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국제친선예술대회 웅변원고
연제: 편지
소속: 대구 정화여고 2년
성명: 유 예 지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여 명은 될 것입니다.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가겠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또 쓰겠습니다. 안녕! 안녕! 아, 안녕은 아닙니다.>
여러분!
제가 지금 낭독한 이 편지는 어떤 상황에서 누가 누구에게 쓴 편지일까요? 이 편지는 1950년 8월 11일 낙동강전선에 최후의 방어선을 구축할 때까지 어떻게 해서라도 북한군의 남하를 지연시키라는 사단장의 비밀명령에 따라 경상북도 포항여자중학교 건물을 방패삼아 혈전을 벌렸던 한 학도병이 쓴 편지입니다.
지난 4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국립한글박물관에서 ‘한글 편지, 시대를 읽다’라는 기획특별전이 열렸습니다.
이 기획전에는 현존하는 한글 편지 중 가장 오래된 15세기에 쓰여진 편지에서부터 여러 왕들이 쓴 편지와 21세기의 전자편지 등 각 시대의 언어문화 특징이 담겨있는 한글편지 100여점이 전시되었는데 이 여고생에게는 그 어느 편지보다도 전투 중에 꿈속에서도 그리던 어머니께 썼다가 적탄에 맞아 전사함으로서 부치지 못했던 학도병의 편지가 너무나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학도병이 서울 동성중학교 이우근이며 그의 옷 속 수첩에서 발견된 이 편지가 소재가 되어 마침내 2010년 ‘포화 속으로’란 전쟁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국민들의 심금을 울리고 조국수호 의지를 드높이는 위대한 결과를 낳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부터 우리 모두는 세계 곳곳에서 이 학도병의 편지와 같은 감동적인 한글편지를 발굴하여 영화와 소설 소재로 삼음으로서 인류를 감동시키는 일이 곧 한국어 세계화를 앞당기는 일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이 여고생은 힘주어 강조합니다.
여러분!
우리나라에는 한글편지 박사가 있습니다.‘한글편지 박사’란 이 여고생이 멋대로 지어낸 별명인데 이 별명을 전 국민이 불러 주어야할 자랑스러운 분이 계십니다. 그 분은 바로 농촌진흥청에 근무하고 계시는 성제훈 씨란 분입니다.이 분은 2003년부터 2015년인 지금까지 무려 12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마다 3천여 누리꾼들에게 ‘우리말 편지’를 써서 전자우편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바로서야 우리말이 바로 설 수 있다며 우리 조상의 숨결과 얼이 녹아 있는 우리말을 찾아 매일 편지로 써서 보내는 정성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욕설을 입에 달고 다니는 오늘날의 청소년들을 보시고는 몹시 화가 나셨던 세종대왕님께서 “내가 이 기쁨을 맛보려고 훈민정음을 만들었지!”하고 껄껄 웃으실 일이 아닙니까?
우리 여고생이 바로 서야 미래의 조국이 바로 서게 됩니다.
이제부터 세종대왕님께 연애편지를 쓴다는 심정으로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우리말 편지를 써서 외국의 여고생에게 보내기 운동을 펼쳐 나갑시다.
유관순 열사가 “대한독립만세”를 부르자 그 만세소리 아우내 장터로 번지고 다시 삼천리 방방곡곡으로 번져 나갔듯이 우리 여고생들이 한글편지 쓰기 운동을 벌리면 틀림없이 지구촌 곳곳에서 한글편지 쓰기 운동이 한류열풍으로 변하게 되고 마침내 한국어 세계화는 달성된다고 자신 있게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