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몽(解夢)/ 권 오 정
오래 전부터
달이 내게 물어 온 적이 있었다
별빛조차 없는 어느 깊은 산 속에
허기에 독기 찬 늑대의 붉은 눈을 피해 길을 잃고 헤매는 외로운 사슴 한 마리를 본 적이 있었냐고
어둠이 깊다 못해
밤안개마져 얼어붙은 검은 바다
상어 송곳니같은 새하얀 파도에
휩쓸린
낡은 목선 하나
그 수평선 너머
서럽게 일렁이는 파도 위에 허우적거리는 노부부의
떨리는 그림자를 본 적이 있었냐고.
내게 다가오는
수많은 뜻 모를 낯선 단어들의 밤
세상 구석진 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삶의 수수께끼들
엉킨 실타래처럼 풀 수 없는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해
두려운 밤 잊어버린 채 긴 긴 밤을 지새우며
구름에게 저 달빛을, 저 달빛을 가려달라고
정녕 나 혼자의 외로움도 감당하지 못했다고.
오래 전부터
해가 내게 한 말도 있었다
바람 불고 태풍이 몰아쳐
마음 둘 곳 없는 외로운 날이 오더라도
구름을 벗겨낸 알몸의 청정 하늘은
언제든지 돌아온다고
슬픔은 구겨진 휴지통에 버린 낡은 쓰레기라고
행여나 버릴 수 없는 추억이
그 휴지통처럼 갈기갈기 찢어져 있어도
지난 세월만큼 다시는 슬픔이 오지 않으리라 믿어도 된다고.
하지만
또다시 빛바랜 먹구름이 해를 가리며
마른 잎이 차갑게 스러져
황량한 땅바닥에 뒹구는 처절한 날
누구든 생의 마지막 날을 준비하라고
세상 사람과의 시원섭섭한 이별을 준비하라고
그 날을 추억하며
쓸쓸히 이승을 떠나더라도 대지를 살찌우는 따뜻한 햇볕으로
새로운 날을 기약하라고 인생이란 전부가 아닌
또 하나의 타인에 불과 하다고
태양은, 태양은 저물지 않는
영원한 꿈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