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기
전 문수
방금 끊어져 막 대기
나는 지금 대기 중이다
어디가 앞이 되고 뒤가 될 지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라고 한다,
어떤 입의 앞과 뒤로 나타날 때 마다
무한 지옥이 된다고 하 네요
지금 막 대기 중인 토막들
어디서 온 곳인지를 알아야
갈 곳이 보인다.
갈 곳을 알아야 온 곳을 알 수가 있다.
온전한 것은 새로 꼬리를 만들고
머리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어제서 왔고
내일로 간 것이라면 막대기가 아니다.
다 토막들만 나뒹구는 것이 요즈음 현상이다.
매일 삶을 걱정하는 것 보면
늘 숨 못 쉬는 피 말리는 미완성인데
막대기냐, 막 대기냐
함부로 한 이 두 질문에 놀라지 말라,
사물이란 무엇인지 잘 알면서.
막 대기이론과 화소분석:
사물은 막 대기하고 있다가 시간적, 공간적, 상황적으로 새롭게 만나면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의미가 생겨난다. 관계와 관계에서 새로운 의미가 발생한다. 이 새로운 나만의 발견을 화소 단위까지 잘 분석해서 개연성 있게 확장하라.
사물이 대기하다가 누구의 눈에 발견되어
새로운 세계의 존재가 되었는가 물어보시오
(정류장 시론)
그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지금 저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고급 승용차는 그 종말의 자기 정류소를 알고 달리고 있을 가요? 저 - 개가 짓어대는 소리는 무엇을 알고 있기에 저런 절규인가요?
시인들이여! 그대는 지금 어느 지점의 정류소에서 다시 다음 차를 타려고 앉아 있는 사물을 주시하고 있나요? 그 사물의 경계지역의 어떤 형편에 관심하여 어떤 이데아를 밝히려고 백지 앞에 연필을 들었나요? 어떤 이야기 방식(형식)을 구성해서 독자를 감동시키려 하고 있나요?
그대 또한 지금 어디 쯤의 정류소에 앉아서 시의 목를 따려고 벼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