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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전서 제23권 / 제문(祭文) 5
화성(華城) 향교의 대성전에 고유(告由)한 글
거의 하늘이 내리신 성인인지라 / 天縱將聖
사람들이 능히 그 덕을 이름할 수 없었고 / 民無能名
요순보다 훌륭하여 / 賢於堯舜
만세를 위해 태평을 여시었네 / 萬世太平
소자가 나아간 곳이 / 小子有造
호경의 벽옹이었는데 / 鎬京辟雍
하물며 이 새 고을에서 / 矧玆新邑
어찌 공경하지 않으리오 / 曷不敬恭
공축이 매우 일찍 고하니 / 工祝孔夙
소와 돼지와 양을 갖추었네 / 牛一豕羊
길일을 택하여 배알하니 / 吉日載見
아홉 가지 무늬의 용기가 행차했네 / 龍旂九章
이상은 정위(正位)인 대성지성문선왕(大成至聖文宣王 공자(孔子))에게 고한 것임.
당에 올라 방에 들어감에 / 升堂入室
부자가 자리에 앉아 계셨네 / 夫子在坐
우러를수록 더욱 높고 뚫을수록 더욱 견고하여 / 仰彌鑽彌
문(文)으로써 넓히고 예(禮)로써 요약하게 하셨네 / 博我約我
사물을 오직 예에 따르고 / 四勿之禮
석 달을 인에서 벗어나지 않았네 / 三月之仁
공자의 제향에 함께 참여하니 / 從與享之
누항(陋巷)에 따사로운 봄기운이 넘치네 / 氤氳巷春
이상은 복성공(復聖公 안연(顔淵))에게 고한 것임.
일관의 가르침에 빨리 대답하니 / 一貫曰唯
공자가 군자라고 칭찬하셨네 / 子曰君子
홍재(弘齋)로써 호를 삼았으니 / 弘以爲扁
내가 일찍이 홍의(弘毅)의 말에 종사하였네 / 予嘗從事
자기를 다스리고 남을 다스림에 / 治己治人
대학(大學)의 팔조목과 삼강령이 있네 / 八條三綱
도가 있는 곳에 스승이 있으니 / 道在師存
멀리 마음의 향을 사르네 / 遙瓣心香
이상은 종성공(宗聖公 증삼(曾參))에게 고한 것임.
성인의 맏손자로서 / 聖人冢嫡
성학의 적통(嫡統)을 이어받았네 / 嫡傳聖學
대본과 달도로 중화(中和)를 말하고 / 大本達道
미발과 이발로 성정(性情)을 설명했네 / 未發已發
말을 받은 것이 어긋남이 없었으니 / 受言無斁
선을 밝힘과 몸을 성스럽게 함이었네 / 明善誠身
성대하도다 덕이여 / 盛矣爲德
이 정성스러운 제사에 이르소서 / 格此精禋
이상은 술성공(述聖公 공급(孔伋), 즉 자사(子思))에게 고한 것임.
성선(性善)을 말할 때 반드시 요순을 일컫고 / 必稱堯舜
인과 의를 아울러 언급하였네 / 兼言仁義
호연지기(浩然之氣)가 강대하여 / 其氣剛大
천지의 사이에 가득하다 하였네 / 塞于天地
큰 주먹 큰 발과 / 麤拳大踢
태산교악의 기상이었네 / 泰山喬嶽
맹자의 부동심(不動心)을 배우길 원하노니 / 願學夫子
내가 지금 그 나이인 마흔일세 / 予今四十
이상은 아성공(亞聖公 맹가(孟軻))에게 고한 것임.
화열(和悅)한 민자건(閔子騫)이여 / 誾誾閔子
안연 증삼과 같은 반열이었네 / 顔曾是班
말하면 반드시 이치에 들어맞고 / 言必有中
효성스러워 남들이 그 부형의 말에 의심이 없었네 / 孝哉無間
백대의 후에 옛일을 논하니 / 百世尙論
문수(汶水) 가에 민자의 고풍이 있네 / 高風汶上
맑은 술을 올리니 / 薦以淸酤
일찍부터 내가 경앙(景仰)함이었네 / 宿予景仰
이상은 비공(費公) 민손(閔損)에게 고한 것임.
남면하게 함 직하다고 / 可使南面
공자께서 염옹(冉雍)을 허여하셨네 / 聖許冉也
간약(簡約)한 덕을 인정할 만하니 / 可也簡耳
성벽을 견고히 하고 들판을 깨끗이 치운 기상이었네 / 堅壁淸野
백성을 부림에 제사를 받드는 듯이 하고 / 使民如祭
문을 나서면 큰 손님을 맞는 듯이 하라 배웠네 / 出門如賓
오직 말을 잘하지 못하는지라 / 惟其不佞
이로써 인이 되었도다 / 是以爲仁
이상은 설공(薛公) 염옹(冉雍 중궁(仲弓))에게 고한 것임.
한번 나가서 노 나라를 보존하니 / 一出存魯
공은 실로 변론을 잘했도다 / 公實善辯
어찌 오직 변론만 잘했을 뿐이리오 / 豈惟善辯
그 기량이 호련의 그릇이었네 / 其器瑚璉
공자의 담장은 높이가 몇 길이라 했으니 / 墻高數仞
이미 그 아름답고 넉넉함을 봄이었네 / 已見美富
지난 것을 고함에 올 것을 아니 / 告往知來
천세가 후에 있도다 / 千歲在後
이상은 여공(黎公) 단목사(端木賜 자공(子貢))에게 고한 것임.
승부의 뜻이 있었고 / 乘桴之志
임혁의 강함이 있었네 / 袵革之強
정사에 종사함에 무슨 어려움이 있었으랴 / 何有從政
당에 오른 것으로 허여를 받았네 / 許以升堂
해치지도 않고 구하지도 않았으니 / 不忮不求
증자(曾子)의 외우였네 / 曾氏畏友
금회(襟懷)를 접하는 듯하니 / 如接襟期
대두의 술을 따르네 / 酌以大斗
이상은 위공(衛公) 중유(仲由 자로(子路))에게 고한 것임.
군자유가 되라는 가르침을 받았고 / 爲君子儒
어진 이를 어질게 여기되 호색의 마음으로 바꾸었네 / 賢賢易色
어느 것은 전하며 어느 것은 게을리 했으리오 / 孰傳孰倦
제자들을 가르치기를 잘 하였네 / 善哉誘掖
시경에 서를 붙이고 예를 잘 알았으니 / 序詩知禮
자유(子游)와 과목을 같이하였네 / 與游同科
십철에게 아울러 제사를 드리니 / 竝侑十哲
술이 달고 또한 순하네 / 酒旨且和
이상은 위공(魏公) 복상(卜商 자하(子夏))에게 고한 것임.
맹자가 돌아가신 이후로 / 自孟氏後
천오백 년이 지나서 / 千五百年
우리 염계(濂溪)를 얻으니 / 得我濂翁
끊어졌던 학문이 비로소 전하였네 / 絶學始傳
무극으로 주역(周易)을 발휘하고 / 無極贊易
주정으로 중용(中庸)을 기술했네 / 主靜述庸
저 길가의 물을 따라 드림에 / 酌彼行潦
길이 광풍제월(光風霽月)을 접하네 / 永挹光風
이상은 도국공(道國公) 주자(周子 주돈이(周敦頤))에게 고한 것임.
공의 나이 열여덟에 / 公年十八
이미 안자(顔子)의 학문을 알았네 / 已識顔學
이에 춘추(春秋)를 서술하고 / 乃叙麟經
이에 주역(周易)을 훈고했네 / 乃詁犧易
도는 엄숙함에서 높았고 / 道尊於嚴
공부는 경에 독실했네 / 工篤於敬
그 용이 치우치지 않았으니 / 其用不陂
동정을 꿰뚫어 통하였네 / 通貫動靜
이상은 낙국공(洛國公) 정자(程子 정이(程頤))에게 고한 것임.
폄우와 정완과 / 砭愚訂頑
그리고 정성서는 / 曁夫定性
천 년을 뛰어넘어 묘하게 합하여 / 千載妙契
곧바로 맹자에 닿는 것이었네 / 直接鄒聖
흥국에서 한 번 모임에 / 興國一會
풍성(風聲)을 들은 사람이 흥기하였네 / 聞風者起
양양하게 함께 이르니 / 洋洋偕格
주자(周子) 정자(程子) 등의 군자일세 / 周程諸子
이상은 미백(郿伯) 장자(張子 장재(張載))에게 고한 것임.
덕은 성품에 충실하고 / 德充于性
행실은 몸에 닦았도다 / 行修於身
진채(陳蔡)에서 따르고 문하에 미쳤으니 / 在陳及門
안연(顔淵)에 버금가고 민자건(閔子蹇)과 동류일세 / 顔亞閔隣
저 성인의 훈계를 보니 / 視彼聖訓
백세에 아름다운 이름일세 / 百載懿名
여러 제자들과 함께 배향을 하니 / 徧于配食
제사를 드리는 일이 매우 밝다네 / 祀事孔明
이상은 운공(鄆公) 염경(冉耕 백우(伯牛))에게 고한 것임.
공자의 종묘와 백관을 / 宗廟百官
누가 능히 볼 수 있으리오 / 人孰能窺
우뚝하게 보기를 잘했으니 / 卓乎善觀
아무리 낮더라도 사정에 따라 아부하지 않았네 / 汙不阿私
사령을 닦는 언어에는 / 辭令之修
단목사(端木賜)와 백중이었네 / 伯仲端木
위차(位次)가 전우에 있으니 / 位居殿右
이 잔을 드리네 / 注玆泂酌
이상은 제공(齊公) 재여(宰予 자아(子我))에게 고한 것임.
진실하도다 자유여 / 允矣子有
천실의 읍과 백승의 집을 다스릴 재능이었네 / 千室百乘
성급하게 나아가는 자 물러나게 하신 것은 / 進則退之
덕이 닦이고 도가 응결되게 하려 함이었네 / 德修道凝
또한 각기 자신의 뜻을 말하게 함에 / 亦各言志
백성을 풍족하게 할 수 있다 하였네 / 可使足民
낭야의 싸움에 / 郞野師旅
어찌 경륜을 펼칠 것인가 / 豈展彌綸
이상은 서공(徐公) 염구(冉求 자유(子有))에게 고한 것임.
무성의 현가를 들으시고 / 武城絃歌
공자께서 빙그레 웃으셨네 / 夫子莞爾
정사와 문학이 / 政事文學
무엇인들 구비되지 않았으리오 / 何適不備
사람을 알아봄이 명철하니 / 知人爲哲
능히 담대를 얻었도다 / 能得澹臺
엄숙하게 내가 옷깃을 여미니 / 肅予斂袵
제사에 드리는 술잔이 정연하네 / 有秩尊罍
이상은 오공(吳公) 언언(言偃 자유(子游))에게 고한 것임.
덕을 높이고 인에 의귀(依歸)하며 / 崇德依仁
언제 어디서건 충신(忠信)하고 독경(篤敬)하라 가르치셨네 / 參前倚衡
공자의 말씀을 듣고 의관의 띠에 썼으니 / 聞斯書紳
그 정성이 돈독하다 할 만하였네 / 曰篤其誠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것은 / 過猶不及
공자께서 중도(中道)를 갖추기를 책려한 바일세 / 聖所責備
당당한 자장이여 / 堂堂張也
사악을 물리치고 오미를 높였네 / 屛惡尊美
이상은 영천후(潁川侯) 전손사(顓孫師 자장(子張))에게 고한 것임.
자질은 상지에 가깝고 / 資隣上智
덕은 천연으로 이루어졌네 / 德維天成
거의 흔적이 없었으니 / 庶幾無跡
성하게 봄기운이 생겨났네 / 藹然春生
타고난 것을 성이라 하였으니 / 生之謂性
공맹(孔孟)을 크게 드러내었네 / 丕闡洙泗
내가 배우기를 원함은 / 予之願學
오직 백정씨일세 / 惟伯程氏
이상은 예국공(芮國公) 정자(程子 정호(程顥))에게 고한 것임.
호걸의 재질을 타고나 / 豪傑之才
성현의 학문을 추구하였네 / 聖賢之學
원회의 운세를 풀이하였고 / 元會運世
오행(五行)과 팔음(八音)의 원리를 밝혔네 / 水火土石
주역(周易)의 삼십육궁에 / 三十六宮
춘의가 가없었네 / 春意無邊
우리의 철명을 점치니 / 卜我哲命
아, 천만년을 가리라 / 於千萬年
이상은 신안백(新安伯) 소자(邵子 소옹(邵雍))에게 고한 것임.
성대하도다 부자여 / 猗歟夫子
내가 종사로 섬기는 바로다 / 予所宗師
금옥의 조리로서 집대성하니 / 金玉條理
일성과 같은 광휘를 드러내었네 / 日星光輝
손수 전서를 편찬하여 / 手編全書
읽기를 쉬지 않고 부지런히 하였네 / 讀之亹亹
선경 후경에 / 先庚後庚
빛나게 돕고 돈독하게 도우소서 / 光佑篤棐
이상은 휘국공(徽國公) 주자(朱子 주희(朱熹))에게 고한 것임.
신라가 영남에 나라를 정하여 / 維羅宅嶺
우뚝이 홍유를 배출하였네 / 挺出弘儒
방언으로 구경을 풀이하니 / 方言解經
이례에 길을 열었네 / 吏禮開途
사문을 창도하여 일으키니 / 倡起斯文
오도가 곧 동방에 전해졌네 / 吾道乃東
장차 선성께 참배하려 / 將拜先聖
잔대에 예주(醴酒)를 따르네 / 酌醴于豐
이상은 홍유후(弘儒侯) 설총(薛聰)에게 고한 것임. - 이하는 동무(東廡)에 배향되었음
진실로 문성공은 / 展也文成
소왕의 충신이었네 / 素王忠臣
주형과 옥두로 / 珠衡玉斗
우리나라 사람들을 비추었네 / 照我東人
원(元) 나라 저자에서 서적을 사들임이 / 燕肆購書
경서(經書)가 아니면 사서(史書)였네 / 非經則史
만나지 못함을 애석해하며 / 惜不遌爾
이 밝은 잔을 드리나이다 / 蕆此明觶
이상은 문성공(文成公) 안유(安裕)에게 고한 것임.
천덕과 왕도가 / 天德王道
소학으로부터 나오네 / 出自小學
말이 남팔에게 미치면 / 語次南八
강개하여 세 번 반복하였네 / 慷慨三復
당은 빛났으며 / 黨籍光華
가범을 얻었다네 / 得之家範
누가 공과 더불어 우뚝함을 견주리오 / 孰與公卓
이 잔의 진한 술을 흠향하소서 / 歆此尊釅
이상은 문경공(文敬公) 김굉필(金宏弼)에게 고한 것임.
공이 경연(經筵)에 처함에 / 公處筵幄
요사를 만회할 뜻을 품었네 / 志挽姚姒
붙잡고 깨우쳐서 함께 돌아가려 한 것은 / 攀牖同歸
추월이 한수를 비춤이었네 / 秋月寒水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이치가 없으니 / 理無不還
왕도가 지극히 평탄하였네 / 王道平平
서원에 제향하고 남은 생각에 / 侑院餘思
이 변두의 제기를 청결하게 갖추었네 / 絜此豆籩
이상은 문정공(文正公) 조광조(趙光祖)에게 고한 것임.
주서백선(朱書百選)을 편찬할 때 / 選百朱書
주서절요(朱書節要)를 준칙으로 삼았으니 / 節要是準
우리 대유를 준칙으로 하여 / 準我大儒
후진을 가르치고자 함이었네 / 以詔後進
증자(曾子)의 독실함과 정자(程子)의 온화함에 / 曾篤程和
맹자의 확연(廓然)함과 주자의 함홍(涵泓)을 겸비했네 / 孟廓朱涵
어렴풋이 우의를 접하는 듯하니 / 怳接羽儀
단첨이 함에 담겨 있다네 / 丹籤在函
이상은 문순공(文純公) 이황(李滉)에게 고한 것임.
사숙공(思肅公)의 손자이자 / 思肅之孫
문정공(文貞公)의 아들이며 / 文貞之子
문성공(文成公)의 벗이었으니 / 文成之友
연원이 비롯한 바가 있었네 / 淵源有自
이러한 사람을 어디에서 얻을 것인가 / 何處得來
나의 생각이 유유하다네 / 我思瀰瀰
경사가 해마다 이르리니 / 慶與年至
이로써 편안함을 노래하네 / 是以詠綏
이상은 문간공(文簡公) 성혼(成渾)에게 고한 것임.
공은 대로의 덕이 있어 / 公惟大老
빛나게 대성전에 배향되었네 / 光躋聖廡
나라의 방침과 사람의 윤리로서 / 國是民彝
우주를 지탱하였네 / 撐宙亘宇
서원의 제향을 / 俎豆之腏
우리나라 안에서 두루 받았네 / 幾遍我境
이해의 이 행차에 / 是年是行
먼저 경사를 고한다네 / 迺先告慶
이상은 문정공(文正公) 송시열(宋時烈)에게 고한 것임.
옛적 우리 영왕께서 / 昔我寧王
황극(皇極)을 세워 다스림을 베푸실 때 / 建極敷治
파당의 대립을 중재하시니 / 杯酒戈鋋
주도가 평평하였네 / 周道夷夷
숙종의 묘정(廟庭)에 경을 올려 배향하니 / 卿之躋配
시기로 보건대 그러함이었네 / 以時則然
여기에 이르러 제향에 참여하게 하여 / 伻來與共
변두(籩豆)의 제기를 하나씩 갖추었네 / 一豆一籩
이상은 문순공(文純公) 박세채(朴世采)에게 고한 것임.
봉암의 빼어난 정기를 타고나 / 鳳巖秀精
북으로 중원에 가서 배웠네 / 北學中原
붓으로 계원을 경작하여 / 筆畊桂苑
널리 그 울타리를 넓혔네 / 廣拓墻藩
동국의 문장을 창도함은 / 東文之昌
공이 실로 조종(祖宗)이었네 / 公實爲宗
지금 화성에서 보게 됨에 / 時觀于華
먼저 술잔을 권한다네 / 先侑盎鍾
이상은 문창공(文昌公) 최치원(崔致遠)에게 고한 것임. - 이하는 서무(西廡)에 배향되었음
몸은 정학을 창도하고 / 身倡正學
손에는 대강을 잡았다네 / 手持大綱
혁혁하게 밝은 해와 별이 / 赫日明星
만고에 동방을 비추네 / 萬古東方
성인이 다시 일어나더라도 / 聖人復起
의심의 여지가 없음을 알리라 / 知無間然
현주가 당에 있으니 / 玄酒在堂
길한 날을 이에 택하였네 / 穀朝斯涓
이상은 문충공(文忠公) 정몽주(鄭夢周)에게 고한 것임.
황화가 동쪽으로 달려 / 皇華東馳
그 이름을 아름답게 주었도다 / 厥名嘉錫
점필재(佔畢齋)의 문하에 / 佔𠌫門下
훌륭한 제자가 이에 계승하였네 / 賢弟是述
두류산(頭流山) 천만 봉우리 속에 / 頭流千疊
지팡이를 끌며 소요하였네 / 逍遙杖屨
문헌공이 여기에 있으니 / 文獻在玆
조석으로 함께 만나겠네 / 朝暮與遇
이상은 문헌공(文獻公) 정여창(鄭汝昌)에게 고한 것임.
중종조(中宗朝)의 봉황 같은 상서였고 / 中朝鳳瑞
효릉과는 고기와 물이 만난 듯하였네 / 孝陵魚水
팔조에 대하여 대학장구보유(大學章句補遺)를 지었고 / 八條補遺
구경에 대하여 중용구경연의(中庸九經衍義)를 지었네 / 九經衍義
오히려 심획이 있었으니 / 尙有心畫
나의 몇 줄 글을 서문으로 실었네 / 弁我十行
오현 가운데 한 분이니 / 五賢中一
누가 감히 서로 우열을 견줄 것인가 / 孰敢雌黃
이상은 문원공(文元公) 이언적(李彦迪)에게 고한 것임.
하늘이 영호한 인걸을 낳았으니 / 天挺英豪
도덕과 경륜이 드높았네 / 道德經綸
주자(朱子)의 무이와 율곡(栗谷)의 석담 / 武夷石潭
천고에 오직 두 사람이 있을 뿐일세 / 千古二人
내가 그림으로 그리게 하였으니 / 我儀圖之
어두운 거리에 해와 별처럼 빛나네 / 日星昏衢
성대한 전례를 장차 행하려 함에 / 盛典將講
먼저 맑은 술을 올리네 / 先奠淸酤
이상은 문성공(文成公) 이이(李珥)에게 고한 것임.
공은 예학(禮學)에 조예가 깊어 / 公邃于禮
절문이 매우 밝았네 / 節文昭朗
풍속이 예로 인하여 후하게 되니 / 俗因禮厚
이로써 추향을 바르게 하였네 / 用正趨向
지금 나의 이 행차는 / 今予是行
대개 인정에 따른 것일세 / 蓋緣人情
만일 공이 듣는다면 / 如公聞者
오히려 또한 영화로 여기리라 / 尙亦與榮
이상은 문원공(文元公) 김장생(金長生)에게 고한 것임.
아름다운 문정공이여 / 美如文正
옥처럼 고상하고 순결한 덕이었네 / 旁達孚尹
자리는 남에게 보임을 멀리하고 / 坐遠標榜
마음속엔 까다로운 경계를 허물었네 / 襟寬畦畛
나아가기를 물러나듯이 하여 / 進而若退
조정과 산야에 오갔네 / 巖廊山野
같은 시기에 같은 덕을 지닌 이로서 / 同時同德
양송이 좌우로 있네 / 兩宋右左
이상은 문정공(文正公) 송준길(宋浚吉)에게 고한 것임.
[주-D001] 벽옹(辟雍) : 주대(周代)에 천자가 세운 태학으로 여기에서는 성균관(成均館)을 뜻한다.[주-D002] 사물(四勿) : 안연(顔淵)이 인(仁)의 조목을 물었을 때 공자가 “예가 아니면 보지 말며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며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라.[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고 대답한 것을 말한다. 《論語 顔淵》[주-D003] 일관(一貫)의 …… 대답하니 : 공자가 증삼(曾參)에게 “나의 도는 하나로써 꿰뚫는다.[吾道一以貫之]”고 말하자, 증삼이 바로 “예.”라고 대답하였다. 《論語 里仁》[주-D004] 홍의(弘毅)의 말 : 증삼이 “선비는 뜻을 크고 굳세게 가지지 않을 수 없으니, 임무는 무겁고 도는 멀기 때문이다.[士不可以不弘毅 任重而道遠]”라고 말한 것을 가리킨다. 《論語 泰伯》[주-D005] 내가 …… 마흔일세 : 맹자가 공손추(公孫丑)와의 문답에서 부동심을 말할 때 “나는 나이가 마흔인지라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다.[我四十不動心]”고 하였다. 이때 정조의 나이가 마흔이 조금 넘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孟子 公孫丑上》[주-D006] 문수(汶水) 가에 …… 있네 : 노(魯) 나라 계씨(季氏)가 사람을 시켜서 자신의 사읍인 비(費)에 민자건(閔子騫)을 읍재(邑宰)로 삼으려는 뜻을 전하자 민자건이 “만일 다시 나를 찾는 일이 있으면 나는 반드시 문수 가에 가 있으리라.” 하며 완강하게 사양하였다. 《論語 雍也》[주-D007] 남면(南面)하게 함 직하다고 : 남면은, 임금이 조정에서 정사를 듣는 자리를 남향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공자가 제자 염옹을 두고 남면하게 할 만하다고 말한 일이 있다. 《論語 雍也》[주-D008] 호련(瑚璉) : 종묘의 제사에서 서직(黍稷)을 담는 제기로 하 나라의 제기는 호(瑚), 상 나라의 제기는 연(璉)이었는데, 조정에 높고 귀하게 쓰일 기량을 비유할 때 쓰인다. 공자가 제자 자공(子貢)을 평하여 호련(瑚璉)이라고 한 일이 있다. 《論語 公冶長》[주-D009] 지난 것을 …… 아니 : 공자가 자공(子貢)에게 빈부에 처하는 자세를 예로 들어 의리의 무궁함을 일러 주었을 때 자공이 그 이치를 ‘절차탁마’의 시(詩)로써 깨친 바를 말하자, 공자가 “자공은 비로소 더불어 시를 말할 만하다. 지난 것을 고함에 올 것을 아는구나.”라고 하였다. 《論語 雍也》[주-D010] 승부(乘桴) : 뗏목을 타고 바다에 뜨는 것으로 공자가, 도가 행해지지 않아 뗏목을 타고 바다에 떠서 다른 곳으로 간다면 그때 자기를 따를 사람은 아마 자로(子路)일 것이라고 말한 바가 있다. 《論語 公冶長》[주-D011] 임혁(袵革) : 금혁(金革), 즉 병기와 투구를 늘 깔고 처하는 강함을 말한다. 자로가 공자에게 ‘강(强)’에 대해 물었을 때, 공자가 이 ‘임혁’을 북방의 강으로 강자가 여기에 처한다고 말한 바 있다. 《中庸章句 第10章》[주-D012] 자유(子游)와 …… 같이하였네 : 공자가 문하의 제자들을 두고 “덕행에는 안연(顔淵), 민자건(閔子騫), 염백우(冉伯牛), 중궁(仲弓)이고, 언어에는 재아(宰我), 자공(子貢)이고, 정사에는 염유(冉有), 계로(季路)이고, 문학에는 자유(子游), 자하(子夏)이다.”라고 말했는데, 이른바 덕행ㆍ언어ㆍ정사ㆍ문학을 ‘공문 사과(孔門四科)’라고 말하고 열거한 열 명의 제자를 ‘공문 십철(孔門十哲)’이라고 한다. 《論語 先進》[주-D013] 폄우(砭愚)와 정완(訂頑) : 송 나라 때 장재(張載)가 처음 서실의 양쪽 문에 명(銘)을 지어 붙여 동쪽은 폄우, 서쪽은 정완이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지금 각기 동명(東銘)과 서명(西銘)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진다.[주-D014] 정성서 : 송 나라 때 정호(程顥)가 장재(張載)에게 답한 글로서, 그 설이 주돈이(周敦頤)의 태극도설(太極圖說)과 서로 표리가 된다고 한다.[주-D015] 흥국(興國) : 흥국사(興國寺)로, 정호(程顥)가 장재(張載)와 함께 흥국사에서 종일 강론한 일이 있었다. 《近思錄 卷14》[주-D016] 진채(陳蔡)에서 …… 미쳤으니 : 공자가 일찍이 진 나라와 채 나라에서 곤액을 당했는데, 당시에 공자를 따르던 많은 제자들이 거의 문하에 남아 있지 않자 이를 애석하게 여긴 공자가 “진 나라와 채 나라에서 나를 따르던 자들이 지금은 모두 문하에 없구나.[從我於陳蔡者 不及門也]” 하였다. 《論語 先進》[주-D017] 성급하게 …… 것은 : 자로(子路)가 공자에게 옳은 것을 들으면 실행해야 하는지를 물었을 때 “부형이 계시는데 어찌 실행하겠는가.”라고 대답하였으나, 염구가 물었을 때는 “실행해야 한다.”라고 말하였다. 공서화(公西華)가 그 이유를 묻자 “염구는 물러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나아가게 한 것이고, 자로는 너무 나아가려 하므로 물러나게 한 것이다.” 하였다. 《論語 先進》 여기에서는 이 대목을 착각하여 거꾸로 인용한 듯하다.[주-D018] 무성(武城)의 현가(絃歌) : 무성은 춘추 시대 노 나라의 하읍(下邑)으로 공자의 제자 자유(子游)가 무성의 수령이 되어 예악(禮樂)으로써 정사를 펴자 백성들이 이에 교화되어 현가를 일삼게 되었는데, 공자가 이를 듣고 빙그레 웃었다. 《論語 陽貨》[주-D019] 담대(澹臺) : 춘추 시대 노 나라의 무성(武城) 사람으로 충직한 성품을 가졌던 담대멸명(澹臺滅明)을 말한다. 담대는 그의 성이다. 공자가 무성의 수령이 된 자유에게 인재를 얻었는가를 묻자 이 사람을 얻었다고 하였다. 《論語 雍也》[주-D020] 사악을 …… 높였네 : 자장(子張)이 공자에게 정사에 종사할 조건을 묻자 공자가 오미(五美)는 높이고 사악(四惡)은 물리치라고 대답하였다. ‘오미’와 ‘사악’은 《논어(論語)》 요왈편(堯曰篇)에 상세히 보인다.[주-D021] 남팔(南八) : 남팔은 당(唐) 나라의 남제운(南霽雲)으로, 안녹산의 난에 끝까지 수양(睢陽)을 지키다가 장렬하게 죽은 자이다. 남팔이라 한 것은 형제 중 여덟 번째여서 그렇게 부른 것이다. 기대승(奇大升)이 지은 김굉필(金宏弼)의 행장(行狀)을 보면, 김굉필이 한퇴지(韓退之)의 글을 읽기 좋아하여 장중승전후서(張中丞傳後叙)에 장순(張巡)이 적에게 죽을 때 남제운을 부르며 “남팔아, 남아는 죽을지언정 불의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라고 한 대목에 이를 때마다 자주 반복해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주-D022] 요사(姚姒) : 순임금과 우임금을 가리킨다. 순은 요성(姚姓)이고 우는 사성(姒姓)이었으므로 일컫는 말이다.[주-D023] 추월(秋月)이 …… 비춤이었네 : 주희(朱熹)의 재거감흥(齋居感興) 20수 중 제5수에 “공손히 천 년의 마음을 생각하니, 추월이 한수를 비추었네.[恭惟千載心 秋月照寒水]”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주-D024] 우의(羽儀) : 《주역(周易)》 점괘(漸卦) 상구(上九)에 “기러기가 날아가니 그 털을 의식 때에 쓸 수 있어 좋다.[鴻漸于陸 其羽可用爲儀 吉]”에서 나온 말인데, 지위가 높고 재덕이 있어 남의 존중을 받고 모범이 되는 것을 비유한다.[주-D025] 사숙공(思肅公)의 …… 벗이었으니 : 사숙공은 성세순(成世純), 문정공(文貞公)은 성수침(成守琛), 문성공(文成公)은 이이(李珥)를 각각 가리킨다.[주-D026] 양송(兩宋) : 송준길(宋浚吉)과 송시열(宋時烈)을 가리킨다.
ⓒ 한국고전번역원 | 김홍영 (역) |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