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흐아 입구에 평화로운 모습
껑멩의 처갓집에 들르니 처남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고, 장모님은 떠날 우리를 위해 이른 점심을 준비해 놓으셨다. 언제나 소박한 음식이지만 그들에게는 손님 대접을 푸짐하게 한 밥상임을 나는 알고 있다. 접시에 수북이 쌓인 찰기가 없는 밥과 멀건 국물이 특징인 양배추 밍밍한 국(내가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소금을 뿌려 숯불에 구운 생선이 다였지만 나는 항상 맛나게 먹는다.
간단한 음식이지만 이들에게는 귀한 손님에게 주는 특별식이다.
점심을 마치고 껑멩, 처남, 처남의 친구(나를 위해 처남이 특별히 신경을 써 보호 차원에서 데리고 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4명이서 산악용 경운기를 몰고 산 입구까지 갈 것이다.(중간에 친구가 동승하여 그가 경운기를 몰고 마을로 갔다) 언제나 보아도 조용하고 소박한 몽족의 마을 풍경은 정겹기만 하다. 의자에 앉아 머리를 깎는 아이, 등짐을 지고 가는 아낙네들, 옷감에 전통 문양을 수놓는 처녀, 어린 동생을 허리에 안고 돌보는 어린아이, 몽족칼을 허리에 차고 어디론가 떠나는 몽족의 청년 등등
나는 이 모습을 항상 기억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이 나를 여기로 끌고 오는지 모르겠다.
농작물은 소들 때문에 이렇게 보호받으며 키운다.
전통 문양을 수놓는 몽족 처녀.
어린 동생을 돌보는 어린아이를 자주 목격한다.
경운기를 타고 산 입구까지.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오솔길 같은 길을 따라 걷는데 이 녀석들 참으로 대단하다. 그들의 산행 복장을 보면 이렇다.
슬리퍼에 면바지, 천으로 만든 괴나리봇짐을 메고 허리에는 몽족칼을 차고 어깨에는 총을 메고 산행을 한다. 그러면 나의 상태는 어떤가 보자.
번듯한 트래킹화에 등산복 그리고 등산 배낭을 메고 있다. 그런데 자꾸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가파른 고갯길에서는 숨을 헐떡거리며 곧 죽을 거 같은 인상을 쓰며 온몸에 땀이 흐른다. 하지만 몽족 청년들은 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이래 봬도 천리행군에 공수훈련을 받은 특수 수색대 출신인 내가 이렇게 비참해지기는 처음이다.
내가 늙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경치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다. 그저 땅만 보며 '악이다. 깡이다'를 외치며 죽자 사자 쫓아갈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이 밀림에서 길을 잃어버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신선놀음하는 물소들.
몽족 청년들의 트레킹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