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마정령에서 초동과 문답
스님께서 마정령 밑에 나무꾼 아이들이 떼를 지어 노는 것을 보고 묻기를
“얘들아 내가 누군지 아느냐?” 하자
“모릅니다.”
“그러면 나를 보느냐?”
“예 봅니다.”
“이미 나를 모르면서 어떻게 나를 보느냐?” 하면서 주장자를 내어주며
“너희들이 만일 이 주장자로 나를 치면 과자값을 많이 줄 것이다.”라고 하자
그 가운데 영리한 아이가 앞으로 나와서
“참말입니까.” 하고 주장자로 스님을 치자 스님의 말이
“나를 쳐라.” 하니 또 치거늘 스님이 말하기를
“어찌 나를 치지 않느냐? 만일 나를 친다면 부처도 치고 조사도 치고
삼세제불과 역대조사와 내지 천하노화상을 한 방망이로 치게 되리라.”
초동이 말하기를
“쳤는데 치지 않았다고 하시니 스님이 우리를 속이고 과자값을 주지 않으려고 하심이 아닙니까?”
스님이 돈을 주면서 이르기를
“온 세상이 혼탁함이여 나만 홀로 깨어 있구나. 숲 아래 남은 세월 그렁저렁 보내리라.” 하였다.
7 박태평과의 문답
태평상인이 계롱산에 있다가 스님의 높은 성화(聲華)를 듣고 부석사로 찾아와 묻기를
“어떤 것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하니 스님이 주장자로 한번 치자 상인이 이르기를
“치는 것은 마음대로 치지만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에는 어긋납니다.”
하니 스님이 도로 묻기를
“어떤 것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인고?”
하니 상인이 주장자로 치거늘 스님이 말하기를
“사자는 사람을 무는데 한나라 개는 흙덩이만 쫓는구나.”
하니 상인이 이르기를
“법은이 망극합니다.”
하니 스님이 웃고 방장실로 돌아갔다.
8 금봉당에게 써주신 팔첩병
세상만사가 꿈 가운데 아님이 없는 줄을 홀연히 깨닫고 주장자를 잡고 병과 발우를 지참하여 구름과 숲이 깊은 곳에 들어가니 새들은 지저귀고 시냇물 소리 시원하다.
천길 노송에 등나무 칡덩굴 어우러졌네. 몇 칸 핏집을 짓고 뜻이 맞는 지기와 때로는 안개 피어오르는 정취를 읊조리고 향 사르고 고요히 좌선도 하니 진세의 번거로움 다시 있을손가.
한마음 텅 빈 신령스러움에 온갖 이치 비추어 드러나네. 이것이 세간의 제 일등인이라 잔 속에는 산중 신선의 술이라 만취하니 건곤삼라가 한 도장에 찍힌 바라.
그런 뒤 머리엔 재 뒤집어쓰고 얼굴엔 흙 묻은대로......
녹음방초 언덕 위에 유희하니 젓대 한 소리 나나리로다.
청룡 3월 하순
호서로 돌아가는 경허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