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상학(形而上學)이란?
형이상학은 철학자들에 따라서 여러 가지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실존주의자들에게 있어서는 인간조건에 대한 탐구, 데카르트류의 철학자들에게 있어서는 인간의 자아에 대한 탐구 혹은 딜타이와 같은 철학자에게 있어서 세계관의 탐구 등을 형이상학이라고 한다. 그 중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장 먼저 형이상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철학자이다. 형이상학의 언어적인 의미는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는 ‘Meta-physique’ 즉 ‘자연학 다음에 오는 학문’ 혹은 ‘자연학을 넘어서는 학문’이란 뜻이며, 한문의 뜻풀이는 ‘형을 넘어서는 학문’ 즉 구체적인 감각경험을 넘어서는 대상들에 대한 학문이라는 의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스로 이 형이상학을 '존재로서의 존재에 대한 학문’이라고 칭하고 있다. 존재로서의 존재에 대한 학문이란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서 그 종류나 장르 그리고 개별적인 특성들을 모두 넘어서 단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차원에서 존재의 조건들에 대해서 탐구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인간과 토끼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지만 그들이 존재하는 방식에 있어서 동일한 원리를 가질 것이다. 가령 어린아이나 어린 토끼는 아직 완전한 존재가 아니며, 성숙하기 위한 가능성을 자신 속에 지니고 있다는 의미에서 “현실적인 존재는 모두 ‘현실태(현재의 실재)’와 ‘가능태(자신 속에 지닌 가능성)’의 합성으로 이루어져 있다”거나 혹은 토끼의 행위는 토끼의 본성을 따르고 인간의 행위는 인간의 본성을 따르기에 모든 존재에 있어서 “행위는 본성을 따른다”는 명제가 성립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대상은 부분들이 모여서 하나의 전체를 이루고 있으므로, 모든 존재들에 있어서 “전체는 항상 부분보다 크다 혹은 모든 부분들의 합은 전체와 같다”는 등의 명제가 성립하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존재하는 것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제 법칙이나 개념들을 탐구하는 것을 ‘존재로서의 존재에 대한 학문’이라고 명명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형이상학에서 ‘원인과 결과’ ‘우주의 원인으로서의 제일원인’ ‘형상과 질료’ ‘우연과 필연’ ‘실체와 속성’ ‘본질과 실존’‘개별자와 보편자’등 중요한 철학적 개념들을 정립한 것이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존재의 법칙들을 통하여 모든 결과들은 원인을 가지며, 세계의 흐름을 원인과 결과들의 총체로서 통찰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인과의 계열에서 무한히 상승할 수는 없으며 최소한 논리적으로 그 자체는 다른 원인을 가지지 않는 ‘최고의 원인’ 혹은 ‘최초의 원인’을 가정하였는데, 이를 ‘우주의 최고원인’이라고 명명하였다. 바로 이러한 최고의 원인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그는 형이상학을 ‘제일철학’이라고 부른 것이다.
이러한 우주의 제일원인의 개념은 플로티누스에게는 ‘일자’의 개념으로 그리고 중체철학자들에게는 ‘창조주로서의 신개념’으로 등장하는데, 여기서 ‘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분야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스콜라철학의 대표자격인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적 제 법칙들’을 수용하여 그리스도교의 모든 진리들을 재정립하게 된다. 어떤 신학자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을 ‘과학적인 신학’이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이는 그의 신학대전 전체가 이러한 형이상학적 법칙들을 통해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논증하고 있으며, 섬세하게 체계화하고 전체적으로 자기완결성을 가진 통일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상의 이면에 있으며, 현상의 원인이 되는 법칙들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사실 형이상학이란 모든 학문의 기초학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리학으로 치면 ‘이론물리학’에 해당하는 것이 형이상학이다. 그래서 데카르트 같은 철학자는 학문의 계통을 나무에 비유하면서 형이상학을 나무의 뿌리에, 철학을 줄기에 그리고 개별 학문을 나무의 잎에 비유한 것이다. 뿌리가 튼튼해야 나무 전체가 튼튼하듯이 형이상학이 튼튼해야 철학과 여타 다른 개별학문도 튼튼할 것이다. 너무 손쉽게 열매만을 맛보고자 하는 성급한 현대인들의 정신은 자주 형이상학적 질문들을 도외시 한 채 개별학문이나 응용철학에 손을 대고자 한다. 그것이 어떤 영역의 학문이든 ‘대기만성’을 꿈꾸는 자는 ‘형이상학적 질문’들을 도외시하고서는 결코 그 꿈을 이룰 수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