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먹고 셋째 날의 숙소로 향했다. 이번 여행 중 제일 기대한 숙소였는데 감성에 절여지다 못해 감성에 돌아버린 숙소였다.ㅋㅋ 방 곳곳에 힙함이 묻어있는 게 아니라 쏟겨진.ㅋㅋㅋ 모던하고 깔끔한 숙소를 좋아하는 오빠 취향은 절대 아닌 절대적으로 내 취향에 가까운 곳이었다. 제주도의 옛 주택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에어비엔비 숙소였는데 안에는 집주인의 취향이 엿보이는 엔틱한 소품들과 가구들로 채워져 있었는데 소품 하나하나가 기성품이 아니라 주인이 직접 만들었거나 빈티지 소품들인듯해 보였다. 한 번에 집을 채웠다기보다는 몇 년에 걸쳐 발품 팔아 조금씩 채워나간 듯해 보였는데 그런 작은 소품 하나하나가 집이랑 너무 잘 어울려서 나도 전세가 아닌 내 집이 생긴다면 이런 느낌으로 꾸며보고 싶다는 욕심도 났다.
나는 취향저격 감성에 허우적거리며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ㅋㅋ 항상 숙소에 들어오면 피곤해지는 오빠는 집 구경보다 침대행이 우선이었다.ㅋ 오빠가 잠에 빠진 틈을 타 숙소에는 커다란 거울을 이용하여 거울 샷을 찍었댔다. 집안에 포토스팟이 너무 많아 나랑 취향이 비슷한 유리를 소환해오고 싶을 정도였다.ㅋㅋ
이 집의 구석구석 모든 공간이 감성적이었지만 제일 마음에 들었던 곳은 욕조가 있는 공간이었다. 욕조와 함께 엄청 오래되어 보이는 스피커가 같이 있었는데, 이 욕조에 따뜻한 물을 채워 반신욕을 하며 내 취향 음악을 감상하고 싶어졌다... 따뜻한 욕조 안의 온도, 그와 반대되는 차가운 공기, 감성을 녹여버리는 BGM, 하나밖에 없는 예쁜 소품들로 가득 찬 공간, 나른하게 졸려옴과 동시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천국 아닌가요? 그런 내 머릿속 갬성적인 상상과 달리 뜨거운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며 아쉬워했다.
오랜만에 온 감성 숙소에 신이 나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애옹~ 하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 독채 숙소에는 길고양이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블로그 후기를 보았던 터라 고양이가 올 것을 기대했으나 보이지 않아 기대를 접었었다. 하지만 애옹하는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고양이가 왔구나!! 하고 바로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을 찾아갔다. 고양이는 정문 쪽이 아닌 후문 쪽에서 애옹~ 애옹~하고 울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애옹이의 방문에 한 번도 냥집사가 되어보지 않은 나는 당황하여 팔을 급하게 팔랑 팔랑거리며 배고플 텐데 먹일 거 없나 하면서 방을 부산스럽게 짐과 냉장고를 뒤적거렸는데 그 사이에 애옹이가 자취를 감춰버려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그런 내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건지 이번에는 정문에서 나타났다. 당장 고양이용 간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뭘 줘야 하지 고민하다가 먹다 남은 하멜치즈몽이 생각났다. 바로 인터넷에 고양이한테 치즈케이크를 줘도 되는지 찾아본 후 남은 치즈몽을 줬는데 배가 많이 고팠는지 혀를 할짝할짝 거리며 잘 먹었다.
열심히 먹어대는 애옹이의 등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주었는데 여태까지 친절한 사람들만 만났는지 사람의 손길을 피하지도 않고 움찔거리지도 않았다. 행복한 길애옹이였던 것 같아 애옹이가 부러워졌다.
치즈몽을 먹고 난 뒤 목이 마를까 봐 마실 물도 주었는데 조그마한 혀로 물도 잘 마셨다. 그 후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애옹이는 자기 집에 들어가듯 숙소 안으로 들어와서는 누워버렸다.ㅋㅋ 이 애옹이 이게 처음이 아니구나??ㅋㅋ 애옹이를 내쫓아야 하나 생각했으나 겨울바람이 너무 차서 단번에 내쫓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내도 음악상가를 갈 참이었다. 그냥 애옹이를 빈집에 둘까 생각도 했으나 온 집을 헤집고 다니며 기물 파손을 하고 오줌을 지릴 애옹이 생각에 마음이 아팠지만 차가운 밖으로 내쫓았다.
치즈케잌을 먹고 난 뒤 목이 마를까봐 마실 물도 주었는데 조그만한 혀로 물도 잘 먹었다. 그 후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애옹이는 자기 집에 들어가듯 숙소 안으로 들어와서는 누워버렸다.ㅋㅋ 이 애옹이 이게 처음이 아니구나??ㅋㅋ 왠만하면 애옹이를 내쫓을까 생각했으나 겨울바람이 너무 차서 애옹이를 단번에 내쫓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내도 음악상가를 갈 참이였다. 잠깐 그냥 애옹이를 빈집에 둘까 생각도 했으나 온 집을 헤집고 다니고 기물을 파손할 애옹이 생각에 마음이 아팠지만 애옹이를 차가운 밖으로 내쫓았다.
내도음악상가는 제주도에서 갈만한 곳을 찾다가 발견한 힙한 와인바였다. 게다가 고가의 장비를 이용하여 LP 음악을 틀어주는 곳이었는데 인스타에서 보고는 이곳이다!! 이곳은 가야한다!!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서 우리는 패딩으로 중무장을 하고 차가운 칼바람을 맞서며 그곳으로 향했다.
내도음악상가로 가는 길에는 인적이 드물어 이런 곳에 와인바가 있는 게 맞는 것일까 의문이 들 때쯤 나왔다. 들어가자마자 술을 먹지도 않았으나 힙한 분위기에 취해버리는 느낌이었다. 바깥은 인적이 드물어 손님이 있을까? 우리밖에 없는거 아냐?라고 생각했는데 안은 거의 만석에 가까워 보였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감각적인 음악과 술을 곁들이며 그곳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다행히 웨이팅 없이 우리는 창가 쪽 자리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커다란 스피커에서는 내 취향을 충분히 저격하고도 남을 노래가 흘러나왔다. 어둑어둑한 분위기에 최소한의 조명으로 빛을 밝혀 더욱더 분위기 있어 보였다. 통창으로 보이는 바다는 이미 너무 어두워져 잘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노을이 질 때쯤에 왔으면 진짜 예뻤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하이볼 두 잔과 하몽 플레이트, 아이스 포도를 주문했다. 하몽 플레이트는 여러 종류의 하몽과 비스킷이 나왔는데 비스킷에 올려먹는 하몽은 짭짤한 맛과 고소한 맛의 조화로 생각보다 맛있었다. 그리고 아이스 포도는 그냥 포도를 얼려 놓은 것이었는데 은근히 손이 갔다. 나는 힙한 음악과 분위기에 취하기도 하고 그에 더해 맛있는 안주와 알코올에 취해갔다.ㅋ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힐링 되는 기분이었다.
내도 음악상가에서 기분 좋은 저녁시간을 보내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야식거리와 애옹이 간식을 살 겸 편의점을 경유했다. 편의점 고양이 음식 중 내가 아는 것은 츄르 밖에 없었다. 츄르를 사서 숙소로 가는 동안 좋아할 애옹이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막상 츄르를 샀는데 밖으로 내쫓은 애옹이가 다시 오지 않아 무용지물이 될까봐 걱정이 되기 시작하면서 애옹이가 보고 싶어졌다.
내도 음악상가에서 기분 좋은 저녁시간을 보내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야식거리와 애옹이 간식을 살 겸 편의점을 경유했다. 편의점 고양이 음식 중 내가 아는 것은 츄르 밖에 없었다. 츄르를 사서 숙소로 가는 동안 좋아할 애옹이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막상 츄르를 샀는데 밖으로 내쫓은 애옹이가 다시 오지 않아 무용지물이 될까 봐 걱정이 되기 시작하면서 애옹이가 보고 싶어졌다.
다시 숙소로 돌아왔으나 한참이 지나도 애옹이가 오지 않아 걱정을 하던 중에 그런 내 맘을 알았는지 애옹이는 내 눈앞에 나타나줬고 긴장되는 손길로 츄르를 주었다. 역시 야옹이들 사이에서 핫한 불량식품인 츄르를 애옹이도 좋아하는지 허겁지겁 먹어댔다.
애옹이는 좋은 사람들만 만났는지 애교가 엄청 많았다. 쓰다듬어주면 피하지도 않고 오히려 발라당 누워 손길을 즐기는 듯했다. 그런 애교냥이 애옹이한테 마음이 뺏겨 정말 차에 태워 창원으로 납치해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나와 애옹이 사이를 갈라놓는 복병이 있었으니.. 그것은 뚱뚱이었다. 뚱뚱이가 고양이털 알러지가 있다고 했었을 때 귓등으로도 안 들었는데, 애옹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오빠가 재채기를 하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뚱뚱이는 원래부터 엄살이 심했으니 이번에도 예민한 척하는 건 줄 알았는데 이번엔 엄살이 아니라 진짜로 알러지가 있는 듯했다.ㅠ 뚱뚱이의 재채기가 줄어들지 않고 점점 심해졌으나 저 추운 바깥으로 애옹이를 보낼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파 내보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애옹이보다 더 소중한 우리 뚱애옹이때문에 애옹이를 밖으로 보내야만 했다. 강제로 내쫓기에는 애옹이한테 너무 미안했다. 이때까지 착한 사람들만 본 애옹이한테 사람은 나쁘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자의로 나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았다. 다행히 애옹이도 나가고 싶었는지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밖으로 튀어나갔고 그 사이에 나는 재빠르게 문을 닫았다. 문을 닫고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애옹이한테 미안해져 혹시나 다시 들어오지 않을까 문을 열어봤으나 애옹이는 멀리 가버렸는지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뚱애옹이는 더 심한 재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겨울여행은 이제 하지 않기로 해요.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이호테우 해변 근처 숙소에 왔는데 이호테우 말등대에서 뽀뽀하는 사진을 못 찍고 가는 건 너무 슬플 거 같아 아침에 게으름을 피우려는 뚱애옹이를 어르고 달래어 이호테우 해변으로 향했다. 아침 바람은 차가웠지만 바다 옆길을 걸으니 상쾌해졌다. 여유롭게 바다 구경도 하면서 걷고 싶었지만 숙소 체크아웃 시간에 쫓겨 말등대가 있는 곳까지 열심히 뛰어가야 했다. 강제 아침 러닝 후 등대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역시나 핫플레이스답게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인스타를 보니 다들 말등대와 뽀뽀를 하는 사진을 찍었던데 남들이 하는 거 다해봐야 하는 내가 그냥 지나칠 수가 있겠는가.ㅋㅋ 처음에는 어디로 가서 찍어야 말등대와 뽀뽀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몰라 두리번 거렸는데 허공에 혼자 입술을 쭉 내밀며 누가 봐도 심상치 않은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는 한 커플을 보고는 우리도 그 옆에 자리를 잡고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ㅋㅋ 사진을 다 찍고 보니 아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인스타에서 본 인생사진을 찍기 위해 다같은 이상한 자세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ㅋㅋ 그 광경을 멀리서 보니 너무 웃겼다.
숙소로 다시 돌아가려는데 애옹이와 닮은 고양이가 동지를 만난 듯 뚱애옹이를 따라왔다. 고양이한테 마음을 잘 열지 않는 차가운 뚱애옹이도 마음이 열렸는지 때마침 주머니 속에 가지고 있던 츄르를 꺼내 고양이한테 주었다. 고양이는 엄청 허겁지겁 먹어댔고 다 먹고도 더 달라고 계속 따라오더니 우리가 더 이상 츄르가 없는걸 눈치채고는 쿨하게 뒤돌아갔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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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완전 내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숙소에 와서 신이 났었는데 벌써 체크아웃을 해야 할 시간이 되어 너무 아쉬웠다. 정말 체크아웃 순간까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아쉬운 마음에 밖에서 사진을 더 찍어대다가 겨우 숙소를 나갈 수 있었다. 애옹아~ 너무 반가웠고 이후에도 착한 투숙객들만 만나 예쁨 많이 받고 자존감 높은 길고양이로 자라나거라.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