람이 북적댄다는 이곳도 평소에는 사람 
만나기 힘든 오지다. 한 노인은 지게를 멘 채, 15도 경사의
비탈 밭을 갈지 자로 힘겹게 올라간다. 이 섬에서 가장 많은 
고구마 밭이다. 

     
 
▲ 욕지도 가는길 욕지도 선착장 새 에덴동산 
 




392m의 천황봉 정상. 해군 3950부대 허용호 상사가 정상 
한쪽 암벽에 새겨진 문장을 설명했다. 

조선의 66대 삼도수군통제사 이세선 장군이 당시 상황을 글로 새긴
것입니다. 1700년대라는 연도도 새겨져 있고, 주변에는 그 때 썼던 
것으로 보이는 기와도 발견됩니다. 당시부터 군사요충지라는 
뜻이겠지요”. 남쪽과 북쪽, 다른 얼굴의 욕지도는 이곳에서 더욱
분명하다. 

△8년간 손으로 돌을 빚어 만들고 있는 집 


다시 유동마을 쪽으로 하산했다. 마을입구 삼려바위를 보고,
마을안쪽 ‘새 에덴동산’이라는 모녀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서.
삼려는 한자로 바다위로 솟은 바위 셋을 뜻한다. 유동입구에서
삼려를 바라보면 절벽이 이어지는 욕지도 남쪽 해안선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지금 이곳 바닷가 바위 한쪽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노라면
연상되는 게 있다. <쇼생크탈출>이나 <빠삐용>의 마지막 장면.
감옥을 탈출한 팀 로빈스가 한가로이 배를 다듬던 멕시코해안이나
스티브 매퀸이 기어코 뛰어내린 프랑스의 어느 해안과 겹치는 이미지다.

유동마을에서 20분을 걸어 들어가면 희한한 집을 만날 수 있다. 
부산에서 이사와 이곳에 정착한 최숙자(63)씨 모녀가 8년간 
손으로 빚고 있는 집이다. 

돌가루와 흙, 자생나무로만 만들고 있다는 이 집을 이들은 
‘새 에덴동산’이라 부르고 있다. 자연 속의 이상향이란 의미다.
 아쉽게도 작업을 직접 보지 못했지만 이들은 해가 뜰 때부터 
어둠이 내릴 때까지 집을 계속 지어나가고 있다. 다르게 사는 것이
이들의 특권이다. 바로 뒤쪽 욕지도의 서쪽 바다가 배경이 되는
이 집은 말 그대로 에덴동산이다. 

△해안 일주도로를 따라가는 여행길도 

     
 
 
 
로를 통해 유동에서 덕동 도동 목과 쪽으로 일주로를 따라가기로 했다. 
이쪽에는 조그만 해수욕장과 낚시터가 집중돼 있다. 마을마다 민박집과 
숙식시설을 갖추고 있다. 목과마을 옆 흰작살 해수욕장은 도로가 바로
연결되지 않아, 다음에 나오는 면소재지를 거쳐 들어간다.

이곳에서 다시 면소재지를 거쳐 반대방향의 도로를 타면 욕지도 
동쪽 해안의 마을을 만난다. 노적과 통단 마을 등이다. 오늘 따라 
서쪽 해안은 잠잠하다. 유동과 흰작살 등 남서쪽 해안과는 달랐다.
그러나 작업을 위해 이곳에 온지 14년 됐다는 윤용원 화가는 
이렇게 일축했다.

“항상 그런 게 아니에요. 바닷바람은 종잡을 수 없어요. 
태풍은 더 그렇지요”라고. 특별히 맛있는 집이나 즐겨 찾는 
곳이 없느냐는 질문에도 덤덤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런 곳 없어요.
평범하지요. 그냥 자연스럽게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곳이에요. 
그게 전부지요. 사흘은 마음 편케 있을 거요”.

관광을 더 하고 싶다면 여기서 배로 20분 거리의 연화도를
찾는 것도 좋다. 사찰 등의 유적이 오히려 이곳에 더 많다. 
연화사와 천불상 같은 유적, 용머리 소섬 등의 자연 경관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