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엑스포 사후활용안에 대한 남해안권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지난 5일 결정된 사후활용계획은 사후활용이 아닌 사후청산 및 세계박람회 흔적지우기 계획에 다름 아니다”고 혹평하고 있다.
특히 엑스포 기간 공공성을 강조하던 정부가 엑스포가 끝이 나자 공공성보다는 수익만을 강조하는 등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지역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발표한 사후활용안과 지역민들의 요구하는 사후활용안의 주요쟁점을 정리했다.
1. 세계와의 약속, 기후변화 연구기관 전무
정부가 박람회 유치당시 발표한 사후활용계획은 ▲해양연구기관 유치 ▲남해안 해양관광벨트 및 국제해양여객 거점 육성 ▲해양문화레포츠 단지 육성 등 3가지로 정리된다.
그 중 첫 번째가 해양연구기관 유치다. 이 해양연구기관 유치는 전 세계와 약속한 여수선언, 여수프로젝트와 연관된다.
정부는 여수선언과 여수프로젝트 선언을 통해 여수엑스포 유치에 성공했다. 이 여수선언과 여수프로젝트는 전 세계적인 문제인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와 개도국에 대한 기술이전 및 교육 등으로 꾸며져 있다.
엑스포 폐막일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여수를 방문해 여수프로젝트와 연장선상에 있는 ‘오션 컴팩트’를 발표하며 여수선언과 여수프로젝트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반기문 총장의 ‘오션 컴팩트’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해양분야에 적용시킨 행동계획으로 ▲인명보호 및 해양 환경 개선 ▲해양환경과 천연자원의 보호 ▲해양관련 지식과 관리기반 강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정부도 엑스포 유치 당시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를 담당할 수 있는 연구기관들의 여수유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사후활용안에 따르면 이런 연구기관 유치는 계획에서 사라졌다. 단순히 한국관 일부를 이용해 엑스포기념관과 해양과학관을 운영하는 것으로 대폭 축소됐다.
더구나 당초 여수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1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한다는 계획도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진행하겠다며 발을 뺐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세계와 약속했던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 및 개도국에 대한 교육·기술이전 등은 하지 않고 단순히 돈으로 생색내기만 하겠다는 것이다.
▲ 정부는 엑스포 기간 내내 공공재라고 주장하면서 대대적인 ‘입장권 바겐세일’을 실시했다 그러나 지금은 투자금 회수에 혈안이 되고 있다.
2. 사후활용 기구 설립의 문제
정부는 사후활용을 추진할 기구와 관련해 오는 12월까지 특별법에 의한 비영리 재단법인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 해 안으로 법개정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민법상 재단법인 형태로 우선 출범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정치권이 대선에 올인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특별법 개정은 정치권의 관심에서 이미 벗어나 있다. 때문에 민법상의 재단법인으로 출범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사후활용기구가 부지 및 시설관리와 민간 투자유치, 엑스포 기념관, 해양과학관 운영, 여수프로젝트 관리·지원 등 공적 업무를 담당하도록 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도 힘든 일을 민간 재단법인이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아무런 권한이 없는 민간 재단법인이 국책 연구가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 여수프로젝트의 관리·지원 등 공적업무를 어떻게 담당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3. 정부재정 선투자금 4,846억원 우선 상환 논란
정부는 엑스포의 원활한 준비를 위해 공자기금 1,000억원을 포함해 총 4,846억원을 선투자했다. 이 예산은 조직위가 입장료 수입, 휘장사업, 임대사업 등을 통해 벌어서 갚기로 했다.
그러나 엑스포 초반 입장객이 저조하자 정부가 나서 ‘입장료 바겐세일’에 나섰다. 정부가 엑스포 수익 저조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우선 투자한 4,846억원을 내년까지 갚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당초 사후활용계획안에서는 영구 건물로 남겨 활용키로 했던 주제관과 빅오까지 모두 민간에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만들었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세계 경제 불황이 깊은 상황에서 거의 5,000억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돈을 아무런 힘도 없는 재단법인에 맡겨 추진하면서 당장 내년 아니면 선심이나 쓰듯이 2014년에는 꼭 갚으라고 하는 것은 ‘돈 만 회수하면 된다’는 정부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실제로 남해안권 시민단체들은 7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사후활용계획은) 정부는 선투자금 4,846억 원을 회수하고 나서 뒷짐 지고 지켜볼 테니 민간자본 요령껏 끌어들여 잘해보라는 것”이라며 “이런 계획이 어떻게 국책사업의 사후활용계획이라 할 수 있는가”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