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게르에 문화가 있다.
[자작글 ▪︎ 권덕진]
초원의 삶을 품은 집
몽골의 게르이다.
단순한 집이 아니었습니다.
끝없는 초원을 떠돌며 살아온
유목민의 역사였고,
가족을 품어온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바람이 불면 바람을 품고,
눈보라가 몰아치면
서로를 감싸 안으며,
뜨거운 태양 아래서는
시원한 그늘을 내어주는
지혜의 집.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자존심을 세우는 집
초원의 철학을 만나다.
몽골의 게르는
집을 짓는 기술이 아니라
삶을 짓는 지혜였습니다.
게르 한가운데에는
두 개의 기둥이 우뚝
서 있었습니다.
그 기둥은 단지 지붕을
받치는 나무가 아니라,
가족을 지탱하는 믿음이었고,
초원을 지켜온 몽골인의
자존심이었습니다.
출입문은
생각보다 낮았습니다.
처음에는 불편하다고
생각했지만, 안내인은
조용히 말했습니다.
"이 문은 누구나 고개를
숙여 들어오라는 뜻입니다.
겸손을 잃은 사람에게는
집도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그 한마디에
나는 문이 아니라
인생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낮은 문을 지나며
욕심은 한 뼘 낮아지고,
교만은 한 걸음 물러났습니다.
두 기둥 사이에는
가족의 웃음이 머물고,
세월의 바람이 지나가며
수천 년 유목민의 역사를
들려주었습니다.
몽골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게르는 우리의 집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자존심입니다."
그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초원은 넓었지만
그들의 뿌리는 흔들리지 않았고,
집은 작았지만
그들의 마음은 세상
누구보다 넓었습니다.
나는 알았습니다.
큰 집이 사람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겸손하게 들어가는 낮은 문과
가족을 함께 받쳐 주는 두 개의
기둥이 한 민족의 품격과
자존심을 세운다는 것을.
낯선 이를 먼저
차 한 잔으로 맞이하는
몽골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게르 안에는
사치도, 화려함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서로를 아끼는 웃음과,
함께 나누는 음식,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가장 아름다운 장식이었습니다.
오늘은 이곳에 머물고,
내일은 또 다른 초원으로 떠나지만,
집은 땅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게르는 말없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몽골의 게르.
둥근 지붕은 하늘을 닮았고,
튼튼한 기둥은 가족을 닮았으며,
활짝 열린 문은 세상을 향한
따뜻한 환대를 닮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알았습니다.
문명이 높은 건물의 높이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품는 마음의
넓이로 완성된다는 것을.
몽골의 게르에는
초원의 바람이 살고 있었고,
그 바람 속에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유목민의 지혜와 문화,
그리고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숨 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