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여행-파로 종(Paro Dzong), 키츄라캉(Kyichu Lhakang)

“I love Bhutan”
히말라야에서 출발한 파로강은 파로를 적시며 흘러간다. 수도 팀푸가 왕강(Wang Chhu)을 따라 형성됐다면
부탄 제2 도시 파로는 파로강(Paro Chhu)과 함께한다. 파로를 상징하는 건물은 파로 종(Paro Dzong)이다.
파로 종(Paro Dzong)은 파로강변에서 바라볼 때 가장 아름답다.
부탄의 종(Dzong)은 요새기능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적의 침입이 쉽지 않도록 대체로 앞에 강을 끼고 있거나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다. 파로 종 역시 파로강변의 난공불락 같은 높은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파로 종 입구에도 푸나카 종처럼 강위에 지붕이 있는 나무다리가 놓여 있다.
파로강이 흐르는 다리 뒤로는 첨탑 모양의 높은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파로종의 배경이 되어준다.
우리는 잠시 냐마이 잠(Nyamai Zam)이라 부르는 나무다리에 기대고 서서 파로 종과 어울린
파로강, 불꽃처럼 솟은 산봉우리들을 바라본다. 영혼이 맑아지는 것 같다.




파로 종 입구로 들어가기 위해 차량을 이용해 주차장으로 간다.
‘보석 위의 요새’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파로 종은 부탄을 건국한 샵드룽이 1644년 축조했다.
파로 종은 부탄의 건축물 중에서 가장 뛰어난 건축미를 자랑한다.
파로 종 또한 다른 종과 마찬가지로 행정기관과 승원으로 사용되는 공간이 나뉘어져 있다.
파로 종은 베르톨루치(Bernardo Bertolucci) 감독 영화 『리틀 붓다(Little Buddha)』가 촬영된 곳으로 유명하다.





여기에서 매년 봄 부탄에 최초로 불교를 전파한 파드마 삼바바가 악귀를 물리치고
불법을 수호하는 일련의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그린 탈춤 무용극을 하는데, 그것이 바로 ‘파로 축제’다.
건축구조는 푸나카 종과 비슷하여 사방으로 요새처럼 높은 벽과 회랑이 자리를 잡고
중앙의 높은 5층 건물이 중심을 이룬다. 부탄 전통문양의 창문 역시 아름답고 정갈하다.
햇볕이 드는 곳에 붉은 승복을 입은 스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따스함을 즐기고 있다.


파로 종에서는 파로시내와 주변의 풍경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파로는 부탄에서는 가장 넓은 들판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산속 분지 수준이지만,
농경지가 대부분 다랑논으로 이뤄진 부탄에서 파로에서처럼 평지 논을 찾기란 쉽지 않다.
중심가의 건물들이 농경지에 둘러싸여 있고, 그 옆으로 파로강이 흐른다.
파로는 부탄 제2의 도시지만 우리나라 한적한 군청소재지 정도다.
시야를 멀리하면 히말라야의 고봉들이 까마득하게 다가온다.
히말라야 설산과 파로강, 파로시내의 예쁜 건물과 들판이 어울려 평화로운 풍경화 한 폭이 된다.



파로 종 바로 아래쪽 강변에는 국왕의 궁전이 자리하고 있다.
파로에 있는 별궁인 셈이다. 나무들로 둘러싸인 궁전은 잔디밭과 몇 개의 작은 건물이 고작이다.
왕궁치고는 소박한 편이다. 마침 파로공항으로 착륙하는 항공기가 고도를 낮추며 들어온다.



파로 종 위쪽에 있는 부탄국립박물관으로 간다. 오후 3시 40분쯤 도착했는데 들어갈 수 없단다.
오후 3시 30분이 입장마감시간이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발을 돌릴 수밖에 없다.
내부는 소라 모양의 회전식 건물구조를 하고 둥근 지붕을 한 건축물로서
부탄사람들의 민족적 자긍심을 간직한 문화재가 소장되어 있다. 파로종의 감시탑(Watchtower)이었다가
1968년 국립박물관으로 리모델링되었다. 부탄국립박물관은 타종(Ta Djong)으로도 불린다.


국립박물관 관람을 못함으로써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파로시내와 시장, 뒷골목 등을 구경하기로 했다.
해발 2,280m 파로는 3~4층 건물이 주를 이루고, 거리는 깨끗하고 한산하다.
파로는 공항이 있고, 탁상사원‧파로 종 같은 관광지를 끼고 있는 도시라 외국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기념품가게가 도로변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특히 마니차나 부처상 같은 불교용품을 파는 가게가 많다.


우리는 시내거리를 걷다가 파로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농산물시장에 들렀다.
시장에 들어서니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활기가 넘친다. 시장에는 감자, 양배추, 고추, 토마토 등
채소와 바나나, 사과, 오렌지 같은 과일들이 진열돼 있다. 다만 내륙국가라서 생선가게는 건어물을 판매하는
한 곳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고,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파는 곳은 아예 없다.
파로시장은 부탄사람들의 식생활문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부탄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품은 유기농이다. 제초제와 농약은 물론 퇴비를 제외하고는 비료도 사용하지 않는다.
부탄에서는 과일이 재배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실제로는 여러 과일이 생산된다.
인도와 접하고 있는 남부지역에서는 감귤류를 비롯하여 바나나・파인애플・망고 같은 열대과일이 자라고,
중앙부 고지대에서는 사과‧호두‧복숭아‧자두‧아몬드 등이 재배된다.
부탄에서는 동물을 도축하지 않는다. 살생을 금하는 불교국가이기 때문이다.
부탄사람들에게는 채식이 생활화돼 있지만 그렇다고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처럼 자주 먹지 않을 뿐이다. 특히 외국 관광객들에게는 소고기나 닭고기, 돼지고기가 주요메뉴로 나온다.
부탄에서는 소를 많이 키우지만 자국이 아닌 인도에서 도축한다.


파로 뒷골목을 가보니 여러 가지 체육시설이 갖춰져 있고, 피시방에서는 전자오락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사용한다. 변화된 부탄의 단면이다.
파로시내에서 가까운 시골마을로 가보니 젊은 남자들이 활쏘기를 하고 있다.
부탄에서 활쏘기는 남자들의 대표적인 체육활동이다.






오늘 마지막 일정으로 부탄의 전통목욕방식인 ‘핫 스톤 베스(Hot Stone Bath)’를 했다.
이 목욕을 위해서는 우선 나무로 불을 때서 돌을 달궈야 한다. 나무로 만들어진 욕조에 찬물을 채워놓고
달궈진 돌을 넣으면 욕조의 물이 뜨겁게 데워진다. 여기에 허브 잎을 넣기도 한다. 욕조는 데워진 돌을 넣을 수 있도록
1/5 정도를 건물 밖으로 나가게 해놓고, 나머지 4/5는 건물 안에 있어 한 사람이 누워서 몸을 담굴 수 있다.
옷을 벗고 들어가니 우리나라 목욕탕의 열탕 정도 되는 온도다. 너무 뜨거우면 찬물을 틀어주고,
온도를 더 높이거나 시간이 지나 물이 식어지면 뜨거운 돌을 더 넣어준다.
목욕을 해보니 우리나라 온천물보다도 더 좋게 느껴진다.
허름한 농가에 설치된 목욕탕이지만 몸을 담구고 나오니 여행을 하면서 쌓였던 피로가 모두 풀리는 것 같다.
우리는 뜨거운 돌로 데운 물로 목욕을 한 후 이 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정성껏 준비한 식사는 담백하고 맛있다.
아라(Ara)라고 하는 부탄전통술도 마셨다. 아라는 우리나라 안동소주처럼 내려서 만든 술인데, 40도 쯤 될 것 같다.
술은 독해서 정종처럼 따뜻하게 데우고 계란까지 풀어서 마신다.
목욕하고 전통주 한잔하고 저녁식사까지 하고나니 깜깜한 밤이 되었다.



호텔로 돌아가 부탄에서의 마지막 밤을 맞이한다.
야간조명으로 파로 종이 은은하게 다가오고, 파로시내의 불빛이 파로의 밤을 외롭지 않게 해준다.
아쉬운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오늘은 부탄을 떠나는 날이다. 너무 아쉽고 서운하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짐을 싸서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가이드와 운전기사가 왔다. 공항으로 가기 전에 들려야 할 사찰이 있단다. 파로 외곽에 있는 키츄라캉(Kyichu Lhakang)이다.
키츄라캉은 티베트 송첸캄포왕이 659년 부탄에 세운 최초의 사찰이다.
부탄이라는 나라가 세워지기 전 티베트가 지배하던 시절 창건된 절이다. 부탄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키츄라캉은
화재로 소실되어 1839년 복원되었다. 키츄라캉에는 사원건축과 관련된 특별한 전설이 있다.
7세기 티베트를 통일한 송첸캄포왕은 막강한 국력을 바탕으로 당나라 문성공주를 왕비로 맞이한다.
이때 왕비는 혼인지참물로 석가모니 불상을 티베트로 가져오는데, 어느 지점에서 불상이
진흙 속에 빠진 것처럼 꼼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알아본즉 티베트에 사는 거대한 도깨비 때문이었다.
이 도깨비는 크기가 티베트 국토만한데, 머리는 동쪽으로 발은 서쪽으로 길게 누워있어 이를 제압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불상을 옮길 수가 없었다. 이에 송첸캄포왕은 급소 108곳에 사찰을 세워 도깨비를 제압하였다.
키츄라캉 자리는 도깨비의 왼쪽 발 급소에 해당되는 곳이라 한다.
이렇게 세워진 사원은 108개인데, 대부분 사원이 티베트 땅에 있고 일부가 부탄 땅에 세워졌다.
우리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일찍 키츄라캉에 도착하니 개방시간이 9시부터라 법당 안에는 들어갈 수 없단다.
현지인인 가이드만 법당으로 들어갔다. 가이드는 부탄에 첫발을 내딛을 때 목에 걸어준 카딱을 불상 앞에 놓고
우리 네 사람의 복을 빌어주었다. 우리는 법당 바깥에서 합장을 했다.
이런 모습을 히말라야 설산이 멀리서 바라보고 있다.



남한의 38%에 불과한 국토면적(38,394㎢)과 인구 80여만의 작은 나라 부탄은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다.
나는 부탄을 여행하면서 부탄사람들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었다.
파로공항으로 향한다. 익숙한 풍경들이 스쳐지나간다.
6일 전 부탄 땅을 밟으며 궁금했던 “부탄사람들은 왜 가난하지만 행복을 누리며 살아갈까?”를 다시 생각한다.
그들은 자연에 순응하며 단순소박하게 생활한다.
부탄은 현대화를 추진하되 고유의 전통을 굳건하게 지켜나간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문화가 그대로 살아있다.
불교를 믿으며 날마다 기도하며 살아간다.
국민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는 정부가 있다.
부탄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데는 이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유심히 관찰하고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얻은 나의 잠정적인 결론이다.

파로공항에 도착해 우리는 6일 동안 수고해준 가이드 도르지, 운전기사 왕추와 포옹으로 작별했다.
친절하고 헌신적으로 안내해준 두 사람이 정말 고맙다.
그들은 우리가 공항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계속 손을 흔들고 있었다.
“I love Bhutan”
“I will remember Dorji. I will remember Wangchu.”
나는 공항으로 들어서면서 크게 외쳤다.
*여행쪽지
-부탄(Bhutan)은 티베트, 인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작은 산악국가로 국토면적이 남한의 38% 정도인 38,394㎢로 스위스보다 약간 적다. 인구 80여만으로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부탄으로 가는 국제항공은 태국 방콕과 인도 뉴델리, 네팔 카트만두에서만 환승할 수 있다.
-부탄여행의 성수기는 3월 초부터 5월 중순까지, 10월 말부터 12월 초까지이다. 특히 여름철은 우기라서 여행하기에 적절치 않다.
-부탄은 외국인 자유여행이 허용되지 않는 나라로 현지 여행사를 통해야만 입국비자를 받을 수 있다. 부탄현지여행사에 지불하는 비용은 1인당 하루 250달러(비수기 200달러). 여기에는 항공료를 제외한 숙박과 음식, 입장료, 가이드 인건비 등 모든 비용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