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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보종찰 감싸 안은 눈 덮인 영남의 지붕 영축산 산행기
1. 일 시 : 2015. 1. 24(토) 08:02 ~ 22:36
2. 목적산 : 울산 울주/경남 양산(1,081m)
3. 산행코스 : 배내산장→청수골산장→청수좌골→영축산→비로암→극락암→통도사→매표소→통도사주차장(도상 10.9km, 5시간 안팎소요) (도상거리-13.5km, 6시간 안팎소요)
4. 참석자 : 고성윤, 고영호, 김병호, 김병희, 김복술, 김우영, 김진형, 김칠태, 김필성, 박양기, 박유현, 배홍근, 성용범, 송윤모, 신선미, 오지숙, 윤진경, 이수명, 이영임, 이우득, 이정수, 이준하, 이채진, 조재구, 최경화, 최우열, 최홍구, 황태성 외 1명 등 이상 29명
5. 탐방후기
요즘은 새벽에 배드민턴을 치는 재미를 붙여 매일 아침 5시 반이 넘으면 어김없이 새벽운동을 나가는데, 이번 을미년 신년 정기산행 일에는 아침운동 대신 6시까지 숙면을 취한 다음 여유를 가지고 산행에 참가하려 했다. 그러나 산행일 새벽에 잠이 깨어 눈을 뜨니 4시가 조금 넘었고, 다시 눈을 붙여보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도통 잠이 들지 않는다. 침대에서 뒤척이다 하는 수없이 일어났다. 컴퓨터를 켜서 메일을 확인하고 카페를 훑어봐도 겨우 5시를 지나고 있을 뿐 시간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듯하다. 배낭을 대충 꾸려 놓고는 5시 50분이 돼서야 인근에 있는 수미초로 아침운동에 나섰다가 배드민턴을 2게임 하고 돌아오니 7시 10분이다. 급히 샤워를 마치고 밥을 한 그릇을 가뿐히 비우고 나니 시간은 7시 40분. 양치할 시간도 없어 양치도구만 챙겨 배낭을 둘러메고 허겁지겁 집을 뛰쳐나왔다. 버스정류소에 도착하기 직전 연산동으로 가는 51번 버스가 출발한 상태여서 전철을 이용해 연산동 출발지에 주차된 버스에 올라타서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김복술 회원이 ‘회장님 2분 지각했습니다.’란다. 내가 도착한 시간은 8시 2분으로 2분 지각이다.
회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참가한 인원을 챙긴 다음 동래역에서 기다리는 회원들을 태우기 위해 버스를 출발시켰다.
지난 11, 12월 산행에는 당초부터 산행참가 신청인원 자체가 적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이번 달은 혹시 참여를 망설이는 회원을 신청자명단에 올려놓으면 당연히 참석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참석자명단에 올려놨지만 대부분 참여하지 않았고, 꼭 참가하겠다던 회원들마저 이런저런 사유로 빠지게 되었다.
이날 참가한 회원은 총 35명 신청인원 중 27명과 미신청 회원 2명을 포함하여 29명이 참가하였고 참가신청을 했던 회원들 중 8명이 불참했다.
특히, 임원중에서도 교육청 민주노동조합에서 실시하는 새해맞이 금정산 산행에 참가한다고 산행 며칠 전에 빠지는 회원이 있었다. 정말 통탄할 일이었다. 회원도 회원이지만 임원이! 나는 즉각 민주노조 구신효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강력하게 항의했다. 노동조합과 동호회가 서로 상부상조하고 협력하여 상생해도 시원찮을 텐데, 남의 정기산행에 훼방을 놓는 것도 아니고 이럴 수가 있느냐고? 구신효 위원장은 정기산행 하는 날인 줄은 정말 몰랐다며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미안해했다.
버스는 8시 10분에 동래역 3번 출구에서 고영호, 이채진, 오지숙 회원을 태우고는 경부고속도로로 향했다.
운전석 뒤 맨 앞자리 발을 놓는 바닥에는 떡 상자가 두 개가 포개져 있었다. 상자에는 등마루산악회와 나의 전화번호가 적혀있었고 발신자 이름은 없었다. 하지만 금정초에 근무하는 박상태 고문이 보냈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얼마 전에 모친상을 당했을 때 조문해 준 회원들에게 고맙다는 답례로 떡을 보내겠다고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아침에 만들어 배달된 따끈한 떡은 먹기 좋고 맛도 좋은 팥시루떡이다.
나는 김필성 기획이사에게 떡을 회원들에게 나눠주라고 부탁했더니, 박유현 산행이사도 거든다. 떡을 나눠주는 사이 최경화 샘은 조현미 샘과 나눠 먹으려고 사왔는데, 조 샘이 안 왔다며 빵 속에 호박앙꼬가 들어있는 맛있는 호빵을 나를 비롯한 앞쪽에 있는 회원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다. 나는 받자마자 한 입을 물었다. 달콤하고 따끈한 앙꼬가 정말 끝내주게 맛있다. 다들 그 맛을 아는지 보관하기가 어렵다며 호빵을 먼저 먹는다.
떡을 먹는 사람들은 떡이 맛있다고 했지만, 아침식사를 하고 온 나로서는 부른 배에 호빵을 먹은 터라 박 고문의 팥시루떡은 먹을 수 없었고, 천상 나중에 먹기로 했다.
버스가 구서동 톨게이트를 지나 경부고속도로로 접어드니 차량들이 시원스럽게 쌩쌩 잘 달린다. 서울산(삼남)IC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언양중학교 앞에서 새로 만들어진 24번국도 울밀로로 방향을 바꿨다. 이른 오전 시간이라 차량이 없어 국도로 달리는 차량 속도가 고속도로 못지않다.
덕현IC에서 69번 지방도인 석남로로 접어들었다. 청수골을 옆에 두고 달리다 석남고개와 배내골로 갈라지는 갈림길에 이르러서 갑자기 뒤쪽에 앉아있던 김우영 회원이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가고 싶다며 차를 세워 달라고 보챈다(09:03). 사방이 휑하게 뚫린 들판에서 볼 일을 보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버스기사는 간이화장실이 있는 배내고개까지 가자고 하고는 빠른 속도로 차를 몰아 배내고개에 정차한다.(09:05) 김우영 회원은 찡그린 인상으로 재빨리 내려 볼 일을 보고 버스를 탈 때는 환한 웃는 얼굴로 인상이 확 피어 있다.(09:13)
배내고개에서 산행초입인 파래소폭포 입구까지 가는 길가엔 간밤에 내린 서리가 마치 눈같이 풀이며 나뭇가지를 온통 하얀 꽃송이처럼 장식하고 우리들의 새해 신년 산행을 반겨주고 있었다.
9시 25분 산행 초입인 파래소유스호스텔 위 주차장에 도착했다. 산행준비와 간단한 체조를 마친 후 박유현 산행이사와 김병희 회원의 선두로 산행이 시작됐다(09:35).
청수골산장에서는 청수골산장을 가로지르는 산행로는 개인 사유지라는 이유로 철조망으로 울타리를 설치해 놓은 것도 시원찮아 거기에다 나무판자에 글을 쓴 경고문까지 걸어 놓았다. 경고문은‘울타리 넘어오면 무단주거 침입으로 인정하여 절도(도둑)로 단정함’이라고. 이렇게까지 해 놨는데 어쩌랴? 우리는 계곡으로 우회하여 청수골산장 뒤에 있는 산행로로 둘러갈 수밖에.
청수골산장 뒤 산행로에 접어들 무렵 박상태 고문한테서 전화가 왔다. 보낸 떡이 잘 배달되었는지 확인하는 전화였다. 박 고문은 장모님 생신을 며칠 앞두고 처갓집 형제들과 시골 장모님 댁에 모여 생신 상을 대접하기로 사전에 약속되어 산행에는 부득이 참석하지 못했다. 8시 넘어서부터 2차례나 전화를 했다고 했지만, 내가 전화기를 진동으로 돌려놓은 바람에 통화하지는 못했었다. 나는 고문님께 회원들과 맛있게 잘 먹었다는 인사와 함께 고마움을 전했다.
통화를 끝내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청수좌골 산행로는 2년 전인 2012년 송년 산행 때에도 걸었던 곳이다. 불과 2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산행기억은 기억 저편에 있는 듯 가물가물했다.
산행길은 계속되는 오르막으로 밋밋하지만 오른쪽 청수좌골 골짜기에는 겨울임에도 따뜻한 날씨로 잔설이 보이질 않는다. 또 계곡에는 물은 힘차게 흐르고 있고, 코고 작은 소와 작은 폭포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문득 겨울이 아니고 여름이나 가을이라면 좋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한참을 걷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며 숨을 고르기 위해 선두가 멈췄다.(10:10) 뒤에 따라가던 우리도 덩달아 설 수밖에. 야속하게도 우리가 멈추자마자 선두는 또다시 출발한다.
20여 분을 더 걸어가다 탐방로 옆 전망대 같은 바위 위에서 두 번째 휴식시간을 가졌다가(10:35) 계속 골짜기를 걸어올라 억새평원 능선에 올라섰다.(11:15)
광활한 억새평원이 시원스럽게 한눈에 들어왔다. 멀리 동쪽으로는 신불산 정상이 보이고, 남쪽에는 영축산 표지석이 흐릿하게 보인다. 그런데 가을에 무성했던 억새평원과는 달리 겨울 억새는 뭔가 허전하고 부실한 느낌이다. 무성하고 수많았던 억새 잎들과 수술들은 다 어디에 감췄는지... 거센 바람에 잎과 수술을 다 떨쳐버렸는지 억새는 앙상한 줄기만을 간직한 채 외롭게 서있다. 그나마 바닥에 깔린 하얀 눈들이 억새를 받쳐주고 감싸주며 위로를 해 주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억새능선 길을 따라 영축산 정상엔 11시 50분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바라본 신불산과 억새평원, 외송칼바위능과 함박등은 장관이다. 일부 회원은 외송칼바위능과 함박등 방향을 바라보고는 얼마나 많은 봉우리를 오르내려야하냐면서 볼멘소리를 한다.
앞서 도착한 회원들은 사진을 찍고는 표지석 근처에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를 잡고 있다. 나도 표지석에서 인정 기념사진을 찍고는 표지석 바로 앞 눈 위에 접의자를 펴고 앉았다.
그리고 준비해 간 과메기 안주를 꺼내 박유현 이사의 소주와 김필성 이사의 소백산 막걸리를 반주로 맛있게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과메기는 역시 단연 최고의 인기였다. 그런데 장소가 마땅치 않아 회원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점심을 먹다보니 과메기를 먹지 못한 회원이 많았다.
그리고 2년 전에 한번 참가했다 그동안 참석하지 않은 최우열 회원은 오랜만에 참가했다. 최우열 회원은 생소한 얼굴이 많아 서먹서먹했는지 산행하면서도 회원들과 별다른 얘기도 대화도 없이 줄곧 혼자서만 조용히 걸었고, 간혹 내가 한마디 던지면 간단한 대답이 고작이었다. 이런 최우열 회원을 챙겨 점심을 같이 먹지 못하고, 점심을 다 먹고 난 뒤 챙기게 돼 못내 아쉽고 미안했다.
점심을 먹고 김우영 회원의 전매특허인 등산스틱에 스마트폰을 장착해 정상석 바로 밑에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 밑동에 세워 단체사진도 찍었다. 단체사진을 찍은 뒤 개인사진을 찍느라 회원들은 바쁘다. 이윽고 사진을 다 찍고 하산을 시작했다(12:45).
김병희, 고성윤 회원이 선두에 서서 내달리고, 김우영, 박양기, 이정수 교장 샘, 이우득 고문, 최경화 샘이 그 뒤를, 산행이사와 나는 다른 회원들과 맨 뒤에서 따랐다.
정상을 오를 때와는 달리 내려가는 길은 눈이 녹아 질퍽거리는 흙길과 얕은 눈으로 덮인 눈길이 양지와 음지에 따라 번갈아 나타나 발걸음을 더디게 했다. 일부 회원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기도 하고 미끄러지기도 한다. 지난 달 벽소령 산행이 생각나고 안전사고가 걱정되었다. 무조건 조심조심하면서 걷는 게 최상이었다.
정상석에서 내려왔다 바로 앞에 놓인 1,058.8m봉을 올랐다 또다시 내려오면 갈림길인 재가 있다. 이 재에서 능선을 따라 직진하면 함박등과 시살등이 나오고, 왼쪽으로 빠지면 비로암과 극락암으로 거쳐 통도사로 질러가는 길이다. 우리는 왼쪽 비로암 쪽으로 내려가다 가기로 한 코스가 아니라 다시 뒤돌아 능선길을 택했다.
이후 산봉우리를 몇 번이나 오르내리고는 드디어 함박등에 올랐다. 함박등 표지석은 꼭 숨바꼭질하듯 바위틈에 숨겨져 있다.
함박등에서 내려오다 함박재 바로 위 바위에서 김병희 회원 등 선두그룹이 휴식을 취하고 있어, 우리도 같이 여유로운 휴식(13:40~54)을 취했다.
김병희 회원은 김우영 이사와 박양기, 이정수 교장, 이우득 고문, 최경화 샘 일행이 눈길 산행에 지쳤는지 산행구간을 단축하기 위해 1,058.9m봉 아래 재에서 비로암 쪽으로 바로 내려갔다고 한다.
휴식을 취한 다음 우리는 함박재에서 시살등 방향으로 향하지 않고, 당초 계획대로 백운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함박재에서 백운암까지 거리는 0.7km에 불과하지만 깎아지른 듯 급격한 경사로 가파른 목재계단 테크가 연이어 설치되어 있다. 무릎 관절이 시원찮은 김필성 이사는 백운암으로 내려가는 길이 아니고 올라오는 길이라면 생각하기도 싫다며, 내려가는 길이라 천만다행이란다.
오후 2시 17분에 백운암에 도착했다. 암자라도 법당을 비롯해 건물이 3동이나 있었고, 조그만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암자를 한 바퀴 둘러보고 감로수도 마시고는 하산 길을 재촉해 비로암 방향으로 향했다.
비로암 입구에 도착해서부터 포장된 도로로 내려오다 앞서 가는 등산객이 가는 산길을 통도사 산문으로 가는 지름길인줄 알고 따라가다 오히려 더 많이 돌아가는 수고로움도 겪기도 했다.
15시 30분 통도사 경내로 접어들었다. 따뜻한 날씨로 인해 성보박물관을 비롯해 경내에는 많은 인파들로 붐비고 있었다. 우리는 경내를 구경하는 대신 걸어가면서 산사와 인파들을 훑어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드디어 산행 종착지 통도사 산문 앞 주차장에 도착했고(15:55), 얼마되지 않아 배홍근 회원을 마지막으로 회원 전원이 산행을 마치고 버스에 올라탔다.(16:20)
버스가 부산으로 출발하려는데 먼저 내려온 최경화 샘이 보이질 않는다. 같이 내려온 이우득 고문이 최경화 샘 후배가 주차장 옆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후배를 만나러 갔단다. 나는 전화를 했고, 최 샘은 곧 오겠단다. 최 샘은 버스에 도착해서는 부산으로 가는 중간에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리느냐고 묻더니, 기사가 들리지 않는다고 대답하니 화장실을 갔다 온다.
오늘은 참 묘하게도 버스를 타고 가고오며 급한 일로 화장실을 찾는 회원이 공교롭게도 남녀회원 각각 한 명씩 발생한 것도 특이했다.
16시 25분 버스는 부산으로 출발했다.
이번 산행은 을미년 새해 첫 산행으로 산행 뒤풀이가 예고되어 있었다. 임원들과 의논한 결과 부산에 가서 하기로 했고, 장소는 교대앞 장수촌 돼지국밥집이 결정됐다.
버스는 17시 25분 교대 앞에 도착해 한 사람도 빠짐없이 회원 모두가 차에서 내렸다. 그러나 김병호 사장과 윤진경, 최우열 회원, 황태성 회원과 후배는 바쁘다며 집으로 바로 향해 우리를 아쉽게 했다.
남은 우리는 돼지국밥과 소주로 조촐하게 산행의 피로를 달래며 하루를 멋지게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