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 새마을문고 정촌면 분회 <정 촌 글 샘>
2011.03.20.일요일
새마을문고 정촌글샘에서
어른들을 위한 행사가 있었습니다.
고즈넉한 정촌글샘의 내부 모습입니다.
농한기가 끝나가는 무렵이라
더 바빠지기 전에 정촌면 내의 어른들을 모시고
작은 정성을 모아 자장면을 대접하기로 했습니다.
어젯밤부터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탓인지
날씨가 을씨년스럽습니다.
春來不似春!
현재 국내외의 여러 사정들과 맞물려
봄은 왔으되 봄 같지가 않다는 단어가 문득 떠오르는 군요.
중국 漢나라 元帝때의 궁녀였던
절세미인 왕소군만이 궁중화가 毛延壽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은 탓으로 추녀로 그려져
워낙 후궁이 많던 원제에게 간택되지 못하는 신세였다가
빈번히 변방을 침략하던 흉노족의 요구로
원제가 후궁 중 추녀로 잘못알고 있던
왕소군을 흉노에게 보내게 되었고
보내기 전 왕소군을 보고서야
절세미인이었음을 뒤늦게 안 원제는
모연수를 처형하게 되었고
뇌물을 주지 않은 죄 아닌 죄로
왕소군은 말도 통하지 않는 이역만리
오랑케 땅에 끌려가며
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오랑케 땅인들 화초야 없으랴만
봄이 왔으되 봄이 봄 같지가 않구나!
왕소군이 서글픈 심정을 담아
금을 타며 읊조리는 모습이 얼마나
처연하고 아름다웠던지
날아가던 기러기가 날개 짓을
잊어버리는 바람에 떨어졌다는
기러기가 떨어졌다는 落雁이라는 단어도
왕소군에서 유래되었다고 하지요.
내몽고 오르도스 지역 호화호특시에 가면
왕소군의 조각상이 있고
그가 죽은 후 묻힌 무덤에는
겨울에 모든 풀이 시들어도 푸르러서
靑塚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만...
春來不似春!......
오늘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면서도 어쩌면 어울릴 것도 같은
가버린 날들을 그리워하실 어르신들을 보니
왠지 가슴 한구석 짜안하고 싸안합니다 그려.
즉석에서 면을 뽑고.
자장면 봉사를 기꺼이 해주신
상대동 오리집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즉석에서 면을 삶고.
보시는 바와 같이 면을 행굽니다.
전날부터 준비해온 자장을 즉석에서 끓이고
알맞게 삶아진 면에
자장을 듬뿍 얹습니다.
자아 가꼬 가이소
다들 신이 났습니다.
어른들을 대접하는 것은
언제라도 신명이 나는 일입니다.
자장면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우리들의 어머니 아버지들의 모습입니다.
옛날엔,
아니 40여년 전만하더라도
자장면은 그렇게 쉽게 볼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읍내나 시내에
큰맘 먹고 나가
아끼고 아끼다 닳아가는
쌈짓돈을 큰 숨 들이쉬고 털어야만
맛을 볼 수 있던
나름 귀한 대접을 받던 별미였습니다.
그릇 바닥에 묻은 자장면
나무젓가락에 묻은 자장면까지
설거지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빨고(?) 핥아(?)먹고 나서도
표현하기 어려운 서운함에
몇 번이고 입맛을 다시고 돌아서던
그러한 흔치 않은 음식이었습니다.
이미 칠순,
이미 팔순을 넘겨버린
어르신들을 보노라니
괜스레 1992년 세월을 달리하신
어머님 생각에 마음이 뭉클 해집니다.
살아계셨으면 오늘도 이 못난 자식을
기다리는 시간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했을 텐데...
계셨으면
올해로 100세...
그렇게 가슴에 어머님을 간직하며
언제까지일지 모를 어머님의 나이를 헤아리며
어머니 이 자식도 어느 샌가 6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갑니다.
드디어 나올 모양입니다.
단무지가 나오고 방울토마토며
나무젓가락이 나오는 것을 보니...
기다림이란 누구에게나
참으로 성급해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연세가 팔순을 헤아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곧 나올 자장면을 기다리자니
괜스레 마음이 성급해지는 모습이
카메라엔 안 잡혔지만
단무지로 먼저 속을 달래야(?) 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어린아이가 된다는 옛말은 괜한 말은 아닌듯합니다.
마이크를 드신 분이
새마을 진주시 우 종표 지회장님
옆에서 사람 좋은 미소를 가득 베어 문 분이
오늘 자장면 봉사를 위해 며칠간 노심초사하신
새마을문고 진주시 정촌글샘 문고 김 국상회장님입니다.
마이들 드시고 건강 하이소.
김 국상 회장님 후덕한 인상에
후덕한 마음을 가득 묻혀
어르신들에게 자장 보다 더 진한
사랑하는 공경의 마음을 보냅니다.
나이가 들다보니
나날이 적조해지는 벗들과의 조우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쉽지 않습니다.
“지난달에 곤명댁이 세상을 떠났다며?”
“그러게 지수댁은 몸이 안 좋아
엊그제 서울 막내 아들네로 갔다네....“
“살던 데를 떠나자니 마음이 아픈지
떠나는 내내 울던데 우리 모두도 따라 울었네.“
“사봉댁 안 그래도 안부 전하드라마는...
못보고 가서 마음 짠하다고 전해 달라데...“
짠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오랜만에
이웃동네의 동무를 만나
자장면 보다 더 진한 이야기꽃이 만발합니다.
오봉(?)을 든 분이
이 윤숙 회장님?
오늘 문 영숙 총무님 바쁩니다.
이 태열, 서 동주회장님의 모습도
가문가문 보이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장 해상 회원의 모습도 오늘 유달리 즐거워 보입니다.
드디어 나왔습니다.
자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우리 회원님 예쁘지 않나요?
자장면 보다 훠얼씬 진한
뻘건 쉐타의 예쁜 시악시는
이번 새로 신안동 회장에 취임한 진 미연입니다.
마이 예뻐해 주이소
어른도 한 그릇
아이도 한 그릇
할머니를 따라온 아이가
자장면을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내도 옛날엔 저랬니라...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봄비가 내리는 한나절동안
수고해 주신 자장면 봉사회원 여러분
새마을 문고 정촌면 글샘회원 여러분
새마을문고 진주시 읍면동 회장, 회원 여러분
정말 감사 감사합니다.
일일이 인사를 드리지 못 하고
지면으로 드림을 용서를 구하면서
새마을문고 진주시 지부는
더욱 알찬 봉사를 더불어 함께하며
책의 중요성과
독서의 생활화를 위함은 물론
연로하신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가 무엇일까?
앞으로 함께 고민하면서
6월로 예정된 3일간의 북 페스티벌 등
시대와 함께하는 진정한 새마을문고의
구태를 벗어가는 제대로 된 문고의 모습을 이루어 나가겠습니다.
헛헛헛!
끝으로 사족으로
사진 화면상 저는 보이지 않습니다.
뭐 굳이 변명하자면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화면을 꽉 채우는 큰 바위 얼굴과
하나는 스마트 폰을 눌러대느라 어떻게 사진에 나오겠느냐고요?
헛헛헛 화면을 꽉 메우는
튕팅 분 지 얼굴이야 안 나오면 어떻습니까?
정말 마음이 따뜻한 하루였습니다.
정촌면 글샘문고여 영원하라!
더욱 발전하고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정촌면 새마을문고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2011년 3월 24일 정리했음을 양해드리면서
새마을문고 진주시 지회 박 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