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지 않는 꽃 제8회
이헌 조미경
양희영이 해숙의 집을 2차 가정 방문을 마치고 돌아간 저녁
기어이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그동안 해숙 아빠는 혼자 자식들을 키우며 고민을 했다.
매일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는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도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지만
해숙 엄마 점순은 끝내 가정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해숙 엄마 점순은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어린 나이에 해숙 아빠를 만나서
그만 사랑이 무엇인지 결혼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만 덜컥 해숙을 가지게 되었다.
의도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 점순은 나이 차이가 많은 해숙 아빠와 살면서 바람처럼
사라졌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하던 처지였다. 그럴 때마다 해숙 아빠는
점순을 사랑으로 감싸 주었지만 해숙 엄마 점순의 방랑벽은 고쳐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점순은 월급이 많은 호프 집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늦은 시간에 퇴근을 하게 되자 자연히 해숙 아빠와 부부 싸움을 하게 되면서
서로 화합이 되지 않아 급기야는 해숙 엄마 점순이 가출을 하게 되었다.
해숙 아빠 종기는 해숙 엄마 점순을 찾으러 일을 쉬면서 까지 며칠 동안 돈암동을 헤집고 다녔지만
끝내 점순을 찾지 못하고 말았다.
아이들에게는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런데 해숙 엄마 점순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해숙 아빠 종기는 일을 쉬면서 점순을 찾으러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니, 집안에는 쌀이 떨어지고 먹을 것이 없어 동훈은
배가 고프다고 보챘다.
어린 해숙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해숙 남매가 굶고 있는 것을 딱하게 여긴 주인집 아주 아주머니가 식구들이 남긴 밥을 조금 주어서
그나마 굶주림은 면했다. 해숙은 양희영이 다녀간 다음날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려고 방문을 열다
동훈의 얼굴을 마주 하고는 그대로 방바닥에 주져 앉았다.
해숙도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처럼 교실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동훈을 혼자 집에 두고 학교에 갈 수가 없었다.
어린 마음에도 동훈이 마음에 걸린 해숙이
책가방 대신 포대기에 동훈을 묶고 학교로 향했다.
해숙의 등에 매달린 동훈은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 기분이 좋은지 까르르 웃는다
동훈의 웃음소리에 해숙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해숙이 교실에 도착을 하자 이미 수업이 시작되었다.
해숙이 살그머니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조용하던 교실이 순식간에
웅성거리더니 나중에는 야유가 터진다.
"어머... 재... 해숙이 아냐."
"근데 학교에 왜 아기를 업고 왔지."
"해숙이 동생인가 봐."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에 양희영은 안절부절못하는 해숙과 눈길이 마주쳤다.
어제 양희영이 해숙에게 동생을 데리고 학교에 등교를 해도 된다는 말을 했지만
정말 동생을 데리고 학교에 올 줄은 몰랐다.
양희영은 생각에 잠겼다.
아이들의 웅성거림은 나중에는 함성으로 변했다.
1교시 수업이 끝나고 2교시는 체육시간이었다.
그러나 해숙은 다른 아이들처럼 운동장에서 함께 체육을 할 수가 없었다.
해숙은 동훈을 등에서 내리지 못하고 엉거주춤 앉아 있었다.
동훈이 칭얼거리면 수업은 중단되기 일쑤였고
양희영은 수업을 하다 말고 아이들에게 집중을 할 수 있도록 몇 번씩이나 주의를 주었지만
반 아이들은 해숙과 동훈의 일거수일투족 일거수일투족에만 관심을 쏟으며
선생인 양희영의 수업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렇게 4교시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양희영은 교무실에 앉아 긴 한숨을 쉬고 있다.
집으로 돌아온 해숙이 동훈을 눕히고 기저귀를 갈고 있다.
집안에는 먹을 게 없다.
아빠는 며칠째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린다.
동훈은 배가 고프다고 발버둥을 치며 운다.
해숙도 동훈이 울자 함께 울고 싶다.
동훈도 울다 지쳤는지 아무 소리가 없다.
해숙도 그만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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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보고갑니다!
잼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