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의 입시경쟁과 사교육은 고등학교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중학교는 물론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대학에는 입시가 있지만 대다수 중고등학교에는 학생들이 추첨으로 배정되기 때문에 중학교와 초등학교 재학생의 경우는 그러한 경쟁에서 벗어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무엇 때문인가?
그 이유는 일단 외국어고나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최근에는 자율형 사립고가 이 명단에 추가되었다.)에 가야 소위 명문대학에 입학이 가능하다는(적어도 수월해진다는) 생각이 학부모들 사이에 퍼져있고, 그러한 특목고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중학교가 아닌 초등학교 3~4학년 때부터 학원이나 과외 등을 통하여 특목고 입학에 대비한 준비를 하여야만 된다고 여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우리 아이들은 이제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멀리는 대학입시를, 가까이는 특목고 입학을 염두에 두고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 전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오로지 공부만을 하도록 닦달당하는 그러한 상황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원하는 운동을 하고 독서를 하며, 마음에 여유를 갖고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들이 자라나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려면 심신의 양식이 될 운동과 독서 그리고 자유로운 여가활동은 꼭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단 고등학교 과정에서의 특목고 등은 폐지해야 마땅할 것이다. 현재 특목고는 원래 목적과는 달리 그저 명문대에 많은 합격생을 내는 ‘대입준비 명문학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대입준비 명문학교’ 군에 자립형 사립고를 추가하여 고입 경쟁 범위를 넓혀놓아 중학교에서의 사교육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특목고가 생긴 이유는 과학고를 통하여 과학인재들을 길러내고, 외국어고를 통하여 외국어에 능한 인재들을 길러낸다는 것이었는데, 현실에서 과학고 출신이나 일반고 출신이나 대학 이공계 과정에서 뚜렷한 수준 차이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예컨대 서울대에서 과학고 출신들이 일반고 출신들에 비해 이공계에서 월등한 능력을 보인다는 보고는 없다. 마찬가지로 외국어고 출신들 역시 뚜렷하게 외국어를 활용하는 인재로 사회에 진출하기 보다는 그저 사회에서 선망하는 외국어 능력과 상관없는 법률분야로 많이 진출한다는 것 역시 잘 알려져 있다. 특목고의 존재 이유가 사실 없어진 것이다. 이는 아마도 처음부터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입시기관화 한 특목고를 계속적으로 존치하여 초중등학교까지 입시 경쟁에 휘말리게 하는 것은 이제 그만 막아야 할 것이다.
실제 과학고에는 일반고와 비교하여 엄청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학교의 시설 면이나 교육의 내용에서 모두 그렇다. 과학고의 경우 시설도 매우 좋지만, 예컨대 학생들 3~4명 당 대학교수 한 사람씩을 배정하여 해당 교수의 전문분야에 관하여 배울 수 있는 프로젝트까지 수행하게 하고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교수 1인당 수천만 원의 비용을 지출하므로 이 사업의 비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개별 일반고 학생들의 과학수준 향상에 투자하는 비용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일반고 과학 교육에 대한 시설 투자 역시 과학고와 비교하여 매우 미미함을 생각하면 일반고와 과학고에 대한 국가지원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하였다시피 과학고 출신이나 일반고 출신이나 대학에 들어간 이후의 행보는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더구나 우리의 처지는 소위 ‘우수’ 레테르를 붙인 과학고 학생들만 우대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우리 인구의 30배가 되는 이웃 중국과 경쟁을 하려면 우리는 1:30의 ‘우수’한 학생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학생들을 인재화하여야 한다. 이는 곧 모든 중고등학교를 과학고 수준으로 향상시켜 교육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이제는 우리도 핀란드와 같이 전문석사 이상으로 교사들의 수준을 높여 전문가화 하고,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협력하여 학교 교육시설 개선에 투자를 하여 우리네 중고등학교의 모든 학생에게 과학고에 못지않은 수준의 우수한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혹자는 재원 때문에 지레 불가능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현재의 학교 시설과 예전 시설의 차이가 지금의 일반고와 과학고 사이의 차이를 뛰어넘을 정도로 개선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시간이 흐르면 어차피 모든 중고등학교의 교육시설이 과학고 수준 이상으로 향상될 것임을 알려준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러한 수준 향상이 불가능하다고 포기하는 대신에 국가의 투자 우선순위를 앞당겨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교육 개선에 집중 투자하여 나라의 앞날을 보다 밝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개선은 우리가 미래의 인재양성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는 범국가적 관점을 분명히 할 때 가능해질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핀란드처럼 한 명의 낙오자도 허용하지 않고 전문가 수준의 교사들로 하여금 모든 학생들에게 적절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시켜서 그들을 모두 국가의 인재들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의 과학고와 같은 모든 특목고는 저절로 그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외국어고와 자립형 사립고는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고, 과학고는 각 지역별로 과학의 특정한 여러 분야들에서 각기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 교육기관으로 전환시켜 실질적인 과학영재 양성에 기여하게 하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