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계단을 돌며 올라가 꼭대기 층 휑한 회색 돌벽 먼 타국의 성당
아파트 안 하늘 향해 솟은 천장에 외로운 성자 같은 거미 한 마리
앗, 꿈틀대네! 질겁하지 않는 내가 참 이상해 섬이 공중에 뜬 곳에서
서성이던 이방인은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 쌀자루라도 지면 숨이 턱턱 막히고 줄타기하듯 아슬아슬한 외국 생활
거미는 맹렬한 사냥을 하며 약손 문지르듯 원을 만들어 기가 막힌 솜씨로 노동이 끝나면 함께 숨 고르고 빨간 열선 두 개 난로로 온기를 나누었지
전등에 어른거린 높은 천장 거미집은 어릴 적 자갈마당 위 생생한 고무나무 속 거미집처럼 반짝이고 난롯가는 옛날 외갓집 뜨끈한 아랫목
‘장미’라는 이름의 성당 종소리는 거미집 파장처럼 퍼져나가고 창문 열고 마음 속 노래 읊조리면 거미줄 닮은 각진 다리들을 화답하듯 흔들어대더라
천장 모서리에 눈부신 집 지은 내 친구는 ‘장미’ 종소리 들으며 아직도 성자처럼 명상하듯 원을 그리고 있을까
이정미 시인
《예술가》 시부문 등단.
문화예술교육사
서울대 음대 피아노 전공, 연주회와 음악지도 활동
방송통신대학교 문예창작콘텐츠학과 석사(최우수성적상, 논문상)
논문 ;살풀이춤과 플라멩코의 비교 문화론적 연구‘
동화‘바다 마을의 합창’
희곡 ‘종기기들’
대학원 시동아리 ‘詩樓’ 창단 회장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국립국악원 내) 공연 활동
웹진 《춤: in》 대담자. 기사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