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탑을 쌓으며
모양이 다양하다. 올려지는 돌 모양이나 색깔에 따라 아주 특이한 모습의 돌탑들이다. 수많은 사람의 얼굴이 똑같지 않듯, 그 많은 돌탑도 똑같은 것이 없다. 장마 때 큰물이지면 다 쓰러져 없어져 버릴 텐데도 이렇듯 많은 돌탑이 있다는 것은 자꾸 새로운 돌탑이 세워진다는 것이고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에 소망이 많다는 것이리라.
비록 작은 돌멩이들의 탑이지만 경건해 보였다. 나도 하나 쌓아봐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일었다. 밑바닥에는 조금 크고 넓은 돌을 놓고 차례대로 조금씩 작은 돌을 골라 올렸다. 아무 돌이나 마구 올려서는 안 된다. 되도록 넓적해서 다음 돌을 올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가면서 쌓아야 한다. 차곡차곡 쌓아 올리다 마지막에 둥글고 예쁜 돌로 마무리를 했다. 언제 없어질 줄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내 소원의 탑으로 마음속에 자리할 것이다.
후에 다시 찾아가 본들 내가 쌓았던 돌탑을 찾을 수 없을 것이며 언젠가는 없어져 버릴 것이다. 그래도 쌓아 놓았다는 사실만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간직되어 있으리라. 그것이 바로 마음 공양 아닐까. 특별히 어느 종교에 심취하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막연한 신앙심이 있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남 앞에서는 당당한 척, 원만한 척하지만 기실은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리라.
아직은 그 여운이 남아 가끔 돌탑 사진을 들여다본다. 돌멩이 숫자를 세어보니 8개이다. 이왕이면 10개를 올릴 걸 그랬다. 우리 가족이 10명이니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싶다. 아니면 우리 두 부부는 빼고 자식들 숫자만 올렸다고 생각할까? 왜 그런 것들을 미리미리 생각하지 못하고 아쉬워하는 걸까. 아무것도 아닌 것 가지고 생각이 깊다.
이것도 나이 들어가는 증거인가 싶다. 언제부턴가 자꾸 나이를 의식하게 된다. 아직은 좀 더 활동하고 싶고 즐기고 싶은데 몸은 자꾸 무거워지는 느낌이 든다. 어디를 가든 내가 운전하고 싶고 무조건 나가고 싶었는데 이제 자꾸 터덕거리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은 운전대를 놓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이 다행일까?
그러고 보니 그 돌탑 쌓을 때 내 건강 먼저 빌 것인데 싶다. 내 건강 나빠지면 그 누가 나를 챙길 것이며 달가워할 것인가. 그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중요한 것이거늘 늘 나는 뒷전이었다. 이제 뒷전에서 앞으로 모셔 와야 할 듯싶다. 나 먼저 챙기고 나서 주위를 돌아다봐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래, 이제 내가 나를 챙기자’ 싶어 처음으로 나를 위한 건강식을 사 보았다. 꼭꼭 챙겨 먹으리라 다짐을 한다. 돌탑 쌓은 보람이 있다 싶다.
또 다른 소망을 든다면 어떤 것이라 할까. 글에 대한 욕심을 부려 봐도 좋을까. 지금 이 시점에서 나에게 삶의 가치를 부여해 주는 것은 글쓰기이지 싶다. 좀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정도면 먹고 사는 데는 걱정할 것 없으니 정신적인 면에서 풍요로워질 수 있는 것을 찾고 싶다. 그런 면에서 나는 제대로 갈 길을 잘 찾은 듯싶다. 비록 유명세를 떨치지는 못하지만 나만의 세계를 즐길 수 있는 삶이 아닌가. 그것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안주하기보다는 한 발짝 앞서가려는 작은 욕심을 부리려 한다.
내가 쌓은 돌탑도 내 이 작은 욕심은 들어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