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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기사 없는 준결승전이 벌어진다. 삼성화재배 24년 역사상 처음 겪는 한국바둑의 치욕이다. 4강을 독점한 중국기사들이 대진추첨 후 포즈를 취했다.
2019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8강전
한국 없는 4강, 24년 삼성화재배 사상 처음
국내 랭킹 1위 신진서 9단도, 2위 박정환 9단도 탈락했다. 신진서는 첫 메이저 우승이, 박정환은 삼성화재배 첫 우승이 또다시 미뤄졌다.
1일 대전시 삼성화재 유성캠퍼스 특설대회장에서 열린 2019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8강전에서 국내 바둑계의 쌍두마차 신진서 9단과 박정환 9단이 각각 중국의 랴오위안허 8단과 탕웨이싱 9단에게 패했다. 두 판 모두 동갑내기 대결로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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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한 번 메이저 대회 첫 우승에 도전했던 신진서 9단(왼쪽)이 동갑내기 랴오위안허 8단에게 대역전패,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질 수 없었던 패배였다. 3년 연속 8강전에 나선 신진서 9단은 19세 동갑 랴오위안허 8단(중국 11위)에게 대역전패했다. 편한 출발로 낙승 국면을 만들었지만 후반에 급작스럽게 난조를 보였다. 헛수를 연발했다. 신진서가 공격을 했으나 탕웨이싱이 잡고 살아버렸다.
AI 승률 90%를 넘겼던 바둑이었다. 바둑TV 백홍석 해설자는 "이렇게 해도 좋고 저렇게 해도 좋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그럴 때 실수가 나온다"면서 자기가 진 것 이상으로 마음 아파했다. 상대전적 3연승 후의 첫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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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9단(왼쪽)이 '유성불패' 닉네임을 갖고 있는 삼성화재배의 강자 탕웨이싱 9단에게 패했다. 역전, 재역전을 주고 받았으나 마지막에 대마가 잡히면서 개시 4시간 10분, 153수 만에 종국.
박정환 9단은 숙적 탕웨이싱 9단과 역전, 재역전을 주고 받은 끝에 대마가 잡히면서 종국됐다. 초읽기 속에서도 탕웨이싱의 수읽기가 날카로웠다.
네 차례(월드바둑챔피언십 제외) 메이저 정상에 오른 바 있는 박정환은 아직 삼성화재배 우승이 없다. 현재 중국 33위인 탕웨이싱은 2013년 첫 우승 이후 매년 8강 이상의 성적을 내면서 우승 1회, 준우승 2회, 4강 3회, 8강 1회로 삼성화재배 강자의 면모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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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민준 9단(오른쪽)은 구쯔하오 9단을 만나 상변에서 갑자기 딴청을 부린 수가 치명적 패인이 되면서 261수 만에 1집반패했다.
랭킹 4위 신민준 9단은 중국랭킹 2위이자 2017년 우승자 구쯔하오 9단을 맞아 고전 끝에 1집반을 졌다. 2년 연속 8강으로 대회를 마감한 신민준의 메이저 최고 성적은 지난해 LG배 4강이다. 중국기사 간의 대결로 치른 또 한 판의 8강전은 양딩신 9단이 커제를 꺾고 올라온 타오신란 7단을 눌렀다.
이번 대회 본선에 출전한 한국기사는 총 10명. 자국기사 간의 대결을 최대한 피하는 원칙에 따라 32강전부터 매 라운드 중국기사와 대결을 벌여 왔다. 한중전 전적은 32강전 6승4패, 16강전 3승3패, 8강전 3패. 총 전적은 9승10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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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사의 메이저 대회 4강 전멸은 2017년 11월 LG배(중국 3명, 일본 1명) 이후이며, 삼성화재배에서는 24년 역사상 처음 겪는 수모이다(중국의 4강 독점은 2017년 신오배 이후).
다시 추첨으로 정한 준결승전 대진은 구쯔하오-양딩신, 탕웨이싱-랴오위안허. 준결승은 2일 오전 11시부터 단판승부로 진행된다. 제한시간은 2시간, 초읽기는 1분 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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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대국으로 진행된 두 판의 8강전. 왼쪽은 신진서-랴오위안허의 2000년생 동갑내기 대결, 오른쪽은 박정환-탕웨이싱의 1993년생 동갑내기 대결.
1996년 창설 이래 24번째 시즌인 2019 삼성화재배의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 4강패자 5000만원, 8강패자 2500만원, 16강패자 1250만원, 32강패자 500만원이다. 그동안 우승 횟수는 한국 12회, 중국 9회, 일본 2회. 2015년부터는 5년 연속으로 중국의 우승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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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기사 간의 8강전에서 양딩신 9단(오른쪽)이 타오신란 7단을 꺾었다(330수 반집승). 양딩신은 올해 LG배 우승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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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진서 9단의 삼성화재배 첫 4강도, 첫 메이저 우승도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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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9단의 삼성화재배 첫 우승도 늦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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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연속 8강으로 마감한 신민준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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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메이저 4강으로 올라선 랴오위안허 8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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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만에 삼성화재배 탈환을 노리는 구쯔하오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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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화재배의 강자 탕웨이싱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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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2관왕에 도전하는 LG배 타이틀 홀더 양딩신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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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화재배를 통해 첫 메이저 8강을 남긴 타오신란 7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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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화재배 24년 역사상 한국기사 없는 준결승전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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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중국에서 대회장으로 날아온 위빈 중국대표팀 감독(휴대폰으로 촬영하는 사람)은 "아주 의외의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