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입니다. (12시가 지났으니 토요일이네요)
불금엔 야무지게 놀아야 되는데 여지껏 회사에서 불타다 왔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미디키님의 DO.RYEPA, 일명 호밀 IPA.
이 맥주는 만들 당시에도 옆에 있었고, 보일링 후 피칭하기 전에도 워트를 마셔봤습니다. 강렬한 매운 맛에 흠칫 놀랬던 기억이 있네요. 그 후, 여러 모임에서 미디키님이 조금씩 조금씩 푸실 때 여러번 맛을 보기는 했는데 집에서 빤쓰 바람에 혼자 마시면 어떤 맛일까 궁금했습니다.
야근 후, 분노의 마음을 담아 미디키님의 호밀 IPA를 마셔보기로 합니다. (기분이 이러니 혹평일 가능성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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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G(1.056-1.075) : 1.069 - PASS
* FG(1.010-1.018) : 1.015 - PASS
* IBU(40-70) : 55 - PASS
* SRM(6-15) : 8 - PASS
* ABV(5.5-7.5 %) : 7.2 % - PASS
Brewing Date : 2012.1.29
Batch Size : 20L
Mash Efficiency : 70%
Mash Profile
30 min @ 50°C
60 min @ 66°C
5 min @ 77°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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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레이크, 몰트 포함하여 호밀을 3파운드 쓰셨고, 홉은 자몽맛 홉으로 도배.
요즘 저한테 "누가 요즘 홉 많이 넣어서 맥주 만드니? 아후 씨트라 너무 싫어."
이러시더니 위의 홉 레시피를 보시면 미디키님이 얼마나 두 얼굴의 맥덕인지 알 수 있습니다.
마시기 전 잔에 코를 박아 봅니다.
아로마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쥬스 아로마, 더는 묘사할 필요가 없겠지요.
때깔은 이쁜 적갈색입니다.
이 맥주는 미디키님이 처음엔 혼자 마시고 싶을 정도로 죽이는 맥주라고 하시더니
한 달이 채 못 되어 망했다며 다 갖다 버리겠다고 했던 비운의 맥주입니다.
미디키님이 왜 버리려고 했는지 그 이유를 집중 탐구하는 데 오늘의 시음의 목적을 둡니다.
한 입 크게 뭅니다.
전 맥주 마실 때 홀짝이는 거보다는 햄버거를 입에 쑤셔 넣듯 한 입 크게 무는게 좋더라고요.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쿼드루펠 급의 엔진오일 풀 바디.
어릴 적 몸살에 걸렸을 때 엄니께서 쌀 죽을 쑤어 입 안에 넣어주시며
"뭐할라꼬 추운 겨울에 빤쓰만 입고 기 나가가 숨바꼭질을 하고 난리고...
딴 집 애들은 다 집에 가서 저녁 먹는데 와 니만 창고에 숨어서 안 나오고 그라노. 이 문디 자슥아." 하시던 그 느낌.
쌀 죽과 같은 제대로 바디가 입 안을 꽉꽉 채웁니다.

바디에 걸맞는 생크림 헤드.
미디키님께서 본인의 호밀 IPA의 이런 극강의 바디감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전 잘 모르겠지만,
양키들이 맥주 만들고 노는 몇몇 웹 페이지를 찾아보니 호밀을 어느 정도 넣으면 진득한 바디가 생긴다고 하니 우울해 하지 마삼.
Rye가 전체 곡물 구성의 21%를 차지하니 Rye의 물리적 특성은 제대로 나온 듯 합니다.
홉 플레이버는 아메리칸 홉 주스.
뒤를 이어 아주 희미한 바나나, 그 뒤로 살짝 깔리는 정향. 시럽 액기스 같은 스위트함.
이상하게 아주 희끄무래한 벨지안 에일스런 맛이 나는데 제가 느끼기엔 조합이 괜찮았습니다.
(삼키고 난 후 아주 달달한 과일향이 치고 올라오는데 제가 이걸 벨지안 에일 아로마로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APA에서, 벨지안 아로마의 나빴던 예는 아래에서 말씀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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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서경 정모날 있었던 녹사평 스프링 비어 페스티벌에 갔을 때
어떤 코쟁이가 똑같은 레시피(APA)에 효모만 다르게 넣은 맥주를 맛봤습니다.
하나는 001(APA 갑 효모죠?), 나머지 하나는 벨지안 이스트(품번 모름)였어요.
001 효모 맥주는 맛있게 잘 마셨는데, 벨지안 효모 맥주는 마시자마자 그 그악무도함에 몸을 떨며 되지도 않는 영어로
"헤이 가이, 아임 어 홈 브루어. 오 마이 갓. 벨지안 이스트 에스테르 앤드 아메리칸 홉 아로마 크러쉬! 쉣"이라고 말했슴다.
그만큼 벨지안 이스트가 뿜어내는 에스테르가 아메리칸 홉 아로마와 상극이었거든요.
그랬더니 그 양키가 씩 웃으며, "어? 님 이그잭틀리. 나랑 느낀점 똑같네. 나도 이번만 하고 다신 이 짓 안 할거임. ㅋㅋ"하며
지 가방에 있던 비장의 아마릴로 IPA를 꺼내 따라주던데 맛났음.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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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다시 집중하자면....
보일링 후, 워트에서 느껴졌던 매운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코쟁이들이 호밀을 쓴 맥주의 특징을 이야기 할 때 알싸한 맛이라는 놈이 빠지지 않는 특징인데,
미디키님이 뭘 놓쳐서 스파이시함이 사라진건지, 아니면 탄산화 끝내고 후딱 먹어치워야 하는 놈인데
괜히 숙성 한답시고 늦게 소비 한 탓에 그 특유의 맛이 사라진 것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꿀꺽 꿀꺽 잘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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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점
1. 버릴 만한 맥주 아닌데 미디키님이 하도 엄살을 부리셔서 의외로 좋게 느껴진 것이 장점.
2. 왜?? 왜 IPA는 풀바디면 안 되나여? 이거슨 엄마표 쌀 죽 IPA임.
3. 이런 맥주 만드는 거 자체가 장점. 솔까말 본토 아메리칸 호밀 IPA를 한 번도 마셔보지 못한 제가 이러쿵 저러쿵 하는 거 자체가 어불성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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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선했으면 하는 점
1. 호밀의 스파이시함을 어떻게든 좀 살려봐요...
2. 미딕옹의 자가 양조 시한 (얼마 안 남았음. 개선 불가)
3. 미딕옹 안경 벗은 얼굴. (깜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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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리뷰 맥주 목록
○ 미디키님
- 하복
- 스카치 에일(3개월 채울 예정, 슬슬 한계 도달)
- 흑룡이 (2.8개월 째숙성 중, 6개월 숙성 채우고 마실랍니다.)
- 라우흐 71% (5월초 시음 예정)
- 올드 바바리안 라거 (5월초 시음 예정) -> OBL(오비라거)에 제가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ㅠㅠ
- 세종 (5월 초 시음 예정)
○ 성근님 : 제품명 미정인 아메리콴 홉을 쓴 APA (5월초 시음 예정)
○ 원큐님 : 심봤다 필스너, 커피 둥켈 (모두 5월 초에 시음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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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주말 되시고, 맥주로 대동단결!
공방 회원님 모두 정말 사랑해염. 풀 바디 호밀 IPA 같이 끈적한 지금 이 느낌 이대로 굿비어 공방에 엉겨 붙겠슴다.
치얼스~
첫댓글 호밀들어간 맥주는 안먹어봤는데 .... 그 스파이시함이 궁금해요 형님
진짜 신기한게 알싸하게 매움 ㅋ
드링크군!
이직과 함께 공방도 이별인가?
아니라면 가끔 얼굴 좀 보여주게나~~~ ㅎ~
ㅠㅠ 마음은 늘 그곳에 있쉽니다~
꼼꼼한 시음기 잘 읽고 있답니다.
아는게 없어서 고퀄의 글이 안 나오네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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