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 오픈세미나 01. ‘인간의 조건’, 02. ‘자본’이 시작되고 벌써 한달이 지나 다섯번째 세미나를 마쳤네요. 두 세미나가 통합 진행 중인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 4장. ‘작업’에서 각자가 뽑은 문장들, 이름하여 ‘나에게 온 문장’. 모두의 문장을 모으진 못했지만 이렇게 나름 모아놓고 보니 겹치는 문장이 없는 것도 신기하고 또 이렇게 어떤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져 흘러넘치는 것 같아 좋습니다.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4장 작업 중에서 ‘나에게 온 문장’ 모음
유하: “근대사회에서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고, 인간은 자신이 만든 기계의 노예가 되어 자신의 욕구와 필요를 위해 도구를 이용하기보다 도구의 요구에 ‘적응‘해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잦은 불평은 노동의 실제 상황에 원인이 있다.” (229쪽)
여늑: “소비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파괴하는 것이다” (231쪽)
상이: “전 생애에 걸쳐 필요한 자신감의 원천도 이런 (목재를 얻기 위해 나무를 파괴하는 경우처럼) 폭력의 경험이다.” (233쪽)
하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세속적 목적을 위해 자연을 변화시키고 비자연화시켰고, 그 결과 인간세계와 자연은 뚜렷이 구별되는 두 실재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날 ‘창조하기’ 시작했다. 즉 우리가 없다면 발생하지도 않았을 우리 자신의 자연적 과정을 사슬에서 풀었고 불가항력적인 자연의 힘으로부터 인간세계를 보호하고 그 힘들을 가능한 인공세계 밖에 두는 대신, 이 힘들을 그 원초적 폭력과 함께 우리 세계 안으로 끌어들였다.”(233쪽)
도영: “도구와 기계의 근본 차이는 인간이 기계에 ‘적응’해야 하는가 아니면 기계가 인간의 ‘본질’에 조정되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끝없는 논의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 (중략) 인간이 그가 사용하는 도구에 적응하거나 특별한 적응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마찬가지로 도구를 자기 손에 맞게 만들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기계의 경우 사정은 완전히 다르다. 생산과정 때마다 손의 하인으로 남는 장인의 도구와는 달리, 기계는 노동자가 자기에게 봉사할 것을 요구하고 노동자가 육체의 자연적 리듬을 자신의 운동에 적응시킬 것을 요구한다. 확실히 이것은 사람 자체가 기계의 하인이 되거나 기계에 적응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계로 생산을 계속하는 한, 기계의 과정은 육체의 리듬을 대신한다. 아무리 세련된 도구라 할지라도 손을 지도하거나 대신하지는 못하고 손의 하인으로 남는다. 그러나 아무리 원시적인 기계라 하더라도 그것은 육체의 노동을 지도하고 결국 완전히 대체한다.” (241쪽)
미선: “바람은 더 이상 자연의 힘으로 이해되지 않고 오로지 따뜻함과 시원함에 대한 인간욕구와 관련해서만 생각될 것이다. (중략) 욕구와 재능 때문에 모든 것을 사용하기를 원하고 그래서 모든 사물에서 그 내재적 가치를 박탈하는 인간이 척도가 아니라, 단순한 사용물건의 경우도 그 척도는 신이다.” (244쪽)
우린: “마르크스가 고집스럽게 '사용가치'라는 용어를 고수하려 하고 가치 발생의 객관적 원천 - 노동, 토지, 이윤-을 밝히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으나 실패한 이유는 가치의 적절한 영역인 교환시장에는 어떤 '절대적 가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을 누구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가치의 객관적 원천을 찾는 것은 원을 사각형으로 만들려는 시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252쪽)
온빛: “구체적인 사물은 언제나 ‘죽은 문자’다. 즉 ‘살아 있는 정신’은 그 속에서 생존해야만 한다. 그것은 하나의 죽음이며, 이로부터 사물이 구조될 수 있는 길은 죽은 문자가 자신을 부활시키려는 삶과 접촉하는 것뿐이다.” (256쪽)
상글: “이 세계의 안정성이 항상 변화하는 인간의 삶과 행위의 운동을 견뎌내고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이 세계가 소비를 위해 생산된 사물의 기능주의를 초월하고 이용을 위해 생산된 사물의 유용성을 초월할 때다. (중략) ‘위대한 행위를 하고 위대한 말을 함’은 행위와 말이 지나간 후에도 지속되는 어떤 흔적이나 생산물을 남기지 않는다.” (261쪽)
밍밍: “만약 노동하는 동물이 자신의 노동을 덜고 고통을 제거하기 위해 호모 파베르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사멸적 인간이 지상에 거처를 세우기 위해 호모 파베르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행위하고 말하는 인간’도 최고의 능력을 가진 호모 파베르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271쪽)