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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ttps://blog.naver.com/sputnik_kr/223005115803
원제 : 모스크바대 김나탈리아 교수의 <노무현대통령, 한국발전의 새로운 길을 찾아서>
[서울=스푸트니크] 이상현 기자 = 20여년 전 남북을 아우르는 시베리아철도 연결과 극동개발, 정보기술(IT), 우주기술 협력 등 러시아와의 협력을 크게 강화하려 노력했던 노무현 대한민국 제 16대 대통령이 재임 당시 “언제 다시 국수주의가 등장하고 불신과 적대감정이 되살아날지 모른다”고 우려했던 사실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한반도 지정학을 러시아 포함 주변국들과의 경제협력(지경학)으로 풀려고 노력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테러와 대량살상무기, 환경오염, 마약 등 초국가적 위협에 공동 대처하자”고 했는데, 20년 지난 지구촌, 특히 한반도에서 이들 위협은 되레 심화됐고, 그의 우려는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한국학 전문가인 모스크바국립대(МГУ, 엠게우) 김나탈리아 교수는 4일 <스푸트니크>에 “대미관계에서 자주권 확보를, 대북관계에서는 평화와 번영을 추구해온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미 존재했던 정책들이었지만 대통령으로서 실현해 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정치지도자”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러시아 학자로는 처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연구서 <노무현대통령, 한국발전의 새로운 길을 찾아서>를 최근 발간했다. 김 교수는 한국 관련 여러 논문들 이외에도 지난 2009년 <1945-1948 남한정치사>를 단행본으로 발간한 바 있다. 이번 책은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동방학연구소와 대한민국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지원했다.
김 교수의 남편 김원일 러시아민족우호대학(РУДН, 루데엔) 교수는 지난 1월26일 <스푸트니크>와 만나 “노무현은 박정희, 김대중 못지않게 한국정치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지만 러시아 한국학계에서 박・김 전 대통령에 비해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아내 김나탈리아 교수는 자신의 이번 저술이 한국진보주의 연구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9월 21일 러시아를 방문,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내외가 주최한 만찬에서 “철도 연결과 시베리아 극동개발, 정보기술(IT), 우주기술 등 양국간 협력이 두 나라 관계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날 만찬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테러와 대량살상무기, 환경오염, 마약 등 초국가적 위협에 공동 대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후 한국의 대통령들은 자의든 타의든 핵무기 등 역내 대량살상무기의 심각성을 되레 키웠고, 당시까지 ‘청정국’을 자처했던 한국은 최근 마약 문제에 ‘빨간등’이 켜진 상태다.
노 전 대통령은 양국 정상 만찬 이튿날인 9월22일 모스크바국립대학교 초청 연설에서 “언제 다시 국수주의가 등장하고 불신과 적대감정이 되살아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은 중국이 전략 경쟁 상대로 급부상하면서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으로 선회했다. 신나치즘을 앞세운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정부가 서방과 손잡고 러시아, 이란 등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며 적대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강연에서 “동북아 지역에 유럽연합(EU) 같은 협력과 통합의 질서가 형성된다면, 새로운 지역 역사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유럽이 철강과 석탄을 매개로 경제공동체를 이루고, 그 바탕 위에서 평화와 공존의 질서로 나아간 것이 좋은 사례라는 점을 강조했다. 냉전체제에도 불신과 적대의 대결구도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못한 상황에서 당장 통합의 질서로 나아갈 수는 없어도 공동의 이익과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경제 분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낙관적 전망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러시아가 철도연결과 에너지개발 등을 통해 동북아 경제협력의 가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동시베리아 가스가 파이프라인을 통해 한국과 중국, 일본으로 공급되고, 서울을 출발한 기차가 ‘철의 실크로드’를 타고 시베리아와 모스크바를 거쳐 파리, 런던에까지 가는 날도 머지않아 오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러시아 대학생들에게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년 남북한 정상이 합의한 6∙15 공동선언의 정신이 하나하나 실천되고, 올 가을에는 반세기 넘게 끊어졌던 남북간 철도와 도로도 연결된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거듭 피력했었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10월3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최한 답례 만찬에서 “우리(남북)를 중심으로 중국∙러시아∙일본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큰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외교관계에 대해 “양국은 냉전시대를 제외하고는 역사적으로 우호친선관계를 지속해 온 오랜 친구”라고 전제, “수교 120년, 우리 동포들이 러시아에 이주한 지 140년이나 됐다”면서 “러시아는 일제 강점기에도 우리의 자주독립을 지원해 줬다”고 밝혔다.
김나탈리아 교수는 “노무현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권력이 필요했던 사람으로, 만일에 그가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권력과 부만을 추구했다면 정치적 성취도, 비극적 서거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여성학자로서, 노무현 집권기 한국에서 여성의 활발한 정치 참여를 위한 진보적인 정책들이 실현된 점, 남녀평등권 보장을 위한 여러 정책들이 법제화 된 점도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946년 9월1일 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 봉하로 129번지에서 태어났다. 제16대 대통령 임기는 2003년 2월25일 시작돼 2008년 2월25일 마쳤다. 그는 이듬해인 2009년 5월23일 자신이 태어난 마을에서 자살했다. “화장하라”는 그의 유언에 따른다는 이유로, 통상 자살자라면 반드시 거치는 부검을 하지 않은 점 등 여러 의혹 때문에 그가 타살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스푸트니크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